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arMe Sep 19. 2022

일단 오늘은 성공적

무기력한 나

 지난여름 자잘한 일들로 미친것처럼 바빴었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별것 안닌데,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아쳤기에 문제가 되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바빴다. 한 자리에 앉아 혼자 컴퓨터로 하는 일을 오래 했기에 컴퓨터로 하는 일은 업무량이 많아도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풍처럼 몰아친 일들은 여기저기 장소를 이동해가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했기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하기로 약속한 일이었기에 모든 일정을 소화해냈다.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 오늘도 무사히 지나갔음에 안도했다. 이 일들이 모두 마무리되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결심하면서 말이다.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아들의 개학과 함께 그 아무 일정도 없는 날이 드디어 왔다.


 처음 하루는 좋았다. 인덕션에 불 켜는 것도 귀찮아 라면도 생으로 먹었다. 소파에 누워 핸드폰과 한 몸이 되어 하루 종일 빈둥거렸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기력이 온몸을 덮고 있었다.  혼자서는 우울함을 떨쳐버릴 수 없어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엔 뭐가 잘못된지도 몰랐다.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만 간신히 해나가고 있었다. 그 외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날 저녁 번뜩 이제라도 이 무기력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뭐라도 해봐야지 생각했지만 다음날 아침 아들이 학교 가고 나면 또다시 소파에 누워있었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빠진 것 같았다. 내 의지만 가지고는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젯밤은 이유 없이 심하게 우울했다. 괜히 가만있는 식구들에게 짜증을 내고 싶었다. 내 기분이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나도 내가 싫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니 간절히 다시 집으로 가고 싶었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 등이 소파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다신 시도조차 못할 것 같았다. 나는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동네 카페에 와서 컴퓨터를 고 앞에 앉았다.


오늘은 이거 하나만으로도 성공이다.
 이제 됐다.

 

     

작가의 이전글 나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