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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카루스 Jul 29. 2019

읽기 싫은 책의 서평 쓰기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솔직히 말해 나는 조직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직이 싫어 다니던 직장을 몇 번이나 그만 두었고, 두어 번 회사도 차렸지만 그놈의 조직을 관리하는 게 어렵고 귀찮아 접었다.


나는 조직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1"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조직에 관한 책은 사지도 읽지도 보지도 않는다. 내겐 너무 재미없고 따분하고 고리타분하며 무미건조한 분야다. 도대체 그런 책을 읽어 얻다 쓴담? (오해는 마시라! 순전히 내 선입견일 뿐이다)


그런 내게 조직문화에 대한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 할 일이 생기다니.


내가 읽을 책은 조직문화 전문가인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가 쓴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이다. 부제는 "세계 최고 기업들의 조직문화에서 찾은 고성과의 비밀"이라고 붙어 있다.


미루고 미루다 어떻게 책은 펼쳤지만 도무지 책이 눈에 들지 않았다. 서문 첫 페이지부터 읽히지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서평은 써야겠기에..


모티브 스펙트럼과 "총 동기"

이 책의 중심 도구는 "모티브 스펙트럼(Motive Spectrum)"과 "총 동기(Total Motivation, 줄여서 ToMo)"로 요약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이유나 동기 요인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과 또 그 이유나 동기가 어떤 일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말한다. 그들은 이것을 '모티브 스펙트럼(Motive Spectrum)'이라고 칭했다. 이 개념은 인간 행동 동기에 대한 심리학의 유명한 이론인  '자기 결정성 이론(Self Determination Theory)'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모티브 스펙트럼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 이유 및 동기는 결국 여섯 가지로 정리되어 설명할 수 있다'는 프레임워크다. 이들 동기는 크게 직접 동기와 간접 동기로 구분하고 총 여섯 가지 동기요인들로 나타난다.

모티브 스펙트럼


일의 즐거움, 의미, 성장을 '직접 동기'라고 한다. 동기의 근원이 내부에 있다고 해서 '내적 동기'라고도 한다. 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타성을 '간접 동기'라고 한다. 동기의 근원이 외부에 있다고 해서 '외적 동기'라고도 한다. 모티브 스펙트럼에 의하면, 결국 개인의 직접 동기(내적 동기)로부터 높은 성과가 나온다.


우리가 일을 할 때는 여섯 가지 기본 동기가 작용한다. 일의 즐거움play, 일의 의미purpose, 일의 성장potential 동기는 성과를 높인다. 정서적 압박감emotional press, 경제적 압박감economic press과 타성inertia은 성과에 악영향을 끼친다. 조직문화가 앞의 세 가지 동기를 극대화시키는 데 주력한다면 총 동기 지수도 높아지게 된다.

—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中


총 동기 지수(Total Motivation)는 이들 여섯 가지 동기를 한데 모아 하나의 지수로 수치화시킨 것이다. 총 동기 지수가 높은 조직일수록 높은 성과를 낸다. 말하자면 총 동기는 조직문화와 성과 사이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책에서는 "마법과도 같은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의 직원은 경쟁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의 총 동기를 보여준다"고 하고 있다.


총 동기 지수


전술적 성과 vs. 적응적 성과

모티브 스펙트럼과 총 동기가 이 책 저자들의 측정 도구라면 성과는 그 결과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들은 총 동기와 모티브 스펙트럼이라는 렌즈를 통해 조직의 성과를 측정하고 그 성과를 조직문화와 연관 짓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들이 얘기하는 성과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는 성과, 예를 들면 매출이 얼마나 되고 생산성과 업무 효율이 어떻고 하는 수준의 성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런 유형의 성과를 저자들은 '전술적 성과tatical performance'라고 일컫는다. 말하자면 생산성, 효율성, 통제와 같은 성과들로 조직에서 흔히 "당근과 채찍"을 통해 통제할 수 있고 "KPI"를 통해 측정할 수 있는 성과들이다.


성과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은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中


반면 '적응적 성과adaptive performance'는 불확실성에 대한 사람과 조직의 대응 능력이다. 전술적 성과가 계획 수행 능력이라면, 적응적 성과는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렇게 성과의 범위를 넓게 잡아 적응적 성과를 성과의 범위에 포함시키면 이제 저자들의 논리가 완성된다. 바로 간접동기는 적응성을 떨어뜨려 (적응적) 성과를 낮추게 되고 직접동기는 적응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고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말. 쉽게 풀어 말하면, "당근과 채찍"(간접동기)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은 높일 수 있을지라도 창의성이나 변화에 대한 적응력 같은 소위 '적응적 성과'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총 동기가 낮아지면 적응적 성과 역시 낮아지고, 대신 잘못된 적응적 성과가 나타난다. 한편 총 동기가 향상되면 적응적 성과 역시 높아진다. 혁신과 창의성, 훌륭한 고객경험, 뛰어난 세일즈 등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훌륭한 결과물의 비밀은 바로 '적응적 성과'다.

 —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中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고(高)성과의 조직문화란 총 동기를 통해 조직 내 적응적 수행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고성과 조직문화에서 목표로 삼을 것은 적응적 성과를 창출해 내는 일이며 결국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총 동기'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좋은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조직이 어떤 조직인지는 사람들마다 그 판단 기준이 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내 비전과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조직이 좋은 조직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함께 일하는 멋진 동료들이 있는 조직을 좋은 조직이라 부르지만 또 누군가에겐 그저 연봉이 높으면 좋은 조직일 수도 있다.


사업을 하는 내 친구는 늘 조직 문제로 고민을 한다. 조직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 불평을 하기도 하고 창의성이 떨어져서 걱정이라고도 하며 일껏 뽑아서 훈련시켜 놓으면 이직을 한다는 불평도 늘어 놓는다. 그럴 때마다 연봉을 높이고 또 나름대로 여러 가지 혜택도 늘려 보지만 그때 뿐이라 말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조직에 몸담은 조직원들에게도 또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에게 있어서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조직은 결국 사람들의 집합이다. 어떤 사람들이 배에 타느냐에 따라 그 배는 바다를 멋지게 항해해 신대륙에 다다를 수도 있고 끝없이 산으로 산으로만 오를 수도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하지만 사공이 없으면 배는 그저 바람을 따라 흐르다 좌초할 것이다.


적응성이 뛰어난 개인들이 함께 모여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적응적 조직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거나 '꾸역꾸역' 서평을 쓰긴 했고 글을 마무리 짓는데, 문득 책 속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 '이유'는 어떤 일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中


읽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읽는 책과 내가 좋아서 읽는 책의 성과(서평)가 같을 수는 없다! 고작 책 한 권 읽는 것도 이런데 비단 조직과 일은 말해 무엇하랴. (그러니 이 서평은 그냥 무시하시길)


다만, 그렇다고, 이 책의 가치를 폄하하진 마시길.


이 책은 조직문화에 대한 책이다. 좋은 독서모임에서 독서력 출중한 분들이 고르고 골라 선정한 필독서이니 좋은 책임에 틀림 없다. 조직문화에 관심이 있고 조직 내에서 동기부여에 관해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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