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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이피는섬 Mar 23. 2024

show me your dimple

짧은 소설 연재

존재조차 모르던 먼 친척에게 큰 유산을 상속받고 나는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부자가 되었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몇 달을 보내니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원하는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부자가 되기 전에 썼다 지웠다 넣었다 뺐다 했던 위시리스트마저도 의미가 없어졌다. 원하는 이제 가질 있었지만 굳이 가지고 싶지 않아 진 것이다. 


그렇게 잠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상태의 나'를 신기해하며 그 시간을 즐겼다. 

완벽한 충만함 속에 밀려오는 완벽한 공허함. 

 

그러다 하고 싶은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가장 초라했던 시절, 자신의 빛을 나눠서 나를 비춰줬던 아이. 아이를 찾아서 방식으로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인연이었지만 마음먹으니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작고 초라하고 외로운 아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친구가 되어 주었던 아이는 여전히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빛나는 미소를 가진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빛나는 사람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그저 돌아서기에는 나에게도 몇 달 동안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이었기에 그냥 그만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명색이 '은혜 갚기'인데 단순히 집, 차, 명품 같은 건네주고 끝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 뭔가가 필요하다면 내 시간과 돈과 노력을 다 투자해서 완벽하게 도와주고 싶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돈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도. 그만큼 어린 날의 나에게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삶은 내 보이지 않는 호의조차 정중히 거절하듯 완벽해 보였다. 


직장과 집, 연애까지 딱히 내가 끼어들 틈이 없어서 돌아서려던 순간, 완벽했던 그 사람삶에 균열이 일어났다. 


드디어 내가 나설 차례였다. 

세상을 비추듯 빛나는 그 미소를 잠시라도 잃고 싶지 않아서 나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  


첫 번째 내 계획은 그렇게도 완벽한 사람을 떠나버린 그의 여자친구를 다시 그에게로 돌아오게 해주는 거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전 여자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과 결혼해 버렸다. 

"이런 미친!"

제삼자인 내 입에서 이런 욕이 나올 정도라면 당사자는 어떤 심정일까.


나의 은혜 갚기 계획은 '복수해 주기'로 바뀌었다. 그는 여자 친구를 용서하고 혼자 슬퍼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두고만 보지 않겠다 다짐했다. 


이제부터 나는 남아도는 내 시간과 돈으로 최고의 복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리고 동시에 진행될 또 다른 계획. 그건 바로 그의 빛나는 미소를 지켜주는 것이다. 조금도 침울해질 없도록, 모든 상처를 잊어버리도록 그렇게 만들 것이다. 


어느새 은혜 갚기의 스케일이 너무 커져 버려 스스로도 흠칫 놀랐지만 여기까지 이상 멈출 수는 없다. 

'이걸 나 혼자 할 수 있을까? 비밀리에 팀을 꾸려야 하나?'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달릴 생각을 하니 의욕이 불타올랐다. 일단 새벽 러닝을 시작했다. 



이 모든 게 그 옛날 나를 향해지어 주던, 빛나는 미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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