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첫 사회의 발을 내딛다.
내가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디딘 건 프리랜서부터였다.
'나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을 하고 싶어'
'나는 회사가 시키는 대로 말고, 내가 진정성 있게 스스로 일을 해내고 싶어'
그때의 내 나이 스물다섯 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순진했다.
프리랜서의 종류는 무수히 많은데, 내가 하는 일은 센터 두 곳과 계약해서 아이들을 상담하는 미술치료사(미술심리상담사)였고, 1주일에 1번씩은 지역아동센터에 봉사활동을 가기도 하며 나름 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확실히 프리랜서로 시작했을 때는 사실 두려움보다는 만족감과 설렘이 더 컸다. 일정과 시간을 비교적 내가 원하는 대로 조율할 수 있었고, 센터 담당자분들의 터치가 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터 두 곳이 나라에서 지원받는 금액이 줄어들고 수익이 줄어들자 나에게도 그 압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프리랜서라서 일을 하는 만큼 돈을 벌었다. 그 당시 아직 돈에 대한 욕심보다는 자유로운 시간을 더 좋아하던 어린 나였기에, 일하는 시간도 수, 목, 금, 토 주 4일로 정했었다. 그래서 수익 자체가 그다지 크진 않았지만 먹고 살기엔 큰 문제가 없었고, 좀 더 적응하면 그때 일을 늘리면 된다며 살짝 여유도 부렸었다. 그런데 나와 계약한 센터 두 곳 중 한 곳에서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까지 너무 고마웠지만 센터 사정상 더 이상의 지출을 부담할 여력이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계약을 진행하던 거래처 한 곳을 잃었다.
그리고 나와 계약한 또 다른 센터에서는 센터 자체의 수익이 줄어든 스트레스를 그곳에 다니는 모든 프리랜서들에게 풀었다. 먼저 급여가 계속해서 미뤄졌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담당자는 나이가 지긋하신 60대 프리랜서 선생님께도 언성을 높여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리랜서들의 개인 시간에도 관여하며, 결국 무료봉사까지 강요했다. 그러자 여러 명의 프리랜서들이 부당함과 수치심을 느꼈고, 결국 그 센터는 수많은 프리랜서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나 역시 그만뒀고, 나의 2년여간의 프리랜서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이들과 부모님들과의 상담 일은 내게 너무 큰 보람과 배움을 주어 행복한 경험이었지만, 그 시간마저도 계속해서 침해하고 관여하는 센터의 모습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더 대우받고 안정된 곳에서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게 낫지 않나?'
그렇게 점점 프리랜서 생활에 회의감을 느껴 결국 일반 사무직으로 이직했다.
물론 프리랜서마다 상황은 다르다. 지금도 내 주변에서 프리랜서로 수백수천 그 이상을 버시는 분들이 많고,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활용하시는 분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나는 상담 프리랜서직을 관두면서 그 당시 센터에서 겪은 일들이 내겐 너무 큰 충격과 실망이 되어, 더 이상 상담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케팅 부서 정직원으로 이직하게 되었고, 상담 일은 가끔 봉사활동으로 따로 하게 되었다.
정직원은 확실히 안정적이었다. 경력이 쌓이며 연봉도 높아졌고,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었던 연차와 9시 출근, 6시 칼퇴근은 달콤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그만한 대가가 있는 법이었다. 일정 금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만큼 성과를 내야 했고, 6시 전까지 매일매일 그날의 일과를 보고해야 했다. 만약 오너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지적을 받고, 오너의 생각에 맞춰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오너와 나와의 1대 1 관계가 아닌, 다른 직장동료와 상사도 얽혀있는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적당한 성과를 내야 했다. 말 그대로 적당한 성과. 상사가 있었기에 너무 튀지도 않아야 하며, 그렇다고 너무 일을 못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중심 잡기가 매일 반복됐다.
오너와 상사 사이에서 그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가치관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던 나는 점점 변해갔다.
' 혹시 내 의견을 별로 마음에 안 들어하시면 어떡하지?'
' 눈치 보이니까 뭐라도 하자 '
내 의지로 능동적으로 일하던 과거와 달리 나는 점점 눈치를 보게 됐고, 내 의견보다는 그들의 의견에 맞춰 생활하게 되며 자존감과 자신감도 낮아졌다. 이러한 날이 반복되자 예전부터 꿈꿔왔던 사업을 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 스스로 노력해서 일궈내는 성취감을 느끼면서 즐겁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동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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