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불안할까?

나에게 숨쉴 시간을 주기로 했다.

by 이빛


나는 불안함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의 불안함을 케어하는 데에도 능숙한 편이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얼마 전까지는.



지금까지 어영부영 감정 컨트롤을 잘 해오며 살아왔는데, 최근 오랜만에 큰 불안한 마음이 생겼었다.

가끔 찾아오는 불안함과는 다른 아주 깊은 불안, 마치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듯한 아슬아슬한 기분이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떨어져 버릴 듯한 긴장감과 혼란스러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더 이상 나아갈 길도 보이지 않고 잘못된 길을 온 것만 같은 마음에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싶다가도, 가족들과 남자 친구를 생각하니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반복됐다.


그러다가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해 보기로 했다. 단순히 '괜찮아 잘 될 거야'가 아닌, '왜 불안하지? 뭐가 자꾸 불안하게 하는 거지? , 어떻게 해야 불안을 줄일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가며 내 감정을 분석하고 이해해 보기로 했다. 나는 다행히 슬픔과 불안함 같은 부정적 감정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는 편이라 억지로 괜찮아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먼저 1주일 동안 일을 멈췄다. 혼자 도맡고 있는 작은 사업 2개와 간간히 써 내려가던 글들을 모두 멈추고, 최소한의 흘러가는 진행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더 이상의 새로운 시도로 일을 늘리거나 퍼뜨리지 않고,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의 흘러감을 그대로 멈춰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1주일 동안 멈춰보니 내게 생각할 시간과 휴식할 시간이 생겼다. 그렇게 생긴 시간을 처음에는 온전히 쓰지 못했다. 이미 바닥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머리를 비워 생각하는 시간을 멈췄고, 마음을 닫아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줄여 오로지 '나의 회복'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잠도 많이 자고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 웹툰 등의 취미활동을 즐기며 회복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제야 일이 아닌 '나의 불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왜 그럴까? 다른 사람들도 이럴까?'

나는 원래 나의 불안과 슬픔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말하지 않고 남자 친구에게만 말하거나 혼자서 영화, 음악 등의 취미를 통해 풀어나갔었는데, 이번에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해보았다. 사실 '불안'은 누구나 겪는 '아주 흔한 감정'이라,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안부를 묻듯 가볍게 물어보았다.


'요즘 너무 불안하고 의지가 없는데, 혹시 너도 이런 적 있어? 그럴 때 어떻게 했어?'

나의 물음에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다른 듯 모두 비슷했다. 대부분 본인의 이야기를 공개하며 공감을 해 주었고 잠깐 휴식을 하라고 하거나 잘하고 있다며 위로해주는 등의 반응이었다. 이렇게 나는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나의 불안을 털어놓음으로써, 공감을 얻고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나의 불안을 분석해보았다. 사실 나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있는 것과 같다. 지레 겁먹거나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딱이었다. 또는 너무 급하게 생각해서 바로 앞에 보물이 있는데 공사하던 인부가 그 앞에서 포기해버리는 그림이 생각나기도 했다. 내가 불안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작년 12월, 안정적인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고 사업에 매진했지만, 결국 동업이 폐업으로 이어지고 지금 1인사업으로 나는 잘 하고 있는걸까 하는 의심과 불안함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고 진정한 홀로서기를 해야 해서 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아빠의 은퇴, 주부로 생활하는 엄마의 생활비까지 생각하니 더욱 조급해졌다. 그래서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벌리기 시작했다. 물론 조급했지만 실수해서는 안됐기에 신중하게 알아보았고 그만큼 예민해졌다. 한 번에 빠르게 자리잡기 위한 욕심이 커졌고 그 욕심은 되려 나를 더욱 비틀어 쥐어짜 조금씩 메마르게 했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더 이상의 땀방울 하나 나오지 않을 지친 몸이 되어간 게.


그래서 나에게 숨 쉴 시간을 주었다. 다행히 사람은 쉼으로 인해 다시 숨 쉴 수 있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멈춰서 쉬고 있을 때, 내가 걱정하던 일들이 자연스레 해결되어가기도 했다. 내가 조급함을 느끼던 한계는 단 2주였다. 그 2주 동안 걱정하던 사업이 조금씩 매출이 늘어갔고 반응이 생났다.

사실 불안해하며 걱정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어쩌면 이렇게 때로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게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로써 나는 다행히 내가 걸어가는 길 앞에 보물이 있는 걸 깨달았다. 물론 가만히 있는다고 그 보물을 차지할 순 없으니 다시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꾸준하되 조급함은 조금 줄이면서 말이다.




아직도 나는 가끔 낭떠러지 위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 떨어질까 두려워 고개 숙여 아래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고개를 들어 내가 지금껏 올라왔던 길도 되돌아보고 올라왔기에 볼 수 있는 예쁜 풍경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은 후회와 미련이 아닌 연습과 경험이 되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해 줄 것이기에 더 이상 지금 이 자리가 무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