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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Oct 12. 2020

멘보샤 먹고 으샤! 으샤!

간단하고 건강한 맛! 멘보샤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우리 집의 평일 식단은 단출하다.

식단이랄 것도 없이 남편은 건강상의 이유로 채소 위주에 생선이면 되고 아들은 집에서 먹는 저녁 한 끼를 닭가슴살로 대체한다. 가끔 특별하게 뭐가 먹고 싶어도 독립하여 따로 사는 딸이 마음에 걸려 한두 번 미루었더니 남편이나 아들도 그러려니 하게 되어 우리 집 평일의 식단은 어쩌다 보니 건강하게 되었다.  

  

딸이 오는 주말이면 식단에 많은 것이 추가된다.

주로 딸이 먹고 싶은 것으로 평일의 식단에 비하여 매우 호화롭다. 회사생활이 바쁘다고 한 달에 한 번 오게 될 때는 비싼 샤인 머스캣도 사고 딸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한다. 우리는 따님께 바친다고 표현한다. 딸이 와야만 치킨도 떡볶이도 시켜 먹는다.


엄마가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우리 집의 생일상은 미역국에 케이크, 생일을 맞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한 가지 정도 준비하고 외식으로 마무리한다.  두리뭉실한 아들은 아무거나 잘 먹어서 주로 아빠나 누나가 좋아하는 음식을 하여도 오케이다.    


아들의 생일, 코로나로 인해 외식을 할 수 없다.

이번에는 아빠나 누나 말고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아들은 내가 해주는 멘보샤를 좋아한다. 중식당에서 먹는 멘보샤와 달리 기름에 튀기지 않아 느끼함이 덜하고 맛도 좋다고 한다.     

“생일선물로 멘보샤 해줄까?”

“나는 좋은데 엄마 귀찮고 힘들잖아요.”


늘 누나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활 패턴에 불만 없이 양보만 하던 아들에게 좋아하는 멘보샤를 선물로 주어야겠다. 엄마가 자신을 위해 정성을 들인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생일이라고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는 아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며 저녁에는 멘보샤 생파를 하자며 일찍 들어오라고 하였다. 7시 30분쯤 집에 온다는 문자가 왔다. 엄마 아빠가 케이크를 사고 생파를 위해 기다린다고 한 압박이 통했나 보다. 아마 연휴기간 내내 외출한 것이 마음에 걸려 하루 저녁쯤은 엄마 아빠를 위해 희생(?)한 것 같다.    


맨보샤는 미리 준비를 해두면 식빵과 새우가 수분이 말라 맛이 덜하다. 좀 바쁘긴 해도 아들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부리나케 준비 시작!    

 

간단하고 건강한 맛! 멘보샤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1. 칵테일 새우 300그람(생새우로 하면 더 맛있겠지만 손이 많이 가서 나는 칵테일 새우를 해동하여 사용함), 식빵 6장 준비

2. 흐르는 물에 씻어 키친타월로 물기 제거 후 잘게 다짐(이연복 셰프님처럼 칼로 내리쳐 으깨려 하니 힘듦. 새우살이 씹히는 게 좋으면 조금 더 굵게 다지면 됨)

3. 볼에 다진 살을 넣고 소금 한 꼬집, 통후추, 계란 흰자 한 개, 찹쌀가루 한 스푼을 넣어 찰지게 섞음.

4. 식빵의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4 등분하여 두 장의 빵 가운데에 새우살을 두툼하게 넣음( 자투리 식빵은 마늘과 꿀, 식용유 살짝 발라 에어프라이에 구워 먹어도 맛있음)

5. 기름 맛이 날 정도로만 식용유를 살짝 바름

6. 에어프라이에 넣고 180도에 10분, 다시 뒤집어 180도에 7분

7. 노릇노릇해진 멘보샤를 그릇에 담고 기호에 맞는 소스를 곁들이면 됨    

아들이 군대를 다녀온 여름, 유난히 더웠던 8월.

복학을 앞두고 일본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아들은 고깃집 앞에서 동물탈을 쓰고 춤을 추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단시간에 고액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며 땀에 젖은 솜이 되어 돌아오는 아들이 안쓰러웠다. 친정엄마는 할머니가 여행경비를 줄 테니 그만두라고도 하셨다. 계모도 그런 계모가 없을 거라며 나를 혼내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고생을 감수해야 함을 느끼는 기회가 되라고 나는 모질게 눈을 감아버렸다. 폭염에 고생하여 번 돈으로 아들은 여행을 떠났고 나는 약간의 용돈과 카드도 주었다.    


누나는 딸이니까 대우해줘야 한다며 누나에게 치이고, 남자는 경제적인 습관이 바르게 정착되어야 한다며 용돈도 인색하게, 아들은 딸에 비해 그렇게 엄격하게 키웠다. 가끔 툴툴거릴 때도 있지만 그런대로 부모 말을 잘 따르는 아들로 자랐다. 마음 한구석 섭섭함이 남아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고 짠한 마음도 없지 않다.   

 

남편과 나는 서른을 앞둔 아들이지만 가끔 의도적으로라도 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려 하는 편이다.

별것도 아닌 작은 행동, 가끔 아침 출근길에 전철역에 데려다 주기, 퇴근하는 아들에게 수고했다 건네는 한마디, 이 어려운 시기에 직장생활 잘하고 있어 기특하다는 아빠의 말에  아들은 힘이 나는 것 같다. 나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끔 아주 가끔 해주는 걸로 대신한다.  

  

인색하게 키운 것에 비해 아들은 다정하다.

멘보샤를 앞에 둔 아들의 얼굴이 환하다. 자신만을 위해 정성을 들인 엄마의 마음이 좋았다.

엄마가 보내는 응원의 손짓임을 아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아들에게 멘보샤는 음식 이상이다.

맛있게 먹으며 엄마가 좋아할 만한 멘트도 잊지 않는 스윗함도 있다.    


아들!

멘보샤 먹고 으샤! 으샤! 힘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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