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
아이의 픽업 시간에 늦었다.
지하주차장을 빠른 걸음으로 뛰듯이 지나며 생각했다.
‘이제 혼자 올라오라고 해야 하나... 나만 너무 끼고도는 건가’
요즘 들어 제법 혼자 할 줄 아는 일이 늘어난 아이는,
기특하게도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려 애쓴다.
학원 차는 아파트 정문 앞에 선다.
그곳에서 내려 차가 다니지 않는 놀이터 옆길로 들어서면
아이 혼자서도 충분히 집까지 올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혼자 다니게 하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아 늘 시간 맞춰 데리러 간다.
언제쯤 아이에게 시선을 떼고 온전히 믿어줄 수 있을까.
문제는, 엄마인 나도 서툴기만 하다는 것이다.
멀리서 아이가 손을 흔드는 게 보인다.
걸음을 재촉했다.
국기원 수업 때문에 평소보다 운동을 많이 한 탓일까,
아이의 눈 밑이 거무스름하다.
재빠르게 가방을 들어 어깨에 걸치고, 손을 잡고 걸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불쑥 물었다.
“어부바해줄까?”
“아니... 엄마 허리 부러질 것 같아.”
작년까지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어부바’를 외치던 아이였다.
이제 130cm에 32kg.
어부바하기엔 너무 커버리긴 했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기에,
나는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조심스레 등을 내밀었다.
‘그럼 한 번만..’ 하며 등에 업혀오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엄마, 무겁지 않아?”
“아니~ 깃털 같아.”
아이는 기쁜 듯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었다.
아이의 무게는 늘었지만,
내 등에 닿은 마음은 아직도 아기처럼 여리게 느껴졌다.
문득, 아이를 처음 업었던 날이 떠올랐다.
밀린 집안일을 하기 위해 포대기를 둘러매고,
아이를 등에 업었다.
발을 달랑거리며,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다 잠든 아이.
등으로 전해오는 따뜻한 기운과,
한 몸처럼 감싸졌던 느낌은
내 마음에 작고 소중한 여유를 주었다.
그 느낌이 좋아서, 나는 종종 아이를 업어주곤 했다.
내 등이 아이에게 작은 세상이었던 그 시절.
집안일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아이를 등 뒤에 둔 채 바쁘게만 움직였을까.
아이는 놀아주지 않는 엄마의 등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시절이 이렇게나 빨리 지나갈 줄 알았다면,
더 많이 안아주고, 업어주고, 같이 놀아줄걸.
이제 와서야 후회가 된다.
어부바를 해 줄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 진즉에 지나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가끔, 아주 가끔,
아이가 지쳐 내게 기대 오는 날엔
기꺼이 등을 내어줄 것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아직은 내 등에 기대는 이 작은 무게를
온전히 받아주고 싶다.
어쩌면, 이 짧은 ‘어부바’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