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밀크먼의『슈퍼 해빗』응용하기
자기계발서가 우리의 삶에서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의도하던 일이 실패하여 무기력에 빠지거나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자기계발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용기를 되찾는 방법 혹은 마음 챙김 훈련 등을 제대로 따라 하면 일상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글쓰기 관련 책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앤 라모트의 부드러운 자기 고백을 읽다 보면 나처럼 부족한 사람도 글을 쓸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게 된다. 작가 조나 레너의 책들은 우리가 창의적인 작업을 모색할 때 실용적인 조언과 함께 철학적인 통찰력까지도 제공한다. 그래서 나는 자기개발서도 자주 읽는다.
직장에서 벗어나 글 쓰는 작업에 매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 때문에 쉽지 않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글을 써야 하는데 사무실도 아닌 집에만 있다가 보니 아무래도 모든 게 느슨하게 굴러갔다. 컴퓨터를 켜고 바탕화면이 뜨면 문서편집기를 가장 먼저 열어야 하는데도,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먼저 클릭하곤 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잠깐만 시청하자고 시작한 일이 하루 종일 이어지기도 했다.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하는데, 나쁜 습관만 점점 늘어났다.
올해 초반에,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자고 마음먹었다.
연구보고서를 쓰는 사람 혹은 장편소설을 구상하는 사람 혹은 북리뷰를 정기적으로 쓰는 사람 혹은 블로그에 에세이를 쓰는 사람. 매일 글쓰기 습관을 실천하는 이런 사람들이 부러웠다. 사회적 성공 여부를 떠나 그들은 인생을 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우선 나만의 프로젝트를 규칙적으로 실행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때 도움이 될 자기계발서를 찾았다. 최종적으로 케이티 밀크먼이 쓴 『슈퍼 해빗』이라는 책이 여러모로 실용적일 것 같았다. 습관 설계에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막상 읽어 보니 유용한 Tip이 매우 많았다!
변화를 자극하는 시점
좋은 습관을 시작하기 위한 설탕 한 스푼 작전
유혹 묶기 전략,
소소하고 느슨한 이행 장치
야심 찬 목표 세우기
제한된 예외 허용
등등
『슈퍼 해빗』에서 권유한 방법들을 열심히 연구하고 일상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슈퍼 해빗』의 이론과 팁을 이용하여 내가 응용력을 발휘한 여러 가지 방법 중 두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 절로 문서편집기가 열리고 전날 파일의 문장이 뜨게 한다. 시작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되는 것인데, 그걸 모르고 지냈다니! (등록 방법은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나온다.)
2. 휴대전화 알람 설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06:00 기상 알람
08:30 오전 알람
11:05 중간 알람
23:00 취침 알람
1번처럼 컴퓨터 시작 프로그램을 변경하니 아침에 딴짓 안 하고 글쓰기에 곧장 몰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유튜브, 이메일, 넷플릭스 보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2번의 경우, 나만의 맞춤형 알람을 설정하기로 했다. 『슈퍼 해빗』은 긍정적인 신호 시스템으로 알람을 이용하라고 권장만 했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더 적극적인 전략을 세웠다. 나만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알람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야 자극을 받게 될 테니. 우선 여러 가지 알람 앱 가운데 보이스 알람을 검색했다. 특정 시각과 내가 만든 알람 문장을 설정했다. 매일 그 시각에 이르면 알람 문장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알람이었다. 맑고 아름답고 힘찬 여자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평범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지금 6시입니다. 일어나세요!” 이런 평범한 문장은 얼마나 지루한가!
“6시입니다.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당장 일어나 글을 쓰세요!” 이것도 따분하긴 마찬가지였다. 더 멋진 알람이 필요해!
결국 아래처럼 근사하게 멋 부리는 문장을 알람으로 입력했다. 『슈퍼 해빗』에 따르면 재미도 있어야 습관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 나는 우선 작가라는 표현 대신에 용사 혹은 기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때 세계정복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 보자, 뭐 그런 의도와 목표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하하하. 나만 듣는 알람인데 뭐 어떤가! 유치해도 매일 들으며 세계 정복을 꿈 꿔야지! 그런데 며칠 전 한강 작가가 내 꿈을 빼앗아 갔다. 우리나라 최초 수상을 놓치곤 말았다. ㅠㅠ
자 이것들이 내 휴대전화의 보이스 알람의 설정이다.
좋은 습관을 키우려고
일부러 재미있고 야심 찬 내용으로 입력했다!
우연히 내 알람을 들은 딸은, 아빠는 정말 이상해,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딸은 얼마 전 스크리브너를 구매하여 내게 생일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이 스크리브너라는 프로그램은 초보자에게 친절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걸 배우기 위해서 상당히 끙끙거려야 했다. 구립도서관을 검색했다. 강서구 <곰달래 도서관>에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책이 있었다. 이 책을 대출하려면 <곰달래 구립도서관>까지 가야만 했다. 비극에 직면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구립도서관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대부분의 구립도서관 시스템 하나를 소개하자. 다음과 같다.
- 도서관은 보통 오전 9시에 문을 연다.
- 반납한 책은 당일 다시 대출할 수 없다. 하루가 지난 다음 날이 되어야 다시 대출이 가능하다.
- 그런데, 아침 9시 이전에 책 반납기에 책을 넣으면 전날 반납한 것으로 처리해 준다.
- 아침 9시 전에 책 반납기에 넣으면 전날 반납이 되므로, 그날 9시 이후에 곧바로 다시 대출할 수 있다. 8시 55분에 반납하고 9시에 입장하여 조금 기다리면 방금 반납한 책을 다시 대출할 수 있다!
나는 곰달래 도서관에 반납할 책이 한 권 있었다. 바로 『슈퍼해빗』이었다. 그런데 이미 한 번 연장했기에 더는 연장이 안 되고 그날은 반납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 좀 더 연구할 가치가 있었기에 다시 대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침 9시 이전에 가서, 반납기에 책을 넣은 뒤에, 도서관이 개장하면 즉시 다시 빌리기로 했다. 그래야 내 시간이 절약된다. 그리고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책도 함께 빌리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어쩔 수 없이, 오랜만에,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야만 했던 것이다. 8시가 좀 지난 시각에 지하철을 타고 곰달래 도서관으로 가고 있었다.
옆자리의 젊은 여자가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었다. 휴대폰 대신 책을 읽는 사람을 보니 괜히 반갑다. 나 역시 흐뭇한 표정으로 『슈퍼 해빗』을 다시 읽고 있었다. 젊은 여자는 놀랍게도 며칠 전에 내가 딸에게 선물한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있었다. 세상 참 좁다. 혼자 빙긋.
그런데… 갑자기… 지하철 안에서 아름답고 비장한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어,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인데, 했다. 앗, 이것은!
나는 당황해서 휴대폰을 찾기 시작했다. 배낭 안쪽 주머니를 뒤졌다. 없었다. 더듬더듬… 손에서 땀이 났다. 배낭 바깥쪽 작은 주머니를 살폈다. 알람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아침 출근길 사람들이 모두 내 휴대폰 보이스 알람을 경청했다. 이상한 표정을 짓거나 웃거나 혹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중얼거렸다. 사실 크게 외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
좋은 글을 써서 세계를 정복하자는 그런 의미인데…
이게 글을 쓴다는 뜻인데…
『슈퍼 해빗』에서 목표는 야심 차게 세우라 해서 그런 건데…
망했다 …… !!!
나는 졸지에 세계 정복을 꿈꾸는 사이코 정신병자 혹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날은 검정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 검정 선글라스 쓴 괴상한 중년 남자…
누군가 웃고… 옆자리 젊은 여자는 쳐다보고… 나는 딸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빠, 아빠 알람은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절대 안 돼. 큰일 나! ㅋㅋ”
딸이 진짜 내게 그렇게 경고했었다.
보이스 알람은 매우 좋은 기능이지만 외출할 때는 반드시 끄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끄고 다니면 습관이 안 생기잖아!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할 때
지하철에서
밤 11시에
이상한 알람 요정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중년남자가 졸고 있다면 아마 분명히 나일 것이다.
지하철 당산역 당산역입니다…
이때 울리는 알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