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쓰지?
도대체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말하고, 나는 자주 엎드려 그림을 그렸다.
뭐 하냐? 고 식칼 들고 있던 엄마가 닭을 썰다가 물어보았다. 그러면 저 바보 같은 게 뭘 하겠어라고 나를 무시하며 둘째 언니가 내 공책을 흘끔 보았다. 그리곤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개그욕심이 있는 나는, 내가 쓴 글을 읽고는 맞춤법과 띄어쓰기와 문법을 고쳐주며 으스대던 재수 없던 둘째 언니가 내 그림을 보고는 피식피식 웃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못 그려도 계속 그렸다. 그리고 그림 속의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이상하게 글은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쓸수록 쓰기가 힘들어졌다.
그런데, 그림은 잘 그리지 못해도 어설퍼도 그리고 있으면 행복했다.(한때는 필명을 최그리다로 쓴 적도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고 있으면 식은땀이 삐질 삐질 나고 가슴이 따끔거렸지만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비웃어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어설프게 끄적인 그림은 늘 사람이었다. 동그라미를 그린 후에 나는 눈을 아주 커다랗게 그렸다. 눈 속엔 늘 별을 그려 넣었다. 입은 말도 못 하게 작게 그렸다. 머리카락은 어김없이 고불고불 길게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림 속 아이를 무척 아꼈다.
내가 그린 사람은 헤어진 친구이기도 했고, 나를 가르친 선생님도 됐다가 서른여덟에 날 낳아 젖도 한번 물려보지 못한 엄마와 일찍 세상을 등진 아빠가 되었다. 나중엔 내가 그토록 용서하지 못했던 내 리바이스 505 청바지를 입고 집 나간 언니기도 했고, 양말 벗기라고 큰소리치고, 말을 안 듣는다고 이불 뒤집어 씌우고 패던 큰 오빠도 되었다. 그렇게 그림은 나에게 글이 되었고 나는 그들과 하루 종일 떠들곤 했다.
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