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자산가인 엄마는 전 재산을 하나뿐인 아들에게 모두 증여했다. 혼자 살던 엄마는 조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혼자 살겠다는 엄마를 옆집으로 이사시켰다.
<옆집 사는 엄마>는 모든 돈을 아들에게 주고도 아픈 엄마는 결국 딸이 돌보는 속 터지는 이야기다.
아무에게도 하고 싶지 않았던 일상의 이야기,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나를 대단한 효녀로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착한 딸도 아니고, 엄마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원망과 미움이 더 깊었다. 엄마와 지낸 5년은 어쩌면 지긋지긋한 애증의 관계를 끊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서로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고령화 사회, 노인 빈곤층의 자살률이 높아가는 지금, 치매 노인에 대한 편견으로 치매는 가족들을 괴롭히는 끔찍한 병으로 오해한다. 치매 진단을 받자마자 요양원부터 알아보는 지인을 볼 때, ‘치매가 그렇게 끔찍한 병은 아니야’라는 말을 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 남의 일에 나서지 말자.
엄마를 요양원에 입소시킨 지 1년이 되었다, 엄마가 요양원에 계시니 다들 편해졌겠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고 나서 나는 아프기 시작했다. 엄마가 없어지자, 불면증에 시달렸다. 잠을 못 자니 목디스크가 재발했다. 모든 염증이 다시 터지기 시작했다. 목이 붓고 방광염이 재발하는가 하면 눈에 실핏줄이 터져 붉은 눈으로 다녔다. 몸이 아프자, 한 없이 우울해졌다.
천장만 보면서 누워있는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후회했다.
가장 후회하는 일은, 그깟 돈 때문에 심하게 싸우고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버린 일이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엄마를 생각했다면 그렇게 모질게 하진 못했을 일들이었다. 그런 일들을 낱낱이 고백하는 이유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죽음 앞의 생, 치매에 대해 몰라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현명하지 못하고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많이 실수했다.
요양원에 갈 때마다, 말을 잃은 엄마를 보면서 나는 자주 울었고,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할 때가 많다.
엄마와 산 5년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혹시 아픈 엄마를 모시고 계신 분들은 나는 이렇게는 하지 말아야겠다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저런 철부지 딸도 엄마를 돌봤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나는 엄마를 사랑하지도, 엄마와 정도 깊지 않다. 그래도 5년을 옆집에 살면서 지독하게 싸웠으며 긴긴밤을 보냈다. 그 시간들은 후회스러운 잔상을 남기기도 했지만, 어쩌면 모르고 지나갔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오래 사는 것이 복이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
-부모나 본인이 치매에 걸릴까 봐 두려우신 분들,
-아프면 안락사시켜 달라고 말하는 분들이 이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
오래 사는 것은 복이고,
부모님이 치매에 걸린 것은 늙어가는 과정일 뿐이며,
삶은 거의 대부분 아프고 쓰리다.
아픈 부모를 모시면서 죽도록 후회하고 너무나 큰 실수를 한 지난 시간들을 고백하면서 나는 또 많이 아플지도 모른다. 그러나 용서받고 싶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고작 <그런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하고 돌아선다 해도
나는 꼭 알려주고 싶다. 이렇게는 살지 말라고.
요양원을 보내기 전, 부모님과 꼭 일 년만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