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공유하다 - 정신건강의학과 처음 간 날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병원 갈 정도인가 싶었다.

by 이르스IRS
우울한 감정이 최소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든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에 전화를 하시거나 지역정신건강센터 혹은 학교 내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 우울했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현재 힘겨운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에게 이겨낼 수 있는 근거가 되어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힘들었던 저도 이겨냈으니 적절한 도움과 조치가 있으면 훨씬 건강한 생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울증 증상으로 3-4달 정도 고생하다가 결국 병원에 가기로 했다. 원래 가려고 마음 먹었던 건 아니고 언젠가 가야겠다고만 생각하다가 우연치 않은 계기로 예약을 하고 바로 그날 진료를 받았다. 정확히 20년 9월 30일이었고 나는 21년도 12월 초까지 정신과 약을 먹었다.


계기는 그렇게 크지 않다. 주위분 중 한 분이 내가 너무 힘들어하고 계속 부정적인 말을 꺼내놓으니까 상담 한 번 받아보라고 했다. 그분도 상담치료를 받고 나서 좋아진 사례를 가까이서 접했기 때문에 나한테 상담치료를 추천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병원에 가서 하는 상담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갔던 것이다. 잘못 알아들은 것이 결과적으로는 내가 건강해진 계기 중에 하나가 되었다는 게 조금 신기하다.


원래는 그날 가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그날 알바몬 온라인지원 했던 곳에서 연락이 와 교육 받으러 오라길래 갔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사무보조 알바였는데 교육을 듣고 나니까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만드는 노가다 알바였다. 교육을 듣고 나서 알바를 하고 싶은 사람은 나와서 명단에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적으라길래 나는 적지 않았다.


집으로 가려고 역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상담 받아보라고 했던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지금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할 게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 마음건강과 함께 망가져있던 장 건강 때문에 자주 다니던 내과가 있었는데 그 병원 원장님께 정신과를 추천 받아놨었다. 그 내과는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다니던 곳인데 워낙 진료를 잘 봐주시고 오랫동안 의사로 계셨던 분이라 원장님께 추천 받으면 좋은 곳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했더니 병원에서 6시에 진료가 끝나는데 초진이면 1시간 전에는 와야 한다고 했다. 예약은 따로 안 해도 되는 거 같아서 바로 갔다.


가는 길에 계속해서 고민했던 건 내가 정말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아프고 힘든 걸까 하는 생각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는 것도 아니었고 취직할 때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 당시에 봤던 자료들에서는 취직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내가 그렇게까지는 안 아픈 것 같아서였다. 내가 괜히 호들갑 떠는 것 같았고 괜히 약 타서 먹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왕 가기로 한 거 가보기로 했었다.


내가 그때 남겨놨던 메모에는 병원 건물에 들어갈 때 내 바로 앞에 할머님 한 분이 먼저 올라가셨다고 되어 있다. 정신과라서 진료가 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순서가 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긴장되는 첫 진료를 받게 됐다.


들어가서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죽 얘기했는데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정말 횡설수설했다. 이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저 얘기를 했던 건 기억이 난다. 조금 듣고 있던 의사 선생님은 내게 두 가지 검사지를 내미셨다. 간단한 검사 하나, 자세한 검사 하나 해서 두 개였는데 두 검사 다 내가 우울증이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심지어 초기도 아니고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하셨다. 그래서 약을 지어줄테니 3일 정도 먹어보고 다시 오라고 하셨다. 내가 먹었던 약 종류는 따로 적어놨던 것 같은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약을 먹는 동안엔 속이 울렁거릴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약 20분 정도 진료를 받고 나와서 3일치 약을 받았는데 16,600원을 냈다. 정신과가 비싸다고 들어서 10만 원까지도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담과 병행하는 곳이면 꽤나 비싸다고 하더라.


병원에 다니면서 느꼈던 약 효과에 대한 글은 이후에 적기로 하겠다. 내가 지금처럼 건강해질 수 있었던 건 저번에도 적은 것처럼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한 덕분이었다. 다음 글에는 첫 상담치료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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