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침묵의 달인

나의 돌

by 바비




KakaoTalk_20250811_225147329.jpg


예순두 살의 박상용은 아이가 셋이다. 혼자 벌어 넷이 쓰려니 쪼잔해졌다. 생활비 백 오십 주면서도 잘도 말한다, 어이 그 빵은 왜 두 개나 샀어? 몸에도 안 좋은데, 거 탄산음료는 왜 세 개나 샀어? 노브랜드에서 장 봐온 아내 장바구니를 뒤적이며 백 원 이백 원을 따지고 드는 박상용에게 김정화는 사이다를 집어던졌다. 사이다는 박상용의 발 위에 떨어져 요란하게 뿜어져 나왔다. 내가 이것도 못 먹나? 세일해서 하나에 280원이다 280원 씨발놈아 팽하고 돌아서는 김정화가 방에 들어갔다. 사이다에 발을 찧은 발톱이 까맣게 죽은 박상용은 입을 닫았다.


언냐, 거 돌덩이 치워 뿌려라, 언니가 뭘 잘못했나?


남일이라고 쉽게 말하지 마라, 내라고 돌땡이 안 치우고 싶겠나?

내는 그냥 적응하고 살려고 노력 중이다.

원래 이리 가슴이 답답한 게 정상 부부인기라, 결혼한 지 4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답답한 거믄 내도 문제지, 아직도 적응이 안 된 내 탓도 있다 안카나? 괘안타. 다 그런기다. 내는 언니가 더 답답타. 내 가트믄 고놈의 쌍용인지 돌땡인지, 확 내던지고 자유롭게 살끼다. 자슥이 셋인데 자유가 어딨노? 자유로운 여편네들이 미친기다. 니도 괜히 바람 들지 말고 남편에게 적응하고 잘 살래이, 이젠 저놈의 돌덩이 없으믄 자슥 셋이 이리 날 챙기겄노? 분당 어디 큰 회사 댕기는 딸년도 내 양말 한 짝도 못 사신은 거 알고, 보너스 받으면 돈 보낸다, 옷 좀 사 입으라고 쌍용이 안 사줘도 다 들어온다 둘째 놈도 내 사는 거 보고 똑바로 큰기라, 막내 고거 슨 내 사랑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게 신통하기만 허고, 그러니 내를 사랑하시는 신이 절대 박쌍용이 안 치워 줄기다. 죽을 때나 쌍용이 내 손으로 치워줘야지 고 돌땡이가 자슥들 잘 키우고 날아가지 않게 단디 묶어준 거라, 고거 치워 뿌리맨야 속이야 시원 컸지만 허전할 거 같데이. 답답한 것도 적응되니 그런갑다. 한다. 내가 박상용이 아니믄 얼매나 오만방자한 여자로 살았겄노? 자슥 셋이 다 대기업 댕기지, 착하지 내 자슥자랑은 아니다만, 네는 알자? 내 십자가는 저 박쌍용이 하나뿐다. 저놈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감사하다, 내는 행복하다, 내가 사람답게 사는 것도 저 씨발 놈의 쌍용이 땜이다.


박상용과 김정화는 1년째 침묵 중이다. 둘은 서로를 감당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날마다 기도 한다. 박상용과 김정화는 돌댕이 가슴에 하나 씩 안고 어제보다 겸손한 사람으로 매일 매일 더 겸손하게 새로 태어난다.

keyword
이전 04화4.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