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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석 Jul 10. 2024

학교교육과의 세 가지 차이

언스쿨링이 학교 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커리큘럼curriculum(교육과정), 집단생활, 그리고 평가와 피드백이라는 차원에 현미경을 갖다 대보고자 한다. 커리큘럼(교육과정) 문제는 학교에서 받는 교육과 언스쿨링이라는 교육방법상 가장 핵심적인 차이다. ‘미리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커리큘럼 또는 교육과정이란 간단하게 설명하면, 몇 학년이 되면 어떤 과목들을 배우고, 할당된 수업시간은 몇 시간이다 하는 실행계획을 가리킨다.  


학교교육의 많은 특징들이 이 커리큘럼을 만들고 보급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수많은 교육학자들, 교육행정가들, 교사들의 활동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처럼 중앙집권적인 사회에서는 국가가 그것을 정하고 선생들을 고용하여 전파한다. 커리큘럼의 최대 장점이 넓게 보급하기 좋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 중심의 교육체제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여러 학교에서 재생산하기 좋고 그 커리큘럼을 일선에서 집행할 전달자(선생님)들을 생산하는 것도 산업화된 사회에서 매우 자동화된 방식으로 할 수 있다 (교대/사범대 - 국가고시). 어떻게 한 사회의 교육을 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고민하기 시작하면, 이것은 꽤 효율적인 방식인 것이다.


문제는 뭐냐면, 정해진 커리큘럼을 가지고 여러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국가적으로는 꽤 효과적인 방식일지 몰라도, 상당수 개별 학생들에게는 매우 효용이 떨어지는 방식이 된다. 학생들의 자질과 관심사 등이 모두 다 다른데 그것을 거의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시스템에 남아있는 이들 대부분은 어느 정도, 어떤 이들은 매우 강한 정도로 수동성을 키우게 된다.


그와 달리 언스쿨러들은 미리 정해진 커리큘럼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한다. 학습자는 호기심을 좇아 읽고 듣고 보고 그리고 쓰고 만든다. 주변의 어른은 학습자가 적절한 교구나 교재 등을 찾도록 도움을 주고, 질문에 가능한 최선을 다해 답하고, 또 집 밖으로 나가야 할 때 함께 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렇다. 마치 만 3세에서 5세의 아이들이 배우는 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세상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주도교육이다. 그렇게 배워나가는 과정의 결과물로서의 교육내용은 있으나, 미리 정해진 그리고 따라가야만 하는 과정으로서의 커리큘럼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언스쿨링과 학교교육의 가장 큰 차이이다.


두 번째는 아동 청소년의 시공간 및 인간관계와 관련이 있다. 학생이 되어 학교에 가면 ‘반’이라는 형태로 집단생활을 해야 하고 언스쿨링이나 홈스쿨링을 하면 그렇지 않다. 언스쿨러들은 집단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을 훨씬 의도적이고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어른들이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협동 작업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들에게 집단생활의 경험은 필수적이다. 학교교육은 그런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하는데 12년 혹은 유치원을 포함해 13년이 필요할까? 베스트셀러였던 책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를 떠올려보자. 그 책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유들 중에 하나는 사회의,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들을 우리는 사실 유치원 다니는 시기 전후에 다 배웠다는 넓게 공유된 깨달음 때문이다. 누군가 말하면 듣고, 말하기 전에 손을 들고, 믿을만한 어른의 지시사항을 빠르고 묵묵히 따르고, 안전하고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만 습득이 되면 이른바 ‘사회성’을 기르는 교육의 기본은 거의 다 마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아이들이 그런 규칙을 배우고, 아니면 최소한 그런 규칙들이 있다는 것을 깨우친 후에, ‘반’이라는 집단,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더 벌어질까? 거기에 속한 모두에게 또래 집단에서의 적응과 생존이라는 문제가 주어진다. 그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많은 이들은 우정을 쌓는 경험도 하지만, 또 많은 이들은 매우 부정적인 경험들을 하게 된다. 부정적인 경험들이 무엇인지는, 각자 예전에 자신이 참여했던 혹은 목격했던 상황들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나지 않거나 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학교폭력이나 괴롭힘 관련 뉴스들을 떠올려도 될 것이다. 자신이 주요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지는 않아도 방관자였던 기억조차 없는 이들은 오히려 드물 것이다. 


홈스쿨러/언스쿨러들은 이러한 반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집단생활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것은 좀 짧게, 어떤 것은 좀 길게. 어떤 때는 꽤 작은 집단에서, 또 다른 때는 꽤 큰 집단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마치 20대 이후에 실제 ‘사회’에서 겪는 일들과 가장 유사한 상황에서 집단이라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다만 그런 집단들을 스스로 혹은 어른들의 도움으로 찾아가서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때로 추가적인 일이 될 수 있다. 대신 집단의 일원이 되는데 자신의 의사, 자신의 선택이 반영되었기에, 더 책임감 있게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마지막으로 다시 교육방법의 차원으로 돌아오는데, ‘평가와 피드백’ 문제다. 간단하게 말해 ‘시험’ 얘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학교교육은 피드백은 적고 평가가 많은 방식이며, 언스쿨링은 상대적으로 피드백이 많고 평가가 적은 교육방식이다. 그게 무슨 차이인지 따져보자.


우리가 정말로 무언가를 배우고 습득해 나가는데 시험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내가 방금 배운 것을 확실히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한다든지, 글을 쓴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시험’ 해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 학교에서 보는 ‘시험’은 그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그게 아니다. 시험은 석차를 내는 기능을 주목적으로 한다. 물론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용도로 시험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파악된 내용을 학생들을 다시 가르치는데 반영하는 것이다. 그것을 형성적 평가formative evaluation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시험을 사용하는 주목적은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다.


수능 모의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등, 학교에 시험 즉 평가는 많은데, 피드백은 적다. 피드백이란 무엇이 잘 되었고 무엇이 잘 안 되었는지 학습자에게 알려주는 것을 말한다. 성적이 아주 약간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지만, 뇌과학자 드앤Dehaene의 말대로 성적은 피드백의 방법으로는 아주 형편없는 것이다. 학습 시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세세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동반하는 시험이란, 좋지 않은 피드백의 특징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드안Dehaene의 설명에 따르면 오류를 빨리 알게 해주는 것error feedback은 효과적인 학습과정에서 필수적이다. 배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수들에 대해서 불필요한 감정적 반응 없이,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을 주면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학교라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선생과 학생이 1대 다수의 상황에서 이런 피드백을 잘 해주기가 어렵다. 개별 선생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해주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대학에 오면 중고등학교에서보다는 많이 나아지지만, 사실 그것도 충분치는 않다. 대체로 학생 수가 적어지는 고학년 수업이 되어야,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혹은 일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언스쿨링이나 홈스쿨링을 하게 되면 이런 피드백을 일상적으로 줄 수 있다. 피드백이란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부모들,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양질의 피드백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자와 주변의 사람들이 교류하는 상황이 피드백을 자연스럽게 포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언스쿨링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평가이다. 아이의 학습과정에 도우미 역할을 주로 부모가 하기 때문에 부모-자식 관계가 우선해서 ‘객관적이고 틀에 맞춘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괜찮다, 평가는 피드백만큼 배움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스쿨러들은 ‘평가’문제에 매우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상급학교 진학 등의 이슈가 있을 때와 같이, 때때로 평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다른 이, 혹은 기관을 찾아가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여유가 생긴 시간에 언스쿨러는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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