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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Mar 08. 2017

겁나 재밌는 취업

감성적 자기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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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감성적인 단어는 ‘인두로 지진 듯이’ 기억하지만, 중립적인 단어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때 눈이 번쩍, 귀가 쫑긋, 말초신경이 ‘아!’하고 반응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단어가 중립적이고 포괄적이고 교과서적이기 때문이다.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의 좋은 예시가 있다. MBC 「우리들의 일밤」에 아나운서를 공개 채용하는 ‘신입사원’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테스트 중에 ‘나를 표현하라’는 항목은, 자신을 비유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 관련된 스피치를 하는 것이었다. 2명이 겨루어서 1명은 합격하고 1명은 바로 그 자리에서 탈락하는 살 떨리는 테스트였는데, 매우 의미 있는 경쟁이 있었기에 소개한다.

 첫 번째 참가자 김수산은 이렇게 말했다. “꽃은 언제 가장 아름다울까요? 저는 화려한 포장지에 싸인 장미보다는 투박하고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신문지에 싸인 꽃이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언제나 본연의 모습과 향기를 지키는 000를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발음도 좋았고, 얼굴도 예뻤다. 게다가 「우리들의 일밤」의 또 다른 코너인 ‘뜨거운 형제들’에서 아바타 소개팅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치른 바 있었기에 인지도도 있었다. 그녀는 재치와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종합 성적 7위로 귀추가 주목되는 인물이었다.

 반면에 두 번째 참가자 박주인은 2차 테스트까지 53등이라는 하위권 등수로 올라왔고,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제 어머니께서는 사고로 양쪽 고막을 잃으셨습니다. 청력을 거의 상실하고, 보청기에 의지하여 사십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 적부터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머니를 위한 소통의 장이었지만, 앞으로는 국민 모두와 소통하는 창이 되고 싶습니다.”

 결과는? 두 번째 참가자에게 몰표!

 첫 번째 참가자도 매우 잘했지만, 참가자 두 명이 모두 잘한 상황에서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은 이성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두 번째 참가자가 보여주었다. 이성적인 이야기는 듣는 사람도 이성적으로 만든다. 즉 좌뇌적인 이야기는 좌뇌가 받아들여 평가하고, 옳고 그름을 따진다. 우리는 첫 번째 사람의 발표를 듣고 ‘뭐, 맞는 말이네. 신문지에 싸인 장미가 투박하긴 하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번째 사람의 이야기에는 자동적으로 “엄마……흑흑”이라고 반응한다. 이렇게 강렬하게 감성을 건드렸는데, 누군가 나와서 “비유가 논리적으로 말이 됩니까?”라고 비판하기는 힘들다. 이 방법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마지막에 비판하지 못하도록 감성적인 마무리를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두 예비 아나운서의 발표를 분석하면, 두 번째 사람의 연결이 더 훌륭했다. 모든 사람은 엄마가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있다. 그녀는 고개가 끄덕여지고 심장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공통의 관심사를 건드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모두들 자신의 엄마가 떠오른다. 그녀는 연결의 귀재였다. 물론 100마디를 모두 다 감성적으로 주절주절하고 울먹울먹하는 것만큼 아마추어적인 행동도 없다. 그녀는 전체적으로 담담한 어조로 말하면서, 절제미와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욱 강렬하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데?”라는 질문에 첫 번째 참가자는 “신문에 싸인 장미가 투박하기는 하지만 본연의 향기를 가졌으니까요.”라고 하기보다는 “어릴 적부터 아나운서를 위해 훈련된 사람입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첫 번째 사람의 발표를 듣고 마음이 좀 헛헛했던 이유는 바로 진짜 이유에 대한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두 번째 참가자가 “저는 앞으로 국민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소통의 창이 되고 싶습니다.”라고만 말했다면 어땠을까? 이것은 1980년대에나 하던 연설의 말투이다. 촌스럽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머니를 위한 소통의 창이었지만, 앞으로는 국민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소통의 창이 되고 싶습니다.”는 어떤가? 똑같은 말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것이 바로 감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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