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공유하다 - 포기하고 싶었다.

내가 영원히 바보가 된 줄 알았다.

by 이르스IRS
우울한 감정이 최소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든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에 전화를 하시거나 지역정신건강센터 혹은 학교 내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 우울했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현재 힘겨운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에게 이겨낼 수 있는 근거가 되어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힘들었던 저도 이겨냈으니 적절한 도움과 조치가 있으면 훨씬 건강한 생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울증 증세가 있고 나서부터 머리가 굳은 것처럼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거나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원래 책을 좋아했는데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분야의 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다. 해야 할 일도 있었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머리가 멍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동안은 정말 집에서 유튜브만 본 것 같다. 교회까지 갈 정도의 힘도 없어서 집에서 온라인으로만 예배를 드렸던 것 같다. 가끔 몸을 움직이고 싶으면 공원 가서 산책 조금 하는 것 정도가 그때 내 체력의 한계였다.


공원에 가고,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서 유튜브 프리미엄 기능으로 보고 싶은 영상들을 다 다운로드해서 들었다. 그 영상들은 전부 우울증, 번아웃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울증과 번아웃의 증상은 어떤 게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 혼자서도 이겨낼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어떤 영상에서 말한 우울증 증상이 내가 느끼는 것과 다르면 '우울증이 아닐 수도 있겠는데?' 하면서 희망을 가졌다가도 다른 영상에서 내가 느끼는 증상과 같으면 우울해졌다. 혼자 이겨낼 수 있을까 싶어서 방법들을 찾아봤는데 모두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참고로 내가 증상을 인지하고도 3달 정도 늦게 병원에 가게 된 이유는 어떤 영상에서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고 걷기 같은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우울증이 아니다'라는 말을 전문가에게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그나마 더 빨리 갈 수 있었을까.


머리가 바보가 되니까 삶의 의욕도 굉장히 떨어졌다. 내가 떠올리는 그 어떤 사람과 나를 비교하더라도 내가 잘난 것은 하나도 없었고, 내 우울 기록 메모에 적힌 그대로를 적자면 '길을 걷다 마주치는 그 누구와 삶을 바꾸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행복할 것 같았다'. 집중도 안 되고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생각이, 믿음이 들어서 정말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이렇게 평생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어떤 방법으로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해본 적도 많았다. 열차나 차에 뛰어드는 것은 기관사나 운전자에게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뒷처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민폐일 것 같았고, 한강에 뛰어들면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구조되거나 내 몸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있을 것 같았다. 또 내가 사라지면 주위 사람들이 너무 아파하고 힘들어 할 것이 뻔했기에 그냥 없었던 사람처럼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끝나게 됐다. 게다가 그저 생각으로만 끝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자살은 스스로를 죽이는 거라 무조건 지옥에 간다고 교회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진짜 지옥만큼은 가기 싫었기에 생각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정말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힘듦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가끔 그들이 하는 말이 '다들 살면서 죽는 생각 평소에 하지 않아?'라는 얘기였다. 아픔으로 인한 증상인데 그것이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당연한 것으로들 생각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학교나 지역에 있는 심리상담센터에 연락해보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린다.


다음부터는 내가 병원에 다녔던 이야기와 상담센터를 방문하고 다녔던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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