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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Jul 28. 2019

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있을까

문득 삶에도, 사랑에도 많은 색깔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어느덧 계절은 겨울, ​남은 달력은 겨우 두 장뿐이다. 이번에는 당진으로 향한다.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라라 랜드 OST를 재생시킨다. 네 사람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차 안 가득 번진다. 사랑하는 이들의 미소가 있는 곳이라면, 우리는 어디서든 행복해질 수 있다. ‘당진’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지나 삽교호 놀이동산에 도착한다. 놀이기구와 거리가 먼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침을 삼킨다. 자이로드롭 입구. “타자, 영아. 내 소원이야. 응?” 애원하는 가진이의 말에도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해질 무렵. 바닷가가 보이는 마을의 언저리에 닿는다. 이미 해는 반쯤 넘어간 상태. 일몰을 천천히 즐기기로 한다. 바다가 보이는 곳 반대편에는 어스름이 내려 어둠이 짙게 물들고 있었다. 양 옆에서 불어대는 바닷바람에 추위가 엄습한다. 한낮에는 봄이더니 밤이 되자마자 겨울이다. 친구가 챙겨 온 핫팩 덕분에 수족냉증의 파국을 면한다. 언 몸을 녹이며 근처 바다를 찾는다. 모래사장 위의 발자국이 갈색 파도로 일렁였다. 폭죽을 터뜨리면서 당진의 밤을 장식했다. 바닷가에 놀러 온 아이들은 참새처럼 짹짹 소리쳤고 나란히 선 어른이들 또한 폭죽 소리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다시 돌아온 대전, 복귀를 하루 남긴 밤에 떡볶이 가게로 향한다. 그는 주문대 앞에서 망설인다. “너 튀김 잘 안 먹잖아. 그럼 뭘 더 시킬까?” 결정에 서툰 나는 음식 앞에서 확고해지곤 한다. 특히 그와 함께할 때는 더더욱. “참치 샐러드 컵밥, 으음. 그리고 순대 먹고 싶어.” 어쩌면 모든 건 당신 덕분일지도 모른다.

식사를 마친 후 산책에 나선다. 얇은 빗방울이 머리 위를 촉촉하게 적시고 자욱한 안개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날만큼은 스산하고 우중충한 밤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솔숲에 내린 안개 뒤로 희미한 사람들과 거리가 보였다. 목적지에 닿자마자 신발을 벗고 발을 씻는다. 가까이에 족욕장이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소소한 취미가 같다는 것 또한.


문득 삶에도, 사랑에도 많은 색깔이 있다는 말이 떠올라 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있을지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의 무한한 선상 위에 뜨겁기도, 차갑기도, 가끔은 미지근하기도 한 그와 나의 온도를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시간이 흐르고 두 마음의 빛이 바래도, 지금처럼 많은 색으로 다채롭기를, 계절이 변하는 것을 느끼듯 살아 움직이는 서로의 온기를 잃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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