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떠나게 만드는 세 가지 부재에 관하여
왜 어떤 조직은 유독 퇴사자가 많을까
어느 날, 한 리더가 팀원들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그만두는 걸까?”
어느 날, 한 리더가 묻던 말이었다. 그 질문은 단순히 인력 유출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어쩌면 조직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려는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직장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들린다. 특정 부서나 팀에서 유난히 퇴사자가 많다는 것. 물론 계약 기간이 끝나서 떠나는 사람도 있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경력이 쌓인 정규직까지 하나둘 회사를 떠난다면, 그건 단순히 “업무가 많아서”라는 이유로 설명되기 어렵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일이 너무 많아서 버티기 힘든 거겠지.” 실제로 실무 중심의 조직이라면 처음 1년은 숨 돌릴 틈이 없고, 빠른 적응과 실전 감각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그 시기를 넘어선 사람들마저 퇴사를 결심한다면, 이유는 분명 다른 곳에 있다.
첫 번째, 리더십을 보여주는 리더가 없다.
많은 조직에는 ‘리더’라는 자리가 있다. 하지만 진짜 리더십을 가진 리더는 드물다. 직함은 리더십을 보장하지 않는다. 리더십은 관계 속에서 증명된다. 구성원들이 “저 사람과 함께라면 괜찮겠다”라고 믿게 만드는 힘, 그것이 리더십이다. 하지만 현실 속 리더들은 종종 “관리자”의 역할에 머무른다.
일을 잘하고 성과를 내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사람을 이끄는 일에는 서툴다. 구성원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뒷전이 되기 쉽다. 그래서 어떤 조직에서는 이런 농담이 돌기도 한다. “리더십 캠프를 의무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웃어넘길 말이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리더로서의 성장 또한 교육과 성찰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두 번째, 함께 만들어갈 미래 지향적인 비전이 없다.
열정적인 사람들은 늘 있다. 하지만 그 열정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모를 때, 그들은 가장 먼저 지쳐간다.
조직의 비전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지금 하는 일이 어떤 미래를 향해 있는지, 우리의 노력이 어떤 의미로 쌓여가는지를 보여주는 공동의 나침반이다. 비전이 공유되지 않은 조직에서는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왜 하는지는 모른다.
성과는 쌓여도 방향이 없으니, 구성원들은 ‘나아간다’기보다 ‘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리더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다. 함께 이야기할 용기다. 비전이 옳든 틀리든, 그것을 구성원과 나누는 과정에서 신뢰와 공감이 생긴다. 그 대화의 시간 없이, 일방적인 지시와 단기적 목표만 존재한다면 조직은 결국 제자리에 머문다. 비전 없는 조직은, 바람 없는 돛단배와 같다. 노를 저어도, 결국 제자리다.
세 번째, 개인의 업무와 직무에 대한 존중이 없다.
퇴사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내가 하는 일을 아무도 존중하지 않아요.”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행정적인 일, 반복적인 실무, 조율과 관리처럼 보이지 않는 일들까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업무가 ‘하찮다’는 인식이 퍼져 있으면, 그 일을 맡은 사람은 점점 효능감을 잃는다.
존중이 사라지는 순간, 일은 노동이 되고, 사람은 소모품이 된다. 리더가 구성원의 역할과 노력을 인정해 주는 순간, 그 일은 다시 ‘가치’를 가진다. “그 일이 있었기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 한마디가 사람을 붙잡는다. 경험 많은 구성원들이 조직을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와 전문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이 이야기를 반대로 세워보면,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보인다.
첫째, 리더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실행이 있어야 한다.
둘째, 조직의 비전과 방향성이 설정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셋째, 구성원의 업무에 대한 존중과 인정 그리고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문제를 가진 조직일수록 겉으로는 매력적이다. 채용 공고를 내면 수많은 지원자가 몰리고, “들어가고 싶은 부서”로 불린다. 그만큼 좋은 인재들이 모인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사람들을 뽑아도,
그들이 오래 머물지 못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을 잘 뽑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데려왔다면, 이제는 그들이 머물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아직 리더의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언젠가 그 자리에 서게 된다면 이 세 가지 — 리더십, 비전, 존중 — 만은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지 그리고 조직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이안 영 Ian Young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