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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Xpaper Aug 12. 2024

[잡담] 내가 좋아하는 서울의 두 가지 시스템

구립 도서관 시스템과 대중교통 시스템 찬양

모처럼 이른 새벽에 깨지 않고 6시 32분에 눈을 뜬다. 지난밤에 삼킨 수면유도제 탓인지 몸이 나른하고 약간 멍한 기분이다. 무슨 꿈도 꾼 것 같은데 눈을 뜨자마자 꿈의 기억이 산발적으로 멀어져가 버려 어리둥절하다. 아, 모처럼 꿈을 꾸었는데 기억이 안 나다니. 아주 오래전에 경험한 자각몽을 이제는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편히 잠들고 긴 꿈길을 헤매다가 상쾌하게 깨어나는 날이 계속되길 바랄 뿐이다.     


머리맡에 책 두 권이 놓여 있다. 『미들마치 II』와 『보통의 독자』이다. 아침에 눈 뜨면 자리에 누운 채 30분 정도 책을 읽곤 하는데, 지난 며칠 동안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지진부진하다. 기껏 읽어도 이미 읽은 쪽을 다시 읽거나 한다. 오늘은 독서를 아예 못한다. 일찍 외출해야 하기에 못한다. 잠시 천장을 보며 시간을 보낸 뒤 몸을 일으켜 욕실로 간다.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머리를 말린 뒤 청바지를 입고 초록색 골프 웨어 티셔츠를 입는다.

      

물론 나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고교 동창이나 옛 직장 동기들은 모두 골프 모임이 하나씩은 있다. 나는 그쪽에 별 관심이 없고 그래서 골프 인맥은 전혀 없다. 후회한 적도 없다. 하지만 골프 웨어 티셔츠는 좋아한다. 폼이 여간 좋은 게 아니라서.     


7시 29분. 백 팩을 둘러매고 집을 나선다. 나와 아내 공동명의인 승용차가 있지만 그건 부자 아내 전용일 뿐 가난한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하긴 차를 끌고 나서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면 번거로울 뿐이다. (마음 마저 가난한 나 ... )     


9호선 지하철을 타고 당산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다. 문래역에서 하차한다. 1번 출구로 나가면 작은 공원이 나오는데, 공원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문래도서관이 나온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도서관은 휴관일이다. 나는 무인반납기를 찾아 그 앞에서 서서, 반납할 책과 DVD를 꺼낸다.      


1. 창작자를 위한 옵시디언 마스터 북 - 이 책은 이틀 연체 중이다. 그래서 오늘 서둘러 나가게 된 것임.

2. BBC 6부작 드라마 <오만과 편견> - 내일이 마감일이지만 오늘 20일 만에 반납     


다시 문래역으로 와서 이번에는 버스를 기다린다. 마을버스 12번을 타면 대림도서관 바로 코앞까지 간다. 여기도 역시 오늘은 휴관일. 무인반납기 앞에서 반납할 DVD를 꺼낸다.      


3. BBC 4부작 드라마 <제인 에어> - 내일이 마감일이지만 오늘 20일 만에 반납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 그리고 <제인 에어> DVD를 구비한 대림도서관과 문래도서관에 진심 무한히 감사드린다. 


내가 사는 지역에 멀리 떨어진 영등포구에 있는 도서관까지 와서 자료를 대출한 이유는 간단하다. 3개 자료 모두 내가 사는 지역의 구립도서관에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 거주자는 서울 지역의 모든 구립도서관에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나는 5개의 구립도서관 회원이다. 1개 구립도서관마다 메인도서관 서너 개가 있고 작은도서관, 스마트 도서관 등을 포함하면 모두 20여 개(추정) 정도는 있는 것 같다. 구립통합도서 회원으로 가입하면 해당 구에 있는 크고 작은 모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5 x 20 = 100개. 이론상으로는 대략 100개 도서관을 들락거릴 있다. 물론 나는 작은도서관 등은 이용하지 않는다. 구 지역 내에 있는 서너 개의 구립도서관만 이용한다. 이따금 부득이 먼 곳의 도서관까지 찾아가지만, 요즘은 그저 우리 동네 도서관만 갈 뿐이다. 위의 자료 3개는 어쩔 수 없이 그곳까지 가서 대출해야 했을 뿐.     


대림도서관에서 다시 마을버스 09번을 타면 신도림역까지 4분인가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금방 도착한다. 신도림역에서 2호선을 타고 당산역에 가서 9호선 급행을 타고 우리 동네로 돌아온다.      


자, 교통비가 모두 얼마 들었을까?     


대중교통 환승은 추가 요금 없이 모두 4번 환승이 가능하다. 물론 30분 이내에 갈아타야 한다. 5번째 환승하거나 30분이 지난 뒤에 환승하면 환승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본요금이 다시 시작된다.     


우리 집                 → 우리 동네 지하철역

우리 동네 지하철역 → 당산역

당산역                 → 문래도서관

문래도서관           → 대림도서관

대림도서관           → 신도림역

신도림역              → 당산역

당산역                 → 우리 동네 지하철역

우리 동네 지하철역 → 우리 집     


걷는 건 제외하고 대중교통 환승은 모두 5번 했다. 하지만 지하철의 한 노선에서 다른 노선으로 환승하는 건 대중교통 추가요금 계산에서 말하는 ‘환승’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거리에 따라 할증 요금이 300원 정도 추가될 수 있다. (맞나?) 


결국, 지하철 노선끼리 2번 환승을 제외하면 모두 3번만 환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본요금이 한 번만 적용된다. (맞나?)       


어쨌든 요금은, 기본요금 1,550원 + 지하철 환승할증 300원 = 1,850원이다. 


집에 도착하니 9시 20분이다. 

아내가 허락한 9시 30분을 넘지 않아 다행이다.(괜히 7시 29분에 서둘러 나갔을까. ㅎㅎ)


모두 1시간 51분 정도 걸린 셈이다. 


이 정도면 서울 대중교통 시스템이 꽤 훌륭한 게 아닐까 싶다. 서울 구립도서관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고. 


가난한 이도 책과 DVD를 알뜰하게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만세! 서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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