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빨리 간다. 일욜은 더 빨리 간다.

워킹맘의 WORK의 끝은 어디인가?

by 선줌마

비가 와서 낮에 고추전을 했다고 첫째 동생이 친정 식구들과의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조금 있으니 막내가 언니 따라 고추전을 했다고 또 올렸다. 갖은 야채와 고기를 다진 속을 넣은 고추전은 손이 많이 가는 만큼 훨씬 더 맛있다. 입에 침이 도는 걸 참을 수 없어 나도 저녁 메뉴는 고추전으로 정했다.


냉장고를 보니 노랑 빨강 파프리카가 있길래 파프리카에 양파, 당근, 부추, 매운맛을 내는 청양고추를 첨가하고 달달 볶은 돼지고기를 넣어 속을 만들어 넣었더니 정말 맛있고 그 모양 또한 예뻤다. 얼른 동생들에게 자랑해야지 하는 마음에 오전에 만들었던 부추 가루 만든 것과 깻잎장아찌까지 함께 단톡방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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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카톡

올리자마자 답톡이 왔다. 형만 한 아우 없다고 “그래 언니 것이 젤 맛있어 보인다”는 답을 기대하며 열었더니 동생들은 고추전을 끝내고 복숭아 통조림, 양파 장아찌, 고추장아찌를 만들었다며 사진을 올렸다.

“웃긴다. 언니야. 고추전이야 그렇다 쳐도 어떻게 세 딸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장아찌를 만드냐? ”

“OO아, 올케는 뭐 만들었니?”

첫째 동생이 남동생에게 우리 집안 유일한 전업주부인 올케의 일요일을 감히 물었다.

대답이 없다. 올케는 남편이 의사인 싸모님이시니 워킹맘인 시누이들의 일요일과 같을 리가 없음을 알면서도 굳이 물어보는 시누이 심보이다. 읽씹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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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나는 바지락 칼국수를 준비하겠다고 하니 동생들은 호박이랑 감자 넣은 수제비를 하겠단다. 다 손이 가는 음식들이지만 코로나로 외식도 힘드니 주말만큼은 식구들에게 맛난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일 게다.

우리 집 세 딸은 모두 워킹맘이다.

주중에 동동거리며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또 주부 업무를 하느라 쉴 틈이 없다. 주중에 하기 어려운 시간과 공이 드는 장아찌나 통조림 만들기는 주말의 몫이다.


세 딸들의 카톡을 본 친정엄마는 한없이 속상하심을 담백하게 답하셨다.

“ㅐ ”

핸드폰으로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81세의 친정엄마는 아마

“ 왜 주말에 쉬지 않고 그렇게 일만 하니 왜?” 이셨을게다.

엄마 세대가 다 그렇듯이 엄마는 평생을 전업주부로 사셔서 워킹맘인 딸들의 일상이 고되어 보여 늘 적게 벌면 적게 먹고 살면 되는데 괜히 딸 셋 모두 선생을 만들어서 고생시키는 것 같다며 후회 아닌 후회와 푸념하실 때가 많다. 그러다가도 나름 자식 농사 잘 지은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겐 힘주어 자랑하실 때도 있지만 어느 하루 편한 날 없이 바쁘게 사는 딸들을 매우 안타까워하신다.


아침의 고추전으로 시작해 저녁의 칼국수까지 카톡 수다를 떨다 보니 일요일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카톡을 시작했던 첫째 동생이 급히 말했다.

“ 언니야, 주말은 빨리 간다. 일욜은 더 빨리 가니 남은 시간 잘 보내자”

워킹맘 세 딸의 일요일은 이렇게 끝이 나는 듯했지만 우린 서로 다 알고 있다. 다음 주를 위해 각자 또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열심히 또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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