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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Apr 06. 2021

벚꽃잎 하나의 위로

선생할 맛

3월부터 1 교실 2 교사제의 부담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1 교실 2 교사제도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기초학력부진이 걱정되는 1~2학년의 매일 등교를 시작하면서 학급당 인원이 32명 이상의 과밀학급에 대하여 기간제 교사를 협력교사로 활용하여 과밀학급 아동지도에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나는 인근 학교의 2학년의 협력교사로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누구나 염려하는 한 교실, 두 선생에 대한 불편한 시선 등을 모르지 않았지만 이미 명퇴를 한 나로서는 학교에서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나머지 걱정은 하지 않았다.


첫날, 출근을 하려니 머뭇거려졌다.


34년동안 나 혼자 쓰는 교실에서, 나 혼자 수업을 계획하고, 나 혼자 가르쳤던 일이 이제는 주교사의 지도를 뒷받침하거나 협력하는 정도의 일이라는 것이 그저 좋지만은 않았다. 막상 교실에 들어서니 더욱 체감이 되었다.


내 자리는 교실 뒷 쪽 한 구석의 작은 책상과 작은 의자가 전부이고 컴퓨터도 없다.


어리석은지 못 뗀 성격 탓인지 공간이 주는 모호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34년을 항상 앞에 있었던 크고 넓은 책상과 등받이가 편한 의자의 의미를 비로소 알았다. 단순한 공간의 배치가 아닌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바보처럼 공간에 대해 열등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릴 때 선생님의 자리는 높았다.


마루 바닥보다 높은 교단이 있었고 교단 위엔 교탁이 있어 선생님의 자리는 감히 넘보지 못했다. 내가 발령을 나고서도 한동안 교탁이 있었는데 어느샌가 교탁도 없어지고 이제는 선생님의 자리는 책상 하나뿐이다. 그만큼 교사와 아동은 한 공간 안에서 함께 편한 관계로 어우러져 있음을 말한다.


수업은 정담임과 부담임이 교과를 나누어 지도하고 서로 협력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수업면에서는 동등한 위치에 있어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 그러면서  공간에 대한 열등감도 조금씩 수그러들게 되었다. 수업만은 내가 주가 되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명퇴를 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선생이다.


오늘도 교문을 들어서며  쭈뼛거린다.

나는 늘 지나칠 만큼 당당하고 뻔뻔할 만큼 자존감이 높았었는데......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하면 괜찮아진다.


여자 아이 한 명이 나처럼 쭈뼛거리며 벚꽃잎 하나를 교실 한 구석 작은 내 책상에 올려놓았다.

"선생님 이거요."

등굣길에 주운 벚꽃잎 하나, 그나마 두장의 꽃잎이 떨어져 내 책상 위에서 모양을 맞추며 내게 건넨다.


내 책상이 빛난다.

교실 정면에 있는 커다란 책상이 부럽지 않게 되었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봄이 오면", 더욱 즐겁게 배움의 장을 열었다.

봄처럼 빛나는 아이들은 코로나로 위험한 교실에 봄을 활짝 피게 하였다.

알록달록 예쁜 색처럼 아이들의 봄은 예뻤다.


벚꽃잎 하나!


나를 선생으로 일으켜 세워주었다.

걱정했던 1년의 시간도 아이들이 함께 할 것이니 이제 든든하다.

비로소 선생 할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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