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몸무게와 등 길이를 기준으로 강아지의 옷 사이즈를 고르는데 사랑이는 몸무게에 비해 등 길이가 길어 옷을 고르기 애매하다. 패딩이나 겨울 조끼 등 두꺼운 옷은 추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등 길이에 맞추고, 나머지 계절은 몸무게에 맞추다 보니 등의 삼 분의 일 정도가 드러나 작은 옷을 입은 듯하고 생뚱하니 보기 싫다.
수컷이지만 생김새가 예쁘고 털이 한미모하여 모두들 암컷인 줄 안다.
사랑이의 옷을 고르는 기준은 사이즈 외에는 내가 보기에 예쁜 것, 긴 털에 정전기가 생기지 않도록 면으로 된 것,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것이면 된다. 색깔은 빨강, 분홍 등은 피하고 베이지, 하늘색 등으로 사랑이의 성별에 맞춘다. 그 외 머리핀이나 양말 등 액세서리는 빨강, 분홍, 노랑 등으로 포인트를 주어 멋을 낸다
몇 해 전 추석, 식구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던 중 남편이 사랑이에게도 추석 선물을 줘야겠다고 하였다.
남편은 평소 우리에게도 선물이라고 주는 것을 좋아하니 남편이 말하는 선물은 특별한 의미가 아님을 알고 있다. 사랑이가 뭘 아냐며 명절이니 특별간식을 주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마침 사랑이 집도 새로 장만해야 하고 겨울 방한복도 필요하니 추석 선물이라 이름 짓고 조금 더 좋은 것을 사자고 하였다. 평소에 가성비를 따져 싼 가격의 물건을 사는 것이 아쉬웠던 것 같다.
사랑이를 키운 지 7년여 만에 나름 좋다는 집과 방석, 겨울 방한복, 겨울용 가슴 줄을 샀다.
내 기준으로 다소 비쌌지만 좋은 물건이니 오래오래 아껴 써야지 했다. 선물을 받은 사랑이는 모르겠지만 전에 비해 좀 부티나는 옷을 입은 사랑이가 더 예뻐 보였고 산책을 가면 어디서 샀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 거금을 들인 입장에서 조금 뿌듯하였다.
알뜰한 당신인 나는 그 후 몇 년 동안 또 가성비를 따져 값싸고 질도 좋다는 옷을 샀다.
사랑이가 옷을 입는 계절은 겨울, 이른 봄, 늦은 가을이지만 실제로 옷을 입고 산책을 하는 날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몇 벌이면 되었다. 강아지에게 돈을 쓰는 것, 간식을 만들고 자식처럼 아끼고 예뻐하는 마음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그런 어정쩡한 마음도 있었다.
며칠 새 날씨가 쌀쌀해졌다.
등의 삼분의 일이 드러나는 짧은 조끼를 입고 다니는 사랑이가 혹시 감기라도 들까 걱정이 되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든 강아지는 감기도 위험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졌으니 등 길이가 긴 옷을 사야한다. 등 길이를 중심으로 찾았더니 사랑이의 몸무게와 등 길이에 딱 맞는 사이즈의 옷이 있었다. 게다가 몇 년 전 샀던 추석 선물과 같은 브랜드였지만 세일에 세일을 하여 가격도 내 맘에 들고 네오프랜의 천이라 가볍고 목폴라 형태로 간절기 추위에 딱 좋은 옷이었다. 바로 득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더니, 옷이 날개라더니 견생의 세계에도 그 말이 통하였다.
네오프랜이 몸에 착 달라 붇으니 그동안 털로 감싸있었던 사랑이의 몸매가 드러나고 나머지 부분의 털이 풍성하니 일어나 뒤에서 보면 마치 공작새가 날개를 펼친 것 같아 보였다. 다크카키색으로 강아지 옷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색이라 세련되어 보였다.
연휴 동안 날씨가 좋아 매일 산책을 했다.
옷을 입혀놓으니 견생계의 깍쟁이 같아 보이고 사랑이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새 옷은 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