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덕희

슈퍼씨발년의 탄생

by 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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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덕희의 꿈도, 둘 다 늘 병약한 여주인공이었다. 드라마로 치면, 바람만 스쳐도 쓰러지는 하늘하늘한 그 타입. 덕희는 얼굴이 희디희여서, 백옥도 “저건 너무 희다” 하고 돌아눕겠다고 할 정도였다. 젊고 예쁠 때, 사랑 한가득 받고 스르르 죽어주면 그림이 딱 나오겠다는 표정으로 살았다. 그런데 남자애들이 덕희를 곱게 둘 리가 없었다.



애들은 뒷덜미 잡고 끌어안기, 새 구두 숨기기, 머리채 잡아당기기 같은 못된 장난을 밥 먹듯 했다. 덕희는 울기보다는 손이 먼저 나갔다. 따귀는 또 얼마나 호쾌하게 날렸던지, ‘우아한 쓰러짐’이 아니라 ‘발칵 뒤집기’의 여왕이었다. 남자애들은 여잔데도 봐주지 않았다. 대신 “이 언니 쓰러지면 골치 아프다” 싶어 슬쩍 몸을 사렸다.

그래도 욕은 찰지게 했다. 우식이는 덕희를 “씨발년”이라고 불렀고, 경식이는 그 앞에다 “슈퍼”를 덧붙였다.

“슈퍼는 또 뭐냐?” 내가 물었다.
“야, 씨발년만으론 약해. 남자도 앞에 슈퍼 붙이면 슈퍼맨 되잖아? 큰 가게도 슈퍼마켓이잖아. 그 슈퍼를 욕에 붙이면… 천만 배 파워 업이 되는 거지. 슈퍼 씨발년!”
경식이는 영어선생님 아들답게 혀를 똬리 틀듯 꼬아 알파벳까지 들먹였다. 설명이 묘하게 그럴싸해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덕희에겐 항상 ‘슈퍼’ 접두사가 붙었다. 슈퍼떡, 슈퍼개년, 슈퍼쌍년… 욕이 화려해질수록 덕희는 더 빛이 났다.


아빠는 “말에는 힘이 있다”라고 했다. 진짜였다. 덕희는 ‘슈퍼’가 붙을 때마다 슈퍼 파워를 얻은 듯했다.

“더! 더 해봐!” 덕희는 벨벳 원피스를 입고, 뺨이 복숭아처럼 붉어진 채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슈퍼 힘이 실린 손바닥으로 남자애 뺨을 짝—! 때렸다. 남자애들은 그 소리를 듣고, 덕희가 한 발만 다가와도 기겁하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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