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동업을 하고 3년 만에 폐업을 했지만, 그 흔적은 오래도록 지속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3년간 같이 여러 제품들을 하나하나 직접 기획하고 직접 디자인하며 만들었으니. 특히 우리는 우리의 개인적인 경험들과 가치관들을 많이 반영시켜 각자 제품에 애정이 컸다.
각자의 이야기가 하나로 묶였다가 폐업 이후로 조각조각 분해됐지만, '나의 이야기'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누구에게 말하거나 글로 남기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함께 팔던 제품 중의 하나는 전자책이었는데, 그 안에는 내가 브런치에 적는 글처럼 나의 솔직한 생각들과 경험들이 적혀있었다. 판매 당시 반응도 좋았지만 폐업으로 전자책 판매도 중지했고, 결국 그 이야기들은 더 이상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지금 글을 적는 것처럼 나의 경험과 나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표출하며 기록해 나가고 싶었다. 이게 나의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이고 나의 취미이고 나의 보람이었다. 하지만 '동업'이야기는 모든 것을 적기가 어려웠다. 다른 친구들에게 가볍게 수다 떨듯 고민을 털어놓거나 근황을 전하는 말도 쉽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동업자(친구)의 이야기'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내가 만든 제품이나 회사 이름 하나 표현하지 않으면서 글을 쓰기로 했다. 가끔 SNS에 우리가 만든 제품을 자기 브랜딩으로 홍보해두는 동업자의 모습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써서 나의 브랜딩 가치를 높이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나는 이제 동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만의 이야기를 계속 쌓아가고 싶은 것 같다.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같이 만든 제품을 만들었다고 홍보하는 동업자와 숨기는 나.
나중에는 결국 동업자 혼자만 기억되지는 않을까 하는 서운함과 두려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왜냐면 이제 우리가 아닌 각자 개인이 됐기에, 동업자의 스펙에는 '공동'이란 말이 빠져있어 마치 그 제품을 혼자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조각조각 흩어진 나의 이야기는 다시 글로 표현해보기로 했다. 공동으로 '우리의 이야기'로 판매됐을 때와 달리, 오로지 '나의 이야기'로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동업으로 판매할 때는 각자의 이야기이지만, 서로의 컨펌도 필요했다. 서로 겹치는 이야기가 있는지 서로 말투나 분위기가 잘 어울리고 흐름이 깨지지 않는지 등 조율해 나가며 완성됐었다. 하지만 이제 폐업을 했고,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 더 솔직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친구와 동업 후 폐업 후유증은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일부러 폐업 이후로 동업자와 1~2달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 전에는 매일매일 연락하며 서로의 일과를 함께 파악하며 일 얘기를 했기에, 폐업 이후로 각자의 일상을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었다. 마치 오래된 연인이 헤어진 것처럼 각자 홀로서기를 위한 도움닫기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달이 지나자 슬슬 우리는 각자가 계획했던 길을 다지기 시작했고 근황을 전했다. 처음에는 그 길이 달랐다. 나는 공간 대여 사업을 하며 재택근무로 취직하는 게 목표였다. 추후 재택근무가 안정화된다면 공간 대여 사업은 부모님께 넘겨드리고 글 쓰는 일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 직장인이 되는 시도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재택근무여서 애초에 구하는 곳도 상당히 적었고 딱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내 스펙을 더 쌓기 위해 필요한 추가 자격증과 기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동업자는 사업 대표자로 일하다가 다시 회사 직장인이 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다른 1인 사업 자체 제작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고 결국 나와 가는 길이 달랐다. 그렇게 몇 달,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그런데 서로가 전한 근황이 각자가 걸어가는 길에 영향을 끼쳤던 걸까. 동업자가 나와 같은 재택근무 취직으로 목표를 바꿨다. 물론 단기간만 그렇게 하고 다시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기분이 묘했다. 폐업을 했지만 여전히 동업을 하는 것과 같은 오묘한 기분이었다.
사실 나는 그 전까지만해도 동업자의 1인 사업이 잘 되는 줄 알았다. 항상 행복해보이고 밝아보여서 '나만 이렇게 불안해하는 구나' 생각했고, 나도 빨리 열심히해서 자리잡아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동업자의 이런 말을 들으니 굉장히 놀랐다. 계속해서 함께 길을 걸어가는 운명의 굴레에서 둘 다 벗어나지 못하는 기분이랄까 참 희한했다.
사실 내가 재택근무 직장인으로 다음 목표를 정한 이유는 뚜렷했다. 결혼 적령기라 결혼이 멀지 않았고, 추후 아이도 키우려면 경력단절이 되기보다는 재택으로 경력을 이어나가면서 동시에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쏟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족한 내 스펙을 단련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고,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동업자가 그런 내 이야기를 듣고 난 몇 달 후, 같은 길을 간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이유도 똑같았다. 나중에 아이를 키우려면 집에서 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지원하려는 직종도 똑같았다. 우리는 각자 전공도 다르고 내가 지원하려는 직종은 나는 경력직이지만, 동업자는 경력이 없는데도 똑같다는 게 참 묘했다.
3년간 동업을 했을 당시,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함께 달려갔던 게 영향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단순히 원하는 방향이 똑같았던 걸지도 모르지만, 내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동업자도 그 길을 가보려고 한다는 게 다소 걸렸다. 왜냐면 내가 원하는 방향이 결국 동업자가 원하지 않는 방향일 수도 있기에 조금 부담이 됐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 미래 일에 대한 이야기는 함구하려 한다. 서로에게 영향받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길을 선택하며 조금이라도 후회 없이 걸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야 나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렇듯 친구와 동업은 폐업 이후에도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나 역시도 동업자의 폐업 후 근황을 신경쓰면서 더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만약 친구와 동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 부분도 반드시 미리 알고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