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불안과 마음 다독임
여행가방을 하나씩 든 가족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온 건 손에 든 작은 가방이었다.
초록색 그물망에 싸여 있어, 순간 ‘저 촌스러운 그물은 뭐지?’ 하고 생각했다.
그물 속에서 뜻밖의 장면이 보였다.
잿빛 뱀 한 마리가 ㄴ자 모양으로 목을 세우고 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어두운 빛깔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나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뱀! 저기 뱀이 있어! 어떻게 좀 해!”
퍼뜩 눈을 떴다.
‘휴—꿈이었네.’
시작도 끝도 없이 불쑥 나타난, 결말 없는 미스터리였다.
나는 유난히 뱀을 무서워한다.
길가의 지렁이만 봐도 놀라고, 어두운 밤길의 나뭇가지마저 뱀으로 착각한다.
그런 내가 꿈속에서 뱀을 마주치다니, 기분이 묘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 시.
집 안은 대낮처럼 환히 깨어 있었다.
출국 준비로 분주한 딸아이를 바라보니,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한 시간 후면 공항으로 가야 했고, 꿈에서 본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아 마음을 더 어지럽혔다.
’이건 단순한 꿈일 뿐이야.‘
몇 번이고 스스로 달랬지만,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가족에게 털어놓자니 혹시 같이 불안해질까 망설여졌고, 그대로 두자니 찜찜했다.
속으로 ‘검색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중얼거리며 검색창을 열었다.
‘어차피 꿈이 다 맞는 것도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불안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랐다.
그 순간, 내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워 피식 웃음이 났다.
찾아본 해석은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았다.
가방은 삶의 짐이나 책임을, 초록 그물은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장치처럼 읽힐 수 있었다.
뱀은 두렵기도 하지만 변화와 재생의 상징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작고 그물 안에 있었던 뱀은, 마음속에 눌러둔 작은 불안이 얼굴을 내민 것뿐일지 모른다.
돌아보니, 요즘 내 하루는 기다림과 불안 때문에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오늘일까, 내일일까’ 하는 기대와 초조함이 뒤섞이고,
바라던 방향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게다가 딸의 출국을 앞둔 서운함과 안전을 바라는 마음까지 겹쳤다.
꿈속의 뱀은 그 복잡한 불안을 형상화한 것이리라.
결국 딸은 무사히 도착해 자신만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제야 마음속 불안이 얼마나 과장된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작은 뱀 한 마리를, 내 마음이 코끼리만큼 키웠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안이라면, 잠시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호흡을 고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마음은 생각보다 빨리 가벼워진다
불안과 걱정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돌보는 마음의 다른 얼굴이다.
억지로 떼어낼 대상이 아니라,
다정하게 마주할 존재로 받아들이면 된다.
불안(不安) 은 마음이 불편하고 안정되지 못함을 뜻한다
결국 불안과 걱정은,
내 마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잠시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면,
평안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안에 언제나 머물러 있음을 알게 된다.
혹시 지금 이 순간 당신도 알 수 없는 불안에 움츠러들어 있다면,
잠깐 숨을 고르고 ‘지금 여기’에 머물러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