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의 차이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용감하다고 했다.
나는 퇴사 후 사업을 하는 건 별나지만 결국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심이 든 순간 시도했고, 혼자 하기엔 용기가 부족해 생각이 통한 친구와 동업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렵고 신기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기에 용기 내서 더 부딪치고 도전해볼 수 있었다. 물론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도 한몫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던 나를 이해해주시는 '부모님의 지지'와 '남자 친구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 우리는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들었다. 처음 2주간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개인 sns와 마케팅 부서에서 배운 경험들을 총동원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해보았다. 그러자 점점 반응이 나타났고 그에 따라 수익도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자체 제작 상품이 유행을 탔고, 경쟁제품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그 경쟁업체들 중에서는 대형회사들도 있었다. 갓 사업가가 된 우리가 앞서 나가기엔 우리는 너무 느렸고 더뎠다. 하지만 꼼꼼했고 결국 빠르게 나온 다른 경쟁제품과 달리 느리지만 더 퀄리티 있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뒤늦게 나왔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하지만 더딘 우리의 사업 속도는 우리의 목표수익을 쫓아가기엔 너무 버거웠고, 슬슬 생활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체 제작 상품 말고 다른 상품도 떼와서 같이 판매하는 방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위기를 기회로 살려보자며 열정적이던 우리였지만, 잘 모르던 분야였고 흥미도 없었던 분야였기에 결국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어쩌면 '과연 잘 될 수 있을까'라며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단 둘이서 기획, 디자인, 마케팅, CS, 거래처와의 협약 맺기, 판매, 재고관리, 세금관리 등 모든 분야를 함께했고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같이 늘어났다.
처음엔 함께여서 든든했지만, 결국 둘이라서 부담감과 압박감도 2배로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는 3년여간의 사업을 끝으로 동업을 그만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업'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친구와 동업을 한다고 하면 주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나는 객관적으로 동업의 장. 단점이 뚜렷이 존재한다고 느꼈다.
1. '동업'은 무언가 시작하는데 큰 용기를 준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하게 해 주고, 그 용기가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방향을 잘못 정했을 때는 타격이 2배로 오기도 한다. 그럴 때는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그 경험을 토대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속된 공부와 준비가 필요했다.
2. '동업'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좀 더 나은 길을 택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발견해 실수를 줄이고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들었을 때도 느리지만 좀 더 퀄리티 있는 상품이 나오게 됐다. 하지만 2명의 대표가 동시에 모든 일을 나눠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모든 것을 조율해야 했기에 그만큼 지쳤고 더뎌졌다. 이때 기획 , 디자인을 확실히 나눠 서로의 역할을 분담한다면 그만큼 시간과 감정싸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담당한 사람은 해당 업무에 대해 상대방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의 불만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3. '동업'은 든든한 아군이지만 동시에 경쟁상대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같은 배 속에서 태어난 형제, 자매들도 때로는 같은 편이지만 어쩔 땐 경쟁상대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하나의 회사를 살리려는 두 명의 대표였지만, 결국 '누구의 공이 더 큰가', '누구의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갔나', '누구의 의견이 더 높은 수익을 만들었나'와 같은 생각은 자연스레 들기 마련이었다. 그 작은 생각들은 자부심과 때로는 생색으로 나오기도 했고, 때로는 '고집'과 '아집'이 되어 더 잦은 의견 충돌이 되기도 했다. 이 부분은 서로의 역할분담이 뚜렷하다면 서로의 영역을 조금 더 이해하고 침범하지 않아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4. '동업'은 함께하기에 더 포기하지 않아야 된다는 책임감을 준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에 그만큼 쉽게 생각하지 않고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해이해지거나 게을러질 때도 마음을 빨리 다잡으려 하고, 개인적인 자유시간을 업무시간과 확실히 나눠 업무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나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시간과 일정에도 계속해서 서로 얽히기 마련이었다. 예를 들어 한 명이 아프거나 여행을 갔을 경우, 남은 한 명이 맡아야 하는 일의 비중과 부담감이 훅 늘어났다. 그리고 서로가 보내는 시간의 속도가 맞지 않아 함께 느려지거나 함께 서두르다 결국 누락되는 일이 생기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래서 서로의 역할분담을 정할 뿐만이 아니라, 좀 더 체계적인 업무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담당한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내야 한다. 물론 이론과 현실은 다르기에, 예상한 시간 안에 생각보다 많은 업무를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진행된 과정을 기록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속도를 체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방이 느리다고 해서 같이 느리게 행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속도가 빠른 사람이라면, 먼저 빠르게 움직이되 대신 2번 체크하며 누락된 부분이나 놓친 부분은 없는지 보면 된다. 마찬가지로 속도가 느린 사람은 그만큼 꼼꼼하게 보며 2번 체크할 필요가 없도록 하면 된다. 그럼 결론적으로 둘의 속도는 맞춰진다. 억지로 상대방의 속도에 맞추려다 실수와 불만이 쌓여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는 방법을 각자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된다.
이 외에도 '동업'의 장. 단점은 무수하다. 만약 동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첫 사업이라면 추천할 것이다. 1인 사업과 달리 동업에서만 얻는 경험이 꽤나 값진 공부가 될 것이기에. 대신 그만큼 어려운 길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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