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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Aug 04. 2020

반려견 SAY 2
“공부도 다 때가 있다구요.”

사랑이 사랑해 3

나흘째 계속 비가 와서 사랑이가 산책을 가지 못하고 있다. 

잠깐 비가 그쳤다. 오후에는 다시 폭우가 온다니 지금 산책을 가야겠다.

“사랑아, 우야 가자.”

집에만 있던 사랑이도 답답했는지 빨리 가자고 폴짝거린다. 

아파트 현관 앞에 물기가 흥건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 내려가더니 며칠 새 못 본 풀잎과 꽃들에게 킁킁거리며 인사를 한다.


저 멀리서 푸들 한 마리가 사랑이를 보고 멈춰 섰다. 나도 사랑이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푸들을 피해 다른 길로 가려하니 굳이 사랑이가 그 아이를 향해 간다. 축축한 보도블록 위에 앉아버린 푸들을 향해 사랑이가 짖는다. 푸들은 낑낑거리기만 했다.

“우리 애는 무서워서 그래요.”

“죄송해요. 사랑아, 친구보고 짖으면 안 돼. 얘도 무서워하면서 그래요.”

왈왈 짖어놓고는 돌아서서 가는 푸들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는 사랑이의 심술.

그래서 우리는 사랑이를 아치라 한다.

“아치 아치 양아치”

나도 사랑이도 직감적인 직감으로 알아차린 건 바로 그 푸들이 사랑이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다른 길로 가려는 나를 이끌고 푸들 앞으로 가서 짖어댔지만 정작 그 강아지와 놀만큼의 사회성은 부족하여 그 푸들에게 한편으론 사랑이에게도 미안하다.    

 


사랑이는 2007년 11월에 생후 50여일 아가견으로 우리 집에 왔다.(14살, 노령견 아니고 아가견 ). 그 때의 나는 강아지를 엄청 무서워하고 싫어했던 사람이었고 그 때의 사랑이는 우리 딸아이의 사춘기를 달래줄 만큼의 효용가치로만 여겼던 터라 강아지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없던 상태였다. 솔직히 말하면 강아지 양육에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조차 몰랐다. 기껏해야 강아지 집과 사료, 배변통, 울타리 등 기본적인 강아지 생활용품을 준비하는 것이 다 인줄 알고 있었다. 분양한 동물병원에서 알려준 배변훈련이나 예방접종 기일을 지키는 것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이름만 사랑이라고 지었지 정작 강아지 사랑의 기본을 모르고 시작했으나 다행히 사랑이가 똘똘하여 별 어려움 없이(그건 순전히 우리의 생각) 사랑이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동물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우리가 한 것이라곤

1. 대소변 훈련 : 처음에 구석구석 배변패드를 깔아 놓으니 거기를 찾아다니며 소변을 보고, 며칠 후 배변패드를 화장실로 옮기니 화장실로 가고, 배변패드 대신 배변통을 놓으니 그걸로 끝이었다. 가끔 우리와 노느라 정신이 없어 이불에 쉬를 싸는 실수를 하기도 하였지만 그것도 몇 번 뿐이었다.

2.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 동물병원에서 정해준 날짜에 맞추어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3. 100일까지 목욕시키지 않기 : 아직 어리고 날씨도 추우니 목욕시키지 말라고 해서, 그리고 예방접종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니 집에만 있으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집에만 데리고 있었다.    

100일이 지나 중성화 수술과 항문낭 수술, 100일 털 밀기 후 동물병원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우리가 무지했음을, 우리 사랑이가 사회화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었음을 안 것은 한참 후였다.    


11월이면 추운 겨울이다. 작은 강아지가 추울까봐 보일러를 켜고 물에 불린 사료와 물만 준비해놓고 우리는 각자 다 집을 나셨다. 남편은 회사로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직장으로 가고 제일 먼저 집에 오는 사람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나였으니 사랑이가 밥을 먹었나? 정도의 확인만 하였지 강아지가 혼자 무서웠을까? 외로웠을까? 등의 상태는 고려하지 못했다. 사랑이가 겁이 많은 아이가 된 건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에 데려왔을 때에도 손바닥위에 올려놓을 만큼의 작은 놈이 처음 본 낯선 사람들이 무서워서 벌벌 떨었는데 하룻밤 지나고 큰 집에 혼자 두고 다 나가버렸으니 그 작은 마음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처음 며칠 동안 사랑이는 밥을 먹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 동물병원에 전화를 하니 강아지 우울증 같다고 한다. 낯선 집에 덩그러니 혼자 있어서 무섭고 예민해져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도 밥을 먹지 않으면 작은 생명체가 위험하니 억지로라도 먹이라고 하였다. 사료를 주면 고개를 돌리고 입에 넣어 줘도 혀를 내밀어 뱉어내는 사랑이와 밥씨름을 해가며 정이 들고 사랑하게 되었다.    


100일이 지나도 여전히 추운 겨울이었고 아가 사랑이는 집안에서 우리에게 온갖 재롱을 부리며 잘 놀아서 밖으로 산책을 데리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꽃피는 봄 4월, 생후 6개월이 한참 지나서야 흙을 밟고 풀냄새를 맡게 되었다. 처음 가는 산책에서 킁킁도 잘하고 구멍 뚫린 하수구 덮개가 있으면 폴짝 뛰어넘기도 하며 좋아하기에 날씨가 좋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은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    

봄여름가을겨울 열심히 산책하는 사랑이

그렇게 산책을 하면서 사랑이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저 멀리 강아지가 오면 안아달라고 난리가 난다. 처음에 큰 강아지라 무서워서 그런가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크기와 상관없이 강아지를 무서워했다. 그러면서 사랑이의 생활을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에겐 한없이 사랑을 표현했지만 누가 우리 집에 와도 짖고 현관벨소리에도 짖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짖어댔다. 그래도 강아지에게는 짖지 못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본 개통령의 프로그램에서 사회화교육이니 독립성 훈련 등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사랑이는 보호자가 출퇴근 하는 것을 알고 기다려주었고 방학기간 동안 함께 있으면서 충분히 놀아준 것을 아는지 분리불안이나 애착관계의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사회화 교육이었다.    


최적의 강아지의 사회화 교육 시기는 ‘사회화 교육기간’인 생후 8주에서 16주까지로 아직 어려서 사회화 교육을 하기는 아주 쉽고도 즐거운 일이다. 반면에 사회화 교육이 안 돼서 낯선 사람이나 다른 개를 보고 도망치거나 으르렁거리는 청년기의 개나 성견은 다시 사회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성을 키워주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사회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 행동들이 강아지의 운명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회성 회복은 강아지의 여러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공부하게 되었다.    

                

▶ 개와 사람의 주거 공간, 식사 공간을 확실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 개를 데리고 자거나 자주 안아주지 마세요.

▶ 개의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과도한 애정 표현을 하지 마세요.

▶ 개에게 ‘앉아!’, ‘기다려!’ 같은 복종 예절 교육을 지속적으로 가르치세요.

▶ 처음 일정 기간은 강아지가 두려움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산책을 좋아할 수 있도록, 다른 개나 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서 산책을 시작합니다.

▶ 다음 일정 기간에는 사람을 만날 수는 있지만 사람들과 직접 마주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해서 산책합니다.

▶ 그다음에는 다른 개나 낯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코스를 선택해서 산책하되, 개의 행동을 세심하게 살펴가면서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합니다.

▶ 개와 산책하는 도중에 반대쪽에서 다른 개가 다가올 때는 우선 개 주인이 차분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개도 불안해하지 않게 됩니다. 


나름대로 예절을 가르치고 강아지로서의 해야 할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의 구분을 가르치며 교육을 하였지만 나는 하루 종일 혼자 있게 한 것이 미안하고 짖는 것 외에는 문제행동이 없는 것만도 고마워서 과도한 애정 표현을 하고 데리고 자고 자주 안아 주는 행동을 계속하였다. 그래서 나머지 복종교육이나 산책교육을 아무리 하여도 사랑이의 완전한 사회화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에절교육 중(잘못하여 석고대죄 중인 사랑이ㅎㅎ)

  


어릴 때에 비하면 조금 나아져 이제 사람에게 짖는 것도 많이 나아졌고 강아지를 무조건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랑이는 자기보다 덩치가 큰 아이가 오면 피해서 가고, 좀 약해보이는 아이에겐 관심을 보이기도 하지만 짖는다.  이 또한 모두 양육자인 나의 잘못임을 안다. 좀 더 일찍 사회화교육을 했으면 사랑이가 더 행복했을 텐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으면 사랑이가 덜 외로웠을 텐데, 내가 덜 미안해하고  사랑이 교육을 시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었는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   

  

제 때 가르치지 않고,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뒤늦은 후회를 만회하려 노력해야하지만 과도한 애정 표현을 하고 데리고 자고 자주 안아 주는 행동의 습관은 사랑이나 나에게 이제 생활이 되어 자신이 없다. 다만 이대로 사랑이가 행복하면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조금씩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사랑아, 미안해.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걸 알면서 누나랑 형아 공부만 신경 쓰느라 사랑이에게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그래도 예쁘게 잘 자라주어 고마워. 이제 산책할 때 조금 더 노력해보자.”    

겨울엔 예쁜 양말도 신고

내일도 모레도 즐겁게 산책하며 사랑이와의 행복한 동행을 계속할 것이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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