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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Oct 14. 2020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의 딜레마

내 눈에만 예뻐 보일 수 있다.

우리 사랑이는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등이 길다.

대개 몸무게와 등 길이를 기준으로 강아지의 옷 사이즈를 고르는데 사랑이는 몸무게에 비해 등 길이가 길어 옷을 고르기 애매하다. 패딩이나 겨울 조끼 등 두꺼운 옷은 추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등 길이에 맞추고, 나머지 계절은 몸무게에 맞추다 보니 등의 삼 분의 일 정도가 드러나 작은 옷을 입은 듯하고 생뚱하니 보기 싫다.  

  

수컷이지만 생김새가 예쁘고 털이 한미모하여 모두들 암컷인 줄 안다.

사랑이의 옷을 고르는 기준은 사이즈 외에는 내가 보기에 예쁜 것, 긴 털에 정전기가 생기지 않도록 면으로 된 것,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것이면 된다. 색깔은 빨강, 분홍 등은 피하고 베이지, 하늘색 등으로 사랑이의 성별에 맞춘다. 그 외 머리핀이나 양말 등 액세서리는 빨강, 분홍, 노랑 등으로 포인트를 주어 멋을 낸다    

몇 해 전 추석, 식구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던 중 남편이 사랑이에게도 추석 선물을 줘야겠다고 하였다.

남편은 평소 우리에게도 선물이라고 주는 것을 좋아하니 남편이 말하는 선물은 특별한 의미가 아님을 알고 있다. 사랑이가 뭘 아냐며 명절이니 특별간식을 주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마침 사랑이 집도 새로 장만해야 하고 겨울 방한복도 필요하니 추석 선물이라 이름 짓고 조금 더 좋은 것을 사자고 하였다. 평소에 가성비를 따져 싼 가격의 물건을 사는 것이 아쉬웠던 것 같다.    


사랑이를 키운 지 7년여 만에 나름 좋다는 집과 방석, 겨울 방한복, 겨울용 가슴 줄을 샀다.

내 기준으로 다소 비쌌지만 좋은 물건이니 오래오래 아껴 써야지 했다. 선물을 받은 사랑이는 모르겠지만 전에 비해 좀 부티나는 옷을 입은 사랑이가 더 예뻐 보였고 산책을 가면 어디서 샀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 거금을 들인 입장에서 조금 뿌듯하였다.    

알뜰한 당신인 나는 그 후 몇 년 동안 또 가성비를 따져 값싸고 질도 좋다는 옷을 샀다.

사랑이가 옷을 입는 계절은 겨울, 이른 봄, 늦은 가을이지만 실제로 옷을 입고 산책을 하는 날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몇 벌이면 되었다. 강아지에게 돈을 쓰는 것, 간식을 만들고 자식처럼 아끼고 예뻐하는 마음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그런 어정쩡한 마음도 있었다.   

 

며칠 새 날씨가 쌀쌀해졌다.

등의 삼분의 일이 드러나는 짧은 조끼를 입고 다니는 사랑이가 혹시 감기라도 들까 걱정이 되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든 강아지는 감기도 위험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졌으니 등 길이가 긴 옷을 사야한다. 등 길이를 중심으로 찾았더니 사랑이의 몸무게와 등 길이에 딱 맞는 사이즈의 옷이 있었다. 게다가 몇 년 전 샀던 추석 선물과 같은 브랜드였지만 세일에 세일을 하여 가격도 내 맘에 들고 네오프랜의 천이라 가볍고 목폴라 형태로 간절기 추위에 딱 좋은 옷이었다. 바로 득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더니, 옷이 날개라더니 견생의 세계에도 그 말이 통하였다.

네오프랜이 몸에 착 달라 붇으니 그동안 털로 감싸있었던 사랑이의 몸매가 드러나고 나머지 부분의 털이 풍성하니 일어나 뒤에서 보면 마치 공작새가 날개를 펼친 것 같아 보였다. 다크카키색으로 강아지 옷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색이라 세련되어 보였다.  

  

연휴 동안 날씨가 좋아 매일 산책을 했다.

옷을 입혀놓으니 견생계의 깍쟁이 같아 보이고 사랑이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새 옷은 늘 옳다.

유난히 신나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그 모습이 예뻐 찰칵!

실제 모습보다 사진으로 보니 훨씬 예쁘다.

시크릿 가든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했던 말 그대로이다.

“당신은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우리 집 Love Garden의 주인공,

“사랑이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내 눈에만 예뻐 보일 수 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분은 눈살을 찌푸릴 수 있다.    


옷이나 강아지 용품만이 아니다.

사료나 간식도 천차만별이다.

강아지를 예뻐하는 모습도 유난스러운 행동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방식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많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마냥 자유로울 수도 없다.

나의 결정에 내가 헷갈릴 때도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나만 그럴까?    


어찌 됐든 꼭 해야 할 것,

개똥은 꼭 치우고 다닙시다.

목줄은 꼭 채우고 다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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