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의 두 얼굴, 맛있다! 멋있다!
팝콘이 흩날리듯 짜증도 날아 가버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해장하면 떠올리는 음식들이 정해져 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얼큰한 국물이 떠오른다. 대개 북엇국이나 고춧가루가 들어간 콩나물국, 뼈다귀 해장국, 선지 해장국 등이다.
잠도 못 자고 입맛이 없다.
밤이 깊어가는 만큼 짜증도 나고 배도 고팠다. 수면제를 먹어도 새벽에 깨니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또 밤을 새우기는 정말 힘들다. 짜증이 나서 모든 게 거슬린다. 잔소리를 퍼부으니 남편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술을 마시면 잘 수 있겠다.
평소에 맥주 한 모금이면 다리에 힘이 풀린다. 몇 모금 더 마시면 혼자서 중얼거린다. 기분이 좋으면 노래를 부르고 그렇지 않으면 훌쩍거린다. 조금 더 마시면 곯아떨어진다..
맥주를 많이 마시기로 했다.
너무 맛이 없다. 잠자기 위해 맛없음을 참고 억지로 마신다. 노래를 부르다, 훌쩍거리다 잠이 들었다.
맥주 한 캔을 다 못 먹고도 술에 취해 잠은 잘 잤다.
일어나니 속도 부대끼고 배도 고팠다. 밥도 하기 싫다. 남편도 밥을 하지 않는다. 계속 잠이나 자야겠다. 자는 것도 깬 것도 아닌 채로 침대에 붙어있다.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라면을 끓이려나 귀를 쫑긋 세운다. 남편을 위한 나의 특별한 배려가 발동하나 보다. 라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모르는 척 주방으로 가보았다.
라면 냄비가 안 보인다. 도대체 뭘 하느라 달그락거렸는지 알 수가 없다. 물만 마시고 못 본 척 돌아섰다. 주린 배를 끌어안고 다시 침대에 붙었다. 남편도 화가 나서 배려고 뭐고 없나 보다. 이럴 수는 없다. 실망이다.
마누라의 짜증에 남편도 짜증이 나지만 술로 잠을 청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으니 신경이 쓰인다.
라면을 기다리는 눈치인데 조리도구도 새로 샀으니 팝콘을 했다.
방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네요. 팝콘이 들어오죠♬♪♬♪�
하얀 알갱이가 가득, 고소함이 가득, 팝콘이 한가득 담긴 그릇을 내민다.
남편이 슬며시 웃는다.
“회전쿡 냄비를 샀으니 팝콘 만들어봤어.”
팝콘 만들기는 손이 많이 가서 ‘오다가 주웠다’가 될 수 없는데 괜히 츤데레 인척 한다.
못 이기는 척 슬쩍 받는다.
웰컴 투 팝콘!
기름 맛이 살짝 돌고 간간한 것이 내 입맛에 딱 맞다.
속이 부대낀 것도 배고픈 것도 다 해결했다.
동막골에 팝콘이 흩날리듯 짜증도 날아 가버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술의 취향만큼 해장의 취향도 다양하다.
개인별, 나라별로 다르지만 술 마신 다음 날 지친 속을 풀어주어 숙취의 힘듦을 달래주고 체력적으로 보탬이 되는 음식이면 어떠한 음식이든 해장 음식이 될 수 있다.
해장 라면, 심지어 피자나 파스타로 해장을 한다고도 한다.
스페인은 츄러스를 초콜릿 시럽에 찍어 먹거나 초콜릿 음료를 함께 먹고,
홍콩은 콜라를 끓여 마시며,
그리스는 버터,
일본은 감이나 매실로 만든 장아찌인 우메보시,
이탈리아는 해장커피로 진한 에스프레소가 해장음식이다.
어쩌다 해장이 된 팝콘, 맥주에는 역시 팝콘이지.
이제 우리 집 해장의 역사에 팝콘이 더해졌다.
안주로도 그만, 해장으로도 그만, 팝콘의 두 얼굴 모두 맛있다.
짜증도 날리고, 웃음도 나오니 팝콘의 두 얼굴 모두 멋있다.
츤데레든, 오다가 주웠든, 남편이 만든 팝콘이니 더 맛있고 더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