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이 무서워
요 며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말 하나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엄마, 나는 ㅇㅇ이 아니면 친구가 없어.”
“ㅇㅇ는 나만 보면 도망가.”
“나는 혼자 놀아...”
“엄마, 학교 가기 싫어.”
아이가 친구 관계로 힘들어하는 게 보였지만,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언제나 그랬듯, 아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나는 중이었으니까.
그날도 어김없이 하교하는 아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에 울음기가 배어 있었다.
무슨 일 있냐는 나의 물음에 아이가 대답했다.
“ㅇㅇ이 오늘 나한테 물 뿌리고 때렸어
다른 친구들은 괜찮은데, 왜 나한테만 그래? 왜!”
아이의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 깊숙이 화가 치밀었다.
아이가 전한 상황은 이랬다.
도예수업이 끝나고 물통을 헹굴 때,
짝꿍이 이유 없이 물을 뿌렸고, 피하려다가 팔과 등이 젖었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는, 이유 없이 등을 때리길래 같이 때렸다고 했다.
열 번쯤 주고받았다고.
짝꿍과의 크고 작은 문제는 5월 내내 반복됐다.
나는 아이들이 함께 지내며 겪는 작은 다툼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잘 지내보라며 별일 아닌 듯 넘기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날, 아이는 선생님과의 상담을 원했다.
평소 학교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던 아이가,
스스로 상담을 원한다는 건, 꽤 심각한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선생님께 하이톡으로 문자를 남겼다.
‘아이 교우관계로 상담을 하고 싶습니다.’
곧 전화가 왔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하며, 아이가 상담을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혹시 아이가 친구들에 미움받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말과 함께,
아이의 말을 한번 들어봐 달라고 조심스레 부탁드렸다.
“어머니, 제가 본 아이는 지금까지 모범적이었어요.
튀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눈여겨보지는 않았지만,
내일 상담과 함께 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지금 어머니께서 조금, 예민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예민?’
선생님은 지금 나에게 예민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예민해요. 애가 맞고 오는데, 어떻게 예민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선생님은 내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뒤 전화 주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나는 정중하게 말했지만, 돌아온 답은 무례했고, 내 기분은 바닥까지 내리 꽂혔다.
빨리 퇴근해서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결혼한 지 6년 만에 생긴 귀한 아이.
어릴 적 떼 한번 쓰지 않은 착한 아이.
뭐든지 잘해주어 내 어깨를 으쓱하게 해 주던 아이.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나의 아이.
그리고...
.
낯선 것 앞에서는 꼭 먼저 관찰이 필요한 아이.
자신의 의견을 큰소리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서툰 아이.
그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한없이 작아져 있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나는 공부보다 교우관계가 더 신경 쓰였다.
혹시 내가 자꾸 걱정했던 그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졌던 건 아닐까...
나의 이런 염려가 아이의 상황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말로 내뱉지 않아도 아이들은 다 안다는데,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날 저녁, 아이는 겨우 붙들고 있던 내 마음을 무너트렸다.
“나는 친구가 때리면, 눈을 꼭 감고 있어.
등굣길이 무서워.”
학교 가는 길이 무섭다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내일 선생님이랑 상담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
엄마랑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그럴싸한 위로의 말이라도 생각나면 좋으련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고작 저 한마디였다.
그 밤, 나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선생님보다 먼저 하교하는 아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