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의 진실

내 감정은 나의 몫

by 서진

엘리베이터 사건이 있던 날 저녁,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가 일 가면서, 너한테 ‘저리 가 있어’라고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음.. 속상할 것 같아”

“아침에 엄마가 그랬어. 왜 그랬는지 말해줄 수 있어?”

“... 친구한테 바지 올리는 모습 보여주기 싫었어”

“그랬구나. 엄만 그것도 모르고 종일 네가 왜 그랬을까 생각했어.”

“내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 엄마.”


그날 아침, 아이는 배꼽까지 올라오는 바지가 불편하다며, 자꾸 허리 아래로 끌어내렸다.

나는 그 모양이 보기 싫어, 앞섶이 내려온 바지를 다시 허리까지 올려주고 있었다.

아이는 그 모습을 친구에게 보이는 게 부끄러웠던 거다.

못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미처 아이의 그런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했다.

쉽게 사과를 건네는 아이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엄마도 미안해. 다음엔 밖에서 그러지 않을게.

너도 엄마가 하는 행동이 불편하면 꼭 바로 얘기해 줘.

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엄마는 몰라.”


종일 아이의 행동에 이유를 상상하며,

서운함에 빠져 허우적대던 내 마음은 아이의 한마디에 금세 풀렸다.

대화는 생각보다 쉽게, 조용히 끝이 났다.


사람들은 말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그래서 더 서운하다고.

생각해 보면, 나도 아이에게 기대가 많은 엄마였다.

건강하게만 자라달라는 말은 어느샌가 뒷전이 됐다.


학교에 다녀오면 그날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얘기해 주면 좋겠고,

공부를 잘하진 않아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고,

어떤 일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으면 좋겠고...

말하자면 끝이 없다.


나는 어느새 아이에게 이 많은 것들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채우지 않으면 실망하고, 서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망과 서운함은 내가 감당해야 할, 나만의 감정이다.

나와는 별개로, 아이는 그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아이는 내 인형이 아니다.

내 기대와 감정을 아이의 삶에 투영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바랬던 나의 기대가,

아이의 마음에 무겁게 내려앉진 않았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작은 일에 서운함을 느꼈던 내 마음이 옹졸하게 느껴진다.


이제라도,

내 모습을 거울삼아 닮아갈 나의 아이에게,

무거운 기대 대신,

말이 아닌 모습으로 보여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keyword
이전 01화내가 창피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