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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 May 19. 2024

옆집 사는 엄마

8. 망하는 길

“주사님, 오늘 시간 어때요?”

나는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할 때 친하게 지내던 언니들을 불러냈다. 출장소 민원실에서 일할 때 구*, 샤* 이미테이션을 만들어 제작해 주는 업자들이 팸플릿을 돌리면 우리는 우르르 따라 나가 가격은 보지도 묻지도 않고 사곤 했다. 언니들은 물건을 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나는 형부의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으로 골라 입었다. 곱게 화장도 했다. 손톱도 깨끗이 정리하고 머리도 세팅했다. 깔끔하고 우아해 보이도록 꾸미고 나섰다.

“오랜만에 보니 왜 더 어려졌어?”

“옷 이쁘다? 어디서 산 거야?”

“우리 형부가 가죽 하잖아요! 수출만 하는데, 이번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한* 제작한다고 해서 몇 개 빼달라고 했어요. 한두 개는 빼 줄 수 있는데, 사이즈는 알아서 줄여 입어야 해요. 저도 몇 장 없어요. 다음 시즌 백화점 들어간대요.”

“얼마나 하는데?”

“원단값만 받고 줘야지. 우리가 뭐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가죽옷을 출장소 여직원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옷을 팔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소문이 돌았다. 언니들은 도와준다고 마사지 , 미용실 원장, 부동산 사장님 등등 옷 좋아하고 명품 좋아하는 여사님들을 소개해주었다. 처치 곤란한 옷을 치우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재미도 있고 돈도 벌었다.

나는 신이 나서 부르는 곳으로 옷을 싸 들고 출장까지 갔다. 그러나 옷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예쁘고 좋은 옷은 금방 나가고 점점 갈수록 좋은 옷이 없었다. 그러자 구매력이 확 떨어졌다. 나와 관계를 맺은 사장님들은 최신 유행의 디자인과 입고 싶은 옷들을 사진으로 보냈다. 나는 엄청난 서비스 정신으로 고객이 원하는 옷들을 사러 동대문 새벽시장을 찾아다녔다. 형부 옷을 판 돈 반은 언니에게 보내주고 나머지 반으로는 신상 옷을 떼다가 팔기 시작했다.


 동대문 새벽시장까지 다니면서 떼온 옷은 10벌을 팔면 잘 팔아도 2 ~3벌은 재고로 남았다. 나 같은 초보 장사꾼에게 새벽시장 상인들은 소매가격으로 옷을 팔았다. 난 옷을 비싸게 떼어와서 싸게 팔았다. 형부의 재고 옷을 팔려고 나왔는데, 오히려 형부의 재고에다가 동대문에서 내가 사 온 옷의 재고까지 더 불어난 형국이 되어버렸다. 옷이 줄지는 않고 우리 집까지 옷 봉지가 굴러다니자, 남편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도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야? 돈 벌어서 옷을 또 사 오면 어떻게 하라고? 있는 옷을 다 팔고 옷을 사 오던지! 형부 옷도 미치겠는데, 동대문 옷까지 두 배가 됐잖아! ”      

 집안을 돌아보니, 집안에 풀지도 않은 옷 보따리들이 베란다며, 방을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옷보따리를 둘러업고 수백 벌을 팔았는데도 통장에 잔액은 바닥이었다.

엄마네 집에서 우리 집으로 옷상자를 이동시킨 꼴이었다. 엄마처럼 나도 옷 봉지를 치우고 누울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우울한 기분으로 일단 잠이나 자자고 누웠다. 그러나 숨이 막히고 잠이 안 왔다.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 방법이 있잖아!     

 “이젠 모든 게 다 해결됐어. 진작에 그렇게 할걸!, 여보 걱정하지 마! 내일까지 싹 다 비워 놓을게! ”      

나는 신이 나서 엄마네 집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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