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툭, 이 하나가 빠지면서

by 서진

어제, 아이의 13번째 이를 뽑아줬다.


내 아이는 이가 나올 때부터 유난히 빨랐다.

다른 아기들의 앞니가 하나, 둘 귀엽게 올라올 때,

내 아이는 서너 개씩 한꺼번에 올라왔다.

돌 무렵, 또래 아기들이 평균 8개 정도의 이를 가지고 있을 때,

우리 아이 입속엔 이미 10개가 훌쩍 넘게 자리하고 있었다.


빨리 난 이는 빨리 빠졌다.

7살, 아이의 첫니를 뺄 땐 치과의 도움을 받았다.

이가 흔들리기도 전에, 유치뒤로 영구치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날, 마취주사를 맞고 생니를 뽑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앉아

나는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저 숨죽인 채, 아이가 아프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 후로도 나는 아이의 이를 뽑아주지 못했다.

보다 못한 아이가 “실만 걸어주면 내가 뽑을게”라며 나섰다.

나는 치과에 가자고 조르다가, 결국 실을 묶어주곤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작고 작았던 아이가 혼자서 툭툭 이를 뽑는 모습을 보며,

‘나보다 더 용감하구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을 먹으러 나간 식당에서 일이 생겼다.

파스타를 먹던 아이가 입을 벌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피가 섞인 파스타를 뱉지도 삼키지도 못한 채

“이가 빠진 것 같아...” 하며 울었다.

흔들리던 이가 빠진 게 아니라, 부러지듯 꺾여 있었다.

순간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냅킨을 들고 이를 덥석 잡아 순식간에 뽑아냈다.

그 순간 알았다.

아이의 고통 앞에서, 내 두려움은 작아질 수밖에 없는 감정이라는 걸.


그 뒤로 이를 뽑아주는 일이 더는 무섭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 텐데,

아직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기쁘게 다가왔다.


어제도 그랬다.

아이가 며칠을 가지고 놀던 이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이를 뽑아 달라는 아이 앞에 앉아, 차분히 실을 묶었다.


“ 자~ 하나 둘 셋 하고 뽑을 거야. 하나~ 둘~ 셋!”


툭! 앓던 이가 빠졌다.

시원하다며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보며, 마주 보고 웃었다.


그런데,

아이의 등을 받치고 있던 남편이 벙찐 얼굴을 하고 물었다.


“너.. 그걸 언제부터 할 수 있었던 거야?”

“글쎄, 그냥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


남편은 “나는 앞으로도 절대 못할 것 같다”며, 나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

그런 눈빛이 묘하게 우스웠다.

나의 여린 모습만 봐온 사람이니까.

그런 남편에게 한마디 했다.


“원래 엄마는 힘이 센 거야!”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고 두려운 법이다.

딱 한 발만 내디디면, 그다음부터는 점점 쉬워진다.

특히 엄마는 더 그렇다.

지켜야 할 존재가 있다는 건,

약해질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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