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에서의 날들’ 이 남긴 메시지

영화를 보고 새로 쓴 내 위시리스트

by 앨리스킴


※ 이 글은 오늘 오전에 발행했다가 삭제되어 다시 올린 글입니다. 이미 읽고 댓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영화를 무심코 재생했다.

처음엔 단순한 로맨스일 거라 생각하고 가볍게 즐기려 했다.

하지만 전개는 예상보다 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줄리아 웰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 너머로 삶의 본질과 의미를 성찰하게 만드는 울림을 주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책 <월든>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숲으로 간 이유는 의도적으로 살기 위해서였다.”


안나는 소로우의 숲 속 생활을 ‘의도된 삶’ 이라 해석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계획과 의지로만 채운 삶이었을까?


아마 그 ‘의도’란 하루하루를 꼼꼼히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리듬에 귀를 기울이며

자연이 허락하는 흐름에 자신을 맡긴 채

삶의 소중함을 온전히 체험하려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나이 들면서 나는 조금씩 깨달았다.

자연 속에서는 인간의 의도보다 훨씬 큰 무언가가

우리의 삶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안나는 ‘의도된 삶’을 철저한 계획과 의지로 채워가는 것이라 믿으며,

위시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지워가며 완벽한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제이미는 삶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다.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의도된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수업 중 제이미는 이렇게 말한다.


“더 오래 사는 게 아니에요.

단지 천천히 죽는 거죠.”

(You don’t live longer. You just die slower.)


‘더 오래 산다’와 ‘천천히 죽는다’는 결국 시간의 길이를 의미하지만,

두 표현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천천히 죽는다’는 단순히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향하는 순간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집중하는 삶을 뜻한다.


제이미의 한마디는

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제이미는 남은 시간을 항암치료에 묶여 보내기보다,

좀 더 자연스럽고 의미 있게 살고자 치료를 거부한다.

그의 결정은 가족과 안나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 역시 ‘의도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계획과 통제를 넘어, 삶의 무게와 불확실함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순간에 진심으로 집중하는 과정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안나는 제이미의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한다.

“의도된 삶이란,

계획된 삶이 아니라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내는 삶이라는 것을.”


그리고 제이미의 또 다른 말을 떠올린다.


“시는 가르칠 수 있지만,

진짜 시는 살아내는 거예요. “

(Poetry can be taught. But really, it should be lived.)


그 말속에 “의도돈 삶‘의 진짜 얼굴이 숨어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의도된 삶을 붙들려고 안간힘을 쓰지.

그런데 인생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 주지 않더라.

그 사실을 깨닫고서야 비로소 다른 길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

우리도 그랬으니까.”


만약 내가 제이미라면, 혹은 우리가 가족이라면,

같은 순간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그 생각이 이어지면서 나는 새로운 위시리스트를 만들었다.


딱 한 줄, 오늘 하루를 잘 살자.


이 한 문장이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놓을 것 같다.

영화와 <월든>, 그리고 내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라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