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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미 Jul 23. 2021

브런치, 그거 카페 아니야?

이런 일은 처음이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어둑한 책상 위를 더듬어 아이패드부터 들춰 본다.

알림 창에 아무런 표시가 없다.

공연한 서운함이 살짝 비집고 들어온다


‘도대체 누구한테 서운한 거야?’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면서 괜히 멋쩍어진다.

‘내가 왜 이러지? 나 아무래도 관종인가 봐...’


SNS상에서 <좋아요>를 받기 위해 다소 과장된 글과 영상을 올리는 일이나, 때론 상처 받게 되는 폐단이 생기기도 한다더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도 같다.


“엄마도 브런치에 글 올려봐”

“브런치? 아점 먹는 카페 말이야?”


딸 덕분에 인터넷 속 브런치라는 공간을 처음 알게 되었고, 많은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인스타 계정 만들어 그림 올리는 미션?을 겨우 해 냈는데 이번엔 또 글을 올려 보라고 딸이 권유한다.


“그거야말로 아무나 하는 거 아니겠더라. 다들 진짜 작가들 이던데? 글들이 장난 아냐.

그리고 나 시간 없어. 아빠랑 놀기도 바쁜데!”


딸은 제 엄마가 갱년기 우울증이라도 겪고 있을까 봐 그러는지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알려주며

요즘 세상 속으로 자꾸 나를 밀어 넣는다.

이 나이에 두려울게 뭐 있나 싶지만,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제법 뻔뻔해지기도 하지만, 솔직히 나이 들면서

소심해지기도 하고 자존감도 내려가고, 오히려 두려움은 더 생기는 것 같다.

특히나 요즘 세상은.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기쁨도 아픔도 같이 나누며 함께 웃어주고 함께 울어주며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내가 쓴 글을 사람들 앞에 내놓으려니

심판대에 오르는 사람처럼 두려움이 앞선다.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일이라면 하는 쪽을 택하렴.

                       했을 때 생기는 최악의 결과라 해 봐야 그걸 하지 말았어야 할 이유를 깨닫는 거니까.>

                                               -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문맹) -


아들이 자신의 수첩에 적힌 문장을 읽어주며 “우리 엄마 파이팅!” 이란다.


학창 시절에 밤새 썼다가 지우고 또 썼던 연애편지를 아침에 읽어보면 너무 유치해서 그냥 찢어버리게 되는 것처럼, 마음먹고 썼던 글이 나중에 보니 영 맘에 안 들어 고치고  또 고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서야 겨우

한 편의 글을 마무리했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리고 좀 쑥스럽기도 했지만 설레기도 하고 약간 긴장도 되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음 어쩌지’하는 조바심에 공유하지 말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는데,

얼마 안 있어 <좋아요> 알림이 몇 개씩 뜨는 게 보였다.

뿌듯하고 너무 기뻐서 관심을 가져 준 사람들에게 일일이 달려가 인사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 이후로 내게 없던 습관이 하나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패드부터 들춰 보는 일.


글을 올리고 반응이 없으면, 마치 빨대로 먹는 달달한 바닐라라떼가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자신감이 훅 내려간다.

 ‘하긴, 경쟁상대라도 되어야 말이지. 겨우 글 몇 개 올려놓고선…’

구독자와 좋아요 수가 많은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면 괜히 의기소침해지고 작아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 이 아니라 ‘비교’라고 했던가.

모든 불행의 시작은 비교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마음이 불편해지고, 부러움이 질투가 되고, 결국 기준이 무너지면서 내 인생이 아닌 남을 위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냥 나답게 살기로 하자.’ 내 마음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살짝 흔들렸던 스스로가 부끄러워 딸에게 고백을 했다.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럴 때 있어.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지 싶더라고 “


맞는 말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다행스럽게도 누군가 내 글에 공감해 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고마울 일인데.


“그래도 엄만 찐팬이 세명이나 되잖아!ㅋㅋㅋ” (남편. 아들. 딸은 항상 내 든든한 뒷배다)

이런 소통을 할 수 있는 딸이 있어서 참 좋다.



‘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느 날 알림 창에 라이킷을 알리는 표시가 줄줄이 섰다.


‘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5000을 …. 10,000을 돌파했습니다.’  깜짝 놀라서 뭔가 잘못됐겠지? 하고 딸에게 확인 해 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좀처럼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Daum  홈&쿠킹 카테고리 메인에 올라있어!’

믿기지가 않아 얼른 확인부터 해보니 정말 운 좋게도 거기 있었다.

< 65년생 엄마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했다>라는 제목의 딸이 쓴 글이.

…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있구나…

처음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때, 용기를 못 내어 주저하던 나에게 딸은 주제를 ‘엄마랑 딸이 함께 쓰는 이야기’로 정하고 같이 쓰자고 설득했었다.


수백 명, 수천 명의 독자를 둔 작가들은 어떤 심정 일까? 이 정도 만으로도 가슴 벅찬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감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과 더 잘 써야겠다는 의무감 사이에서 키보드 위의  내 손가락은 멈춤 상태가 되어 버렸다.


길게 심호흡을 하고, 초심으로 돌아 가자!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마음 하나 내려놓으면 이렇게 편한걸.


‘구독자와 좋아요’에  초연해 지기로 마음먹고 난 뒤부터 아침 기상 습관도 예전처럼 제자리로 돌아갔다.

기지개를 쭈욱 켜고 물 한잔부터 마시기.

‘좋아서 시작한 일에 구속당하면 안 되지.’


그래도 간간이 내 글에 다녀간 사람들이 있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용기를 내본다.


또 언제 아래와 같은 알림이 내 아이패드에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나는 계속 브런치에 글을 적어나가 볼 예정이다.

집에서 아이패드를 붙잡고 있는 나를 김작가라고 불러주는 나의 찐팬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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