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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미 Aug 05. 2021

65년생의 코로나 백신(화이자) 접종 생생 후기

접종 후 병원 대기시간 15분~30분 꼭 지켜야!


효자 효녀들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55세부터 59세까지의 백신 접종 예약이 어려웠다고 한다.

잠도 안 자고 여러 차례 시도한 딸 덕분에 가까스로 예약 성공!


만에 하나 비상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부가 같은 날 맞으면 안 된다는 딸의 강력한 고집에 못 이겨 남편이 먼저, 나는 며칠 후에  예약이 잡혔다.


매사에 겁이 좀 많은 딸은,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 관련해서

별별 정보들을 다 모아 왔다.

유용한 정보들도 많았지만, 공연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과장된 뉴스들도 가득하다.

분명 가짜 뉴스라는 걸 모르지 않음에도 알고 나면 괜히 신경 쓰이는 게 사람의 심리인지라,

걱정을 사서 하는 딸의 유난스러움에 약간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접종 예약일로부터 일주일 전에 알림 문자가 왔다. 1차 접종 완료 후 2차는 4주 후라고.


딸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들었는지  그날부터 2차 접종이 완료될 때까지 금주령?을 내렸다.

“맥주 한 모금도 안돼!”


‘많이 컸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나이 들었나?’

언제부터 인가 아들. 딸의 엄마 아빠 보호자 코스프레가 시작됐다.

‘예전에 자기들 한테 했던 잔소리 종합세트를 되돌려 받고 있는 이 기분은 뭐지?’

귀여운 잔소리가 그다지 싫지 않음은 보호받고 싶은 본능 때문일까. 

확실히 나이가 든 모양이다.


“접종 전후 한 달 동안 술 마시면 안 된대.”

곧이곧대로 듣고 언니들 한테 이 사실을 유포했다.

처음엔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날조하냐” 며 핀잔을 주더니 자기도 형부한테 써먹었나 보다ㅋㅋ.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면 딱!인데.


 




7월 29일 오전에 남편은 집에서 제일 가까운 소아과에서 접종을 하고 왔다.

따라가겠다고 했더니 피식 웃으며 “당신도 딸 닮아가네.” 했다.


딸이  굳이 소아과를 선택한 이유는, 어린이를 상대하는 의사 선생님이라 아무래도

주사를 덜 아프게 놓지 않을까 하는 자기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변에 이미 접종을 끝낸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고,

억지로 증상을 찾자면 조금 뻐근한 근육통 정도였다고 했다.


‘카톡’ 소리가 요란하다. 회사일은 안 하고 온통 신경을 이쪽에만 쏟고 있는지 딸은 수시로 아빠의

컨디션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딸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딸 없었음 어쩔 뻔했어.’ 둘 중 우리는 후자라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어때? 열 안나지? 뭐 평소와 다른 변화가 느껴져?”

혹시나 해서 남편에게 이것저것 캐물어보는 모양새가 꼭 구술시험 면접관 같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도 같고… 눈이 맵고 따갑네.”  

잘 모르는 답을 억지로 생각해 내는 수험생처럼 남편은 근사치의 값을 떠듬떠듬 설명한다.


“다리 이렇게 올려봐. 이상 없네 뭐. 그리고 방금 믹서기에 양파랑 마늘 갈아서 나도 눈이 매워.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이라는 말 딱 맞네!ㅋㅋㅋ”


남편은 금주령이 아무래도 억울했던지 의사 선생님께 문의했단다.

‘접종 당일엔 음주나 무리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고. 그리고 접종 전후 가급적 지나친 음주는 삼가는 것이 좋다’라고 들었다며 ‘가급적’이라는 단어에 힘주어 말했다.


백신 접종하고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는 딸 덕분에 오늘 저녁은 삼겹살 파티다.

근거 없는 이건 또 출처가 어딘지? 원…


주사 맞은 지 네 시간도 안 지났는데 남편은 씩씩하게(?) 삼겹살을 사러 마트에 갔다.

아마도 ‘역시 삼겹살엔 소주가 최고지!’라며 장바구니 한구석에 소주병이 실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오늘만큼은 안됩니다요!’


백신 예방접종 후 하룻밤이 지나고 이틀째,

"몸상태는 괜찮아?"

어딘가 아픈 곳을 한 군데 라도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표정으로 남편은 여기저기를 살핀다.

“… 특별히 없는 것 같은데… 근데 어젯밤 잠을 좀 설쳤어.” (더위 탓이 아니었을까 몰라)


마트에 좀 다녀오랬더니, “아직 24시간도 안 지났어.” 라며 남편은  괜한 엄살을 떨어본다.

평소에 잘했으면서… 그래, 이틀까지는 봐준다.

아마도 남편은 속으로 ‘그래. 너도 주사 맞고 유세 부리기만 해 봐라~.’ 이렇게 벼르고 있는 건 아닐지.

안 그래도 엄살 대장이라고 식구들이 놀리는데.




8월 1일. 일요일인데도 친절하게 질병관리청에서 알림 톡이 왔다.

<8월 2일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입니다>


일부러 연차까지 낸 딸이 동행했다. 

동네 소아청소년 병원은 오전 10시에 오픈이라 내가 첫 손님인 듯 대기자는 없었다.

먼저 열을 체크하고 간단한 질문지 겸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주사 맞을 부위(왼쪽 어깨 조금 아래 팔뚝)에 아이스팩으로 냉찜질을 10분 정도 했다. (남편이 갔던 병원과 다른 점인데, 아마도 주사 맞은 부위의 열과 붓기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려지고 담담하게  진료실로 들어갔다. 

나이 지긋한 의사 선생님이 화이자 백신 주사의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다.

심근염과 심낭염, 특히 아나필락시스 쇼크(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알레르기 면역반응)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화이자 백신의 가장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부작용은
   어지러움(두통), 관절 통증, 근육통, 접종 부위에 대한 통증, 피로(Fatigue), 추위, 발열, 부종 등이다.

 아나필락시스
아나필락시스(아나필락틱 쇼크)는 특정 물질에 대해 몸에서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며,
특정 물질을 극소량만 접촉하더라도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다.
주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즉시 치료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되지만,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심근염과 심낭염
심장 주변의 막에 생긴 하나의 염증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데,
화이자 백신은 심장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특히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심근염과 심낭염은 편안히 휴식하면 저절로 나아지는 병이며, 진통제를 처방받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세심히 관리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한다.



사전 검색으로 화이자 백신 부작용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은 알았지만 막상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오히려 두려움이 생기면서 약간 긴장도 되었다. 

그런 내 표정을 눈치채셨던지, 심각한 증상이 오는 사람은 백만 명 중의 열명 정도라며 안심시켰다.

하긴, 50년도 넘게 어떠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주사에 대한 특이한 이력이 없었던 터라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따끔! 주삿바늘이 들어갈 때의 느낌은 아주 살짝이었고, 접종 후 안전수칙에 관한 안내문과 함께 15분~30분 경과 후 이상반응이 없으면 가도 된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우린 소파에 앉아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출전한 탁구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신호가 왔다.  

"나 좀 이상한 거 같아."

그 짧은 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특히 그 전날 봤던 <킹덤>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면서 한줄평이 뇌리에 스친다.

‘순식간에 테러를 당한 저 사람들은 자신이 맞이한 오늘 아침이 마지막이란 걸 상상이나 했겠어요.’


딸의 부축을 받고 진료실로 들어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힘이 빠져서라기 보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의사 선생님은 증상을 설명 듣고(정신은 말짱했다) 기본적인 체크를 했다.


증상

1. 순간적으로 전신에 힘이 빠져나감

2. 갑자기 많은 양의 알코올이 들어갔을 때처럼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가 쏠리는 느낌. (참고로 평소에 나는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어 소주 반잔 정도에도 얼굴이 빨개지면서 술에 취하는 체질이다)

3. 심장이 두근거리고 팔다리에 힘이 없고 빙그르르 돌면서 어지러움과 함께 눈앞이 침침해짐.

4. 사람들의 말소리가 웅얼웅얼 들림.

5. 입안이 마르고 기관지 부위가 약간 따끔거림.(기침했을 때처럼)

6. 트럼이 나올락 말락 하면서 소화가 잘 안될 때처럼 속이 거북함.(메스꺼움은 없었음)

7. 으슬으슬 추워지면서 잠은 안 오는데 하품이 자꾸 나옴.


“아~~~ 소리 내보세요.

목이 붓진 않았고 숨소리도 괜찮아요. 입안이 좀 말라있네요. 열도 없고, 혈압과 맥박이 조금 올라있긴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수분 섭취 충분히 하시고 편안하게 안정을 취하시면 괜찮을 겁니다.

다른 증상이 느껴지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혹 위급상황이 생기더라도 응급 처치할 수 있게 준비돼 있으니까 안심하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니 훨씬 안심이 되었다.


“다리를  높이 올리고 편안하게 누워 계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로 회복실 침대에 누웠다. 

누구보다 놀랐던 딸은 그때까지도 토끼눈을 하고선 내 팔다리를 주무르고 물을 떠다주며 극진한? 간호를 했다.

수시로 드나들며 내 상태를 체크하고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따뜻한 위로를 해 주셨던 의사, 간호사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한 시간 반 정도 지나자 회복이 되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막 시작되었음에도 나 때문에 대기하고 있는 듯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

“우리 병원에서 백신 주사 맞고 이런 반응이 있었던 건 처음이었어요.” 

그제야 간호사 선생님도 웃으면서 말했다. 다시 한번 더 의료진의 친절함과 세심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병원을 나와서 걷는데 ‘내가 너무 민감했나?’라고 느낄 만큼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수분 섭취를 많이 해야 된다기에 마트에서 커다란 수박을 한 통 샀다.

“좀 전까지 비상 걸어놓고 엄마 이렇게 멀쩡하게 마트 쇼핑하는 거 병원 사람들이 봤으면 배신감 느끼겠는걸!”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찾은 딸아이의 농담에 나도 맞장구를 치며 그 무거운 수박도 거뜬히 들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도 여지없이 삼겹살 대신 이번에는 족발을 먹는 게 좋겠다는 아들 녀석의 제안으로 족발 파티를 했다.


밤이 될 때 까지도 그다지 피로감 없이 평소와 다르지 않아 오히려 의아할 정도였다. 

이미 접종을 마친 언니들 얘기로는 근육통과 몸살 기운이 있었고, 남편도 팔을 못 들 만큼 아팠다던데. 

하긴,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까.


그다음 날 아침도 개운하게 ‘굿모닝~’을 외쳤다.

주사 맞은 부위가 붓거나 열도 없었고 근육통도 없었다. 왼쪽 팔이 약간 뻐근한 것 빼고는.

딸아이가 수집한 후기 대로라면, 나는 아마도 접종 직후의 조금 과한 증상이 끝이었나 보다.




지금은 백신 접종 후 이틀 째, 팔을 비롯한  모든 신체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한번 경험했으니 2차 접종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SNS 상에 떠도는 백신 접종 부작용의 과도한 보도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내 경험을 참고했으면 한다.

접종 직후 자신의 몸 상태를 세밀하게 살피고 필요시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으니 

지나친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그리고. 그렇게 우리 모두가 무탈하게 접종을 끝내고,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운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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