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부야 나부야는 지리산 기슭의 작은 마을에서 78년을 함께한 90대 노부부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순규 할머니를 위해 종수 할아버지가 군불을 지피고, 갓 낳은 달걀로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의 따뜻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둘이서 오래 건강하게 살다 같이 가자”던 할머니의 소망과는 달리, 야속하게도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는 홀로 툇마루에 앉아 깊은 회한에
잠기는 모습이 참 애틋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슬픔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토머스 홈스 박사와 리처드 라히 박사는 43개의 스트레스 사건과 질병과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배우자의 사망이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임을 밝혔습니다. ‘스트레스 측정 척도(Holmes and Rahe stress scale)’에 따르면, 배우자의 사망은 100점 만점 중 100점으로, 직장 퇴직(45점)이나 가족의 죽음(63점)을 훨씬 웃도는 강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진다면 남겨진 배우자는 그 고통을 감당하기 힘들 것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60세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이 82.8세, 여성이 87.4세로, 평균적으로 아내가 남편보다 약 5년 이상 더 오래 살게 됩니다. 남편이 생계를 책임졌던 가정이라면, 남겨진 아내는 슬픔과 외로움에 더해 노후 생활비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짊어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제도는 남겨진 배우자와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큰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유족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남은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순서로 최우선순위자에게 지급되며, 배우자는 나이 제한 없이 평생 수령이 가능합니다. 반면, 자녀의 경우에는 만 25세 미만이거나, 장애등급 2급 이상 또는 「장애인복지법」상 심한 장애인인 경우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족연금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인상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연금의 실질 가치가 유지됩니다.
2024년 기준으로 부양가족연금액은 배우자가 293,580원, 자녀와 부모는 각각 195,660원입니다. 만약 순규 할머니가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상태에서 사망했다면, 종수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기본연금액의 60%와 부양가족연금을 합산한 금액을 매달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부부가 모두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가 한 사람이 사망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종수 할아버지가 매달 150만 원, 순규 할머니가 매달 100만 원의 노령연금을 받고 계셨다면, 할아버지는 본인의 노령연금을 계속 받을지, 아니면 사망한 할머니의 유족연금을 받을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할머니의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할머니의 기본연금액 100만 원의 60%와 부양가족연금을 합산한 약 62만 원을 매달 수령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본인의 연금액보다 적기 때문에, 종수 할아버지는 자신의 연금을 유지하고 유족연금의 30%를 추가로 받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이렇게 되면, 할아버지는 본인의 노령연금 150만 원에 유족연금의 30%인 약 18만 7천 원을 더해, 매달 168만 7천 원을 수령하게 됩니다.
사별의 슬픔 속에서 유족연금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남겨진 가족이 안정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세상을 떠나는 배우자에게도 남은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마지막 위안이 되기에, 유족연금은 가족을 위한 든든한 배려이자 사랑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