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눈, 엄마의 한숨

그럴 리 없어. 엄마가 깨워줄게.

by 서진

아이의 눈 수술 날짜를 잡았다.

불안해하는 아이 앞에서 연신 괜찮다고 말하며 토닥였지만,

눈치 없이 차오르는 눈물 탓에

내 시선은 자꾸 아이가 아닌 엉뚱한 곳을 향했다.

아이 앞에서 눈물짓는 약한 엄마이고 싶지 않다.

아이가 뒤돌아봤을 때, 언제나 든든한 엄마이고 싶다.

내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말 그대로이고 싶다.


“네 뒤엔 항상 엄마가 있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에서 잠이 든 아이 덕분에

웃음을 지우고, 비로소 울 수 있었다.


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속눈썹이 눈을 찔렀다.

의사 선생님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교정되는 경우도 있으니,

6개월에 한 번씩 지켜보자고 하셨다.

한쪽 눈은 선생님의 말대로 괜찮아졌지만,

다른 한쪽은 여전했다.

작년, 아이는 자꾸 눈을 비볐고,

계속된 알레르기로 약을 써야 했다.

눈이 충혈되어 붓는 날이 많았다.

의사 선생님은 큰 병원에 가보라며 소견서를 써주셨다.


큰 병원으로 옮긴 뒤, 어떤 검사인지도 모른 채 여러 검사를 받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말했다.


“안검내반(속눈썹 찔림)은 아이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속눈썹을 뽑거나, 수술로 교정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지켜보고 싶네요.

6개월 후에 다시 보겠습니다.”


그리고는 연필 한 자루를 들어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게 하더니,

잠시 후 한 쪽눈을 가리셨다.


나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이의 가린 쪽 눈이 바깥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외사시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진단에 말문이 막혔다.

한쪽 눈을 가렸을 때만 드러나는 이상이라니.

일상에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게 이해되면서도 충격이 컸다.

아이에게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사실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다행히 심하지 않아서 지금 당장은 치료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변화가 있는지만 관찰해 볼게요.

이것도 6개월 후에 다시 보겠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이번 검진에서도,

늘 듣던 대로 ‘6개월 후에 뵙겠습니다.’를 기대하며 병원에 들어섰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길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청천벽력 같았다.


“각막에 상처가 많이 났습니다.

이 정도면 시야가 흐렸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수술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직 어리니까, 한쪽 눈이 괜찮아졌듯

다른 쪽 눈도 자라면서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수술은 여름 방학 중에 하기로 했다.

쉬운 수술이라고는 했지만, 나는 전신마취라는 말만 머릿속에 크게 남았다.

수술의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공포와 무력감이 몰려왔다.


그 공포는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3년 전, 나는 빙판길에서 넘어져 광대뼈가 으스러졌고, 수술대에 올랐었다.

사람들이 말하던 ‘차가운 수술대’는 정말로 차가웠다.

오소소 돋는 닭살, 떨리는 손끝, 식은땀이 흘렀다.

잠들었다가 눈을 뜨면 끝나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위에 누운 나의 심장은 긴장으로 요동쳤다.

심박수가 빠르게 올라가자, 의사가 주사를 놓으며 말했다.


“그만 주무시는 게 좋겠어요. 열까지 세어보세요.”


나는 겁에 질린 채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어른이었던 나조차 숨길 수 없었던 두려움.

그 자리에 나의 아이가 누워 무서움에 떨고 있는 상상만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료실을 나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아이는 울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 수술 안 하면 안 돼?

나 못 깨어나면 어떡해... 엄마 나 무서워.”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그럴 리 없어. 엄마가 깨워줄 거야.

주사 맞고 하나, 둘, 셋 하면 잠들었다가

눈 뜨면 엄마가 옆에 있을 거야. 걱정 마.”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지금도 틈만 나면 검색창에

‘안검내반 수술’을 검색한다.

이미 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괜찮았는지, 흉터가 남지는 않았는지.


‘수술받고 너무 좋아졌다’

‘흉터는 티도 안 난다’는 글을 보며

나는 내 아이도 괜찮을 거라 애써 위로해 본다.


아이의 건강만큼

부모의 속을 태우는 일이 또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정말 대신 아파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조용히 기도한다.


이 작은 아이가, 이 두려움을 무사히 넘어서고

내일은 한 뼘 더 자라나기를.

그리고 내가 그 곁을 지켜내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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