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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Jul 24. 2020

주말은 빨리 간다. 일욜은 더 빨리 간다.

워킹맘의 WORK의 끝은 어디인가?

비가 와서 낮에 고추전을 했다고 첫째 동생이 친정 식구들과의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조금 있으니 막내가 언니 따라 고추전을 했다고 또 올렸다. 갖은 야채와 고기를 다진 속을 넣은 고추전은 손이 많이 가는 만큼 훨씬 더 맛있다. 입에 침이 도는 걸 참을 수 없어 나도 저녁 메뉴는 고추전으로 정했다.   

 

냉장고를 보니 노랑 빨강 파프리카가 있길래 파프리카에 양파, 당근, 부추, 매운맛을 내는 청양고추를 첨가하고 달달 볶은 돼지고기를 넣어 속을 만들어 넣었더니 정말 맛있고 그 모양 또한 예뻤다. 얼른 동생들에게 자랑해야지 하는 마음에 오전에 만들었던 부추 가루 만든 것과 깻잎장아찌까지 함께 단톡방에 올렸다.     

카톡~ 카톡

올리자마자 답톡이 왔다. 형만 한 아우 없다고 “그래 언니 것이 젤 맛있어 보인다”는 답을 기대하며 열었더니 동생들은 고추전을 끝내고 복숭아 통조림, 양파 장아찌, 고추장아찌를 만들었다며 사진을 올렸다. 

“웃긴다. 언니야. 고추전이야 그렇다 쳐도 어떻게 세 딸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장아찌를 만드냐? ”

“OO아, 올케는 뭐 만들었니?”

첫째 동생이 남동생에게 우리 집안 유일한 전업주부인 올케의 일요일을 감히 물었다.

대답이 없다. 올케는 남편이 의사인 싸모님이시니 워킹맘인 시누이들의 일요일과 같을 리가 없음을 알면서도 굳이 물어보는 시누이 심보이다. 읽씹 당했다.    

저녁에 나는 바지락 칼국수를 준비하겠다고 하니 동생들은 호박이랑 감자 넣은 수제비를 하겠단다. 다 손이 가는 음식들이지만 코로나로 외식도 힘드니 주말만큼은 식구들에게 맛난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일 게다.     

우리 집 세 딸은 모두 워킹맘이다. 

주중에 동동거리며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또 주부 업무를 하느라 쉴 틈이 없다. 주중에 하기 어려운 시간과 공이 드는 장아찌나 통조림 만들기는 주말의 몫이다.    


 세 딸들의 카톡을 본 친정엄마는 한없이 속상하심을 담백하게 답하셨다. 

“ㅐ ”

핸드폰으로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81세의 친정엄마는 아마

“ 왜 주말에 쉬지 않고 그렇게 일만 하니 왜?” 이셨을게다.

엄마 세대가 다 그렇듯이 엄마는 평생을 전업주부로 사셔서 워킹맘인 딸들의 일상이 고되어 보여 늘 적게 벌면 적게 먹고 살면 되는데 괜히 딸 셋 모두 선생을 만들어서 고생시키는 것 같다며 후회 아닌 후회와 푸념하실 때가 많다. 그러다가도 나름 자식 농사 잘 지은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겐 힘주어 자랑하실 때도 있지만 어느 하루 편한 날 없이 바쁘게 사는 딸들을 매우 안타까워하신다.


아침의 고추전으로 시작해 저녁의 칼국수까지 카톡 수다를 떨다 보니 일요일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카톡을 시작했던 첫째 동생이 급히 말했다.

“ 언니야, 주말은 빨리 간다. 일욜은 더 빨리 가니 남은 시간 잘 보내자”

워킹맘 세 딸의 일요일은 이렇게 끝이 나는 듯했지만 우린 서로 다 알고 있다. 다음 주를 위해 각자 또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열심히 또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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