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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르스IRS Nov 05. 2022

학습을 온전히 아이에게 맡기는 '언스쿨링'

언스쿨링에 대한 개념과 그에 대한 내 생각

올해 초쯤에 우연히 채널A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새끼' 영상 하나를 보게 됐다. 유튜버 신사임당이 자녀 교육방식으로 '언스쿨링'을 선택했다며 실제로 신사임당과 아내가 어떻게 아이를 교육하는지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내가 본 장면은 신사임당의 아이가 한자 공부를 하다가 더 공부하고 싶어 하지 않자 아내가 책을 덮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공부 과목으로 넘어가는 장면이었다.


언스쿨링 방식은 학교 교육은 아이의 잠재력과 능력을 온전히 발전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홈스쿨링은 알아도 비슷하게 생긴 '언스쿨링'이라는 낯선 단어를 보니까 호기심이 생겼다.


검색해보니까 제일 위에 한국언스쿨링연구소라는 곳이 나왔다. 시작은 외국이었지만 그것을 우리나라에서 연구도 하고 홍보도 하는 곳 같았다. 그 사이트에서는 언스쿨링의 개념을 '학교가 없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언스쿨링에서 강조하는 것은 아이의 학습욕구와 학습능력이 어떤 외부의 강압과 통제 없이도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먼 옛날부터 인류는 학교 같은 기관이 없어도 자기교육을 통해서 충분히 성장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적어놓았다.


또한 아이들이 학습을 할 때 통제를 받고 강요를 당하면 학습에서 오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학교는 아이의 효과적인 학습에 오히려 방해가 되므로 학교를 자퇴시키고 아이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핵심적인 주장이 있는 것은 알겠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정의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웠다. 애초에 적어놓기를 '언스쿨링의 개념을 묻는 것은 사랑이나 행복의 정의를 묻는 것과 같다'고 적어놓은 만큼 언스쿨링의 정의는 주관적이라고 말하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있기를 바랐는데 조금 아쉬웠다.


그 외에도 몇몇 글을 더 찾아봤는데 '학교를 다니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한다'와 같은 시사점은 얘기하고 있지만 장단점에 대해 확실하게 알기는 어려웠다. 시도된 지 정말 얼마 안 된 우리나라 사례에 대한 자료만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개념이나 핵심적인 생각은 알 수 있었으니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일단 나는 내 자녀들에게 언스쿨링을 시켜보고 싶다.


그 이유 첫 번째로 현재 학교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수준과 발전 수준에 맞춰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사는 공무원이라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진급도 하고 연봉도 오른다. 그래서 보통 교사는 자기계발에 대한 의지가 낮을 것이다. 게다가 고지식하면서도 학생과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이 아직 많고 보통 연차가 높다 보니 영향력도 클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무난하고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고 튀거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한다. 솔직히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 교사를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게다가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자기 사람들을 챙기려고 하는 것 같다. 나오는 정책들이 어째 깊게 알아보지도 않은 것 같고 교사, 학생들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더더욱 들은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매일 새로운 발전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있는 시대에 발전이 느린 교육기관에 자녀를 맡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 어린아이들이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하는 걸 잠깐 본 적이 있는데 그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나 설계도를 보지 않고도 다양한 장치나 건물을 만들고 있었다. 그만큼 많이 해봐서 그럴 수도 있지만 시간을 많이 들이더라도 재능이 없으면 보여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또 나는 IT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동기들 중 초등학교 때부터 흥미를 붙여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외주를 받아 돈을 벌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마인크래프트로 만든 건축물. 블록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전문지식이라고 해서 꼭 고등학생, 대학생이어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오히려 무엇을 하는지보다 아이가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닌 이상 그 자체로 존중해주고 관심 가져주고 믿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어린 아기가 걷는 것을 연습할 때 넘어진다고 해서 혼내지 않는 것처럼 실수, 실패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니고 그 경험을 가지고 고민하고 다시 도전하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러면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갈 것이고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기가 잘하는 것을 알게 될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단지 책을 읽는 습관과 읽을 수 있는 능력만큼은 길러주고 싶다. 학교에서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을 필수적으로 가르치는 이유는 각각 생각을 공유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 역사와 현재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원리를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데 이 모든 것은 독서를 통해 일정 수준까지는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천부 재능에 따라 어느 분야를 더 잘 이해하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언스쿨링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언스쿨링을 선택한 부모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얘기도 보게 됐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과목이나 배우는 시간 등을 맡기는 건 있지만 알아서 배우라고 놔두는 건 아니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학습 시간에는 옆에서 계속 같이 있어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상과 현실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역시 좋으면서 쉬운 건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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