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by 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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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 스리 윤슬이 너, 자니?

새벽 3시에 온 전화는 술 취했거나 취하고 싶은 사람이다.

오순미다. 오순미라면 취한 거다.

아니, 왜?



너 알지? 남편이 올해 나 바람수가 있다고 일본 출장까지 따라온 거.

그래, 너 일본출장, 강팀장이랑 단둘이 가는 거였잖아. 남편 잘 따라갔지. 둘 다 위험했어.

너도 나를 그런 여자로 보는구나. 그렇지?

강팀장 부인한테 전화가 왔어. 자기, 남편을 만나느냐고, 출장 가기 전에.

나는 그. 런. 여자가 아닙니다.라고 했어. 강팀장이 나한테 사귀자고 하고 막 그랬거든, 나 싫지 않았거든.

그런 여자는 뭔데?


나는 웃긴다고 생각했다. 명품과 남자 없인 하루도 못 견디는 오순미가 할 소린 아니라고 생각했다.


몰라 몰라, 아무튼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 했어. 재수 없어서, 강 팀장 하고도 싹 정리했어!

그럼 됐지, 뭘?

나 사람을 죽였을 수도 있었어. 큰일 날 뻔했어. 오순미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바람 수가 있다고 남편이 의심하기 전의 평범했던 그런 여자였다면. 내가 그 여자를 죽였을 거야.

무슨 말이야? 네가 왜 그 여자를 죽여?

강팀장 부인이 목을 맸어. 장례식장 갔다 오는 길이야.

오순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술에 취한 게 아니었다. 오순미는 죽은 여자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순미의 말을 듣던, 나는 숨이 막혔다. 내 목을 검은손이 틀어쥐고 있는 것 같았다.

오순미는 속사포처럼 빠르게 다음 이야길 토해냈다.


강팀장은 나랑 정리하자마자 발정 난 개새끼처럼 신입사원 꼬셔서 사귀더라. 나도 아주 오만정이 다 떨어졌어. 그게 딱 걸려서 부인이 목을 맸대.

남편이 바람수를 꼭 잡아줘야, 내가 산다고 했어. 점쟁이가. 그 말 때문에, 나는 그런 여자가 될 수 없었을 뿐이었어. 나도 걸릴까봐, 불안했어.


자라, 자. 여자는 사랑 때문에 목을 매진 않아.

다 핑계야.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들었나 보다. 그 여자. 기댈 곳도 비빌 언덕도 없고.

그렇고 그런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다 이유가 있겠지.

다른 생각 말고, 오늘은 그만 자라. 자.


나는 전화기를 껐다.

엄마가 목을 맨 이유가 아빠의 바람기 때문이라고 어른들은 어린 나를 앞에 두고 말했다.

아홉 살이었던 나는 그런 아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었다.

나는 엄마가 죽은 다른 이유를 찾아 노트에 꾹꾹 눌러 적었다.

엄마가 죽어야만 하는 이유는 백개도 넘었다.


나는 그렇게 살았고 엄마는 죽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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