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 Mar 01. 2023

시샘달 버킷리스트 월말결산

2월 시샘달 :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어제는 버킷리스트 ‘월말 결산‘ 줌 미팅이 있는 날이라 퇴근하고 총총총 도서관에 가서 2월을 조명해 보았다. 하동 문학기행을 갔다가 밑도 끝도 없이 ’ 같이하자 버츄~chu' 하는 말에 홀랑 넘어가, 지난주에 ‘버츄로 뛰는 심장’에 합류했다. 친구 따라 강남에 가면 늘 좋은 일만 있었기 때문에 후회도 여한도 없었다. 이번주 버츄는 ’ 창의성‘이어서 2월을 결산하며 창의성과 연결해 보았다. 버츄카드에는 ‘창의성’에 대해 이렇게 쓰여있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고안하는 힘입니다. 당신이 가진 특별한 재능을 개발해 나가는 능력입니다. 관찰대상을 과감히 새로운 방식으로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당신은 창의성을 발휘하여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V 71. 율이와 매달 음악회를 갔다.

1월 달에 매달이라고 당당하게 적었던 버킷이 지금은 ‘과연 매 달 할 수 있을까?’ 하고 쪼그라들었다. 사진으로 보이는 아들과의 ‘캔들라이트 지브리콘서트’는 더없이 로맨틱해 보이지만 현실의 시간은 ‘징징 데이트’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인스타와 현실, 화장발과 쌩얼, 그 간극이 아닐는지.


나는 지브리 음악을 피아노로만 들어서 ‘지브리 콘서트’라고 하면 당연히 피아노가 들어있을 거란 생각에 검색 1도 없이

“율이는 피아노를 좋아하잖아. 우리 직접 연주하는 곳에 가서 한번 들어보자. 스트리밍으로 듣는 거랑 연주를 직접 듣는 건 얼마나 다른데. 그럼 율이가 피아노를 좋아하는 마음에 하트가 플랙(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에서 블랙캣을 따라다니는 콰미:요정)처럼 따라다닐 거야. “

라고 말하면서 가기 싫다는 집돌이 녀석을 방바닥이랑 겨우 뜯어내서 데리고 가는데, 피아노가 없는 4인조 현악 쿼텟이라고 고백하자 율이의 융단폭격 같은 비난을 BGM으로 깔고 정동까지 운전을 해야 했다. 콘서트 홀은 90년 전 구세군 중앙회관으로 쓰이던 것을 개조하였는데 콘서트 홀은 예배당으로 쓰였던 곳인지 층고가 높아 연주소리를 풍부하게 울려주었다. 그러나 연주가 너무 완벽한 탓일까? 그냥 CD를 틀어놓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아이에게 차이가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기분 탓인지 듣는 귀가 없는 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끝물에서 이삭 줍기로.

’ 이제 아들과의 데이트도 끝물이구나!‘ 하던 차에 ‘끝물’을 검색했더니 히브리어로는 ‘오레로트’라고 하고 ‘이삭 줍기’라는 뜻이 있다고 했다. 아들이 혹여 문을 쾅! 하고 닫아거는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그런 짓을 한다면 문짝을 뜯어내버릴 거라고 초등 2학년때부터 말하고 있는 나지만) ‘아들이 나와 함께 다녀주는(?) 모든 날에 이삭 줍기를 하자!’라고 마음먹었다. ‘이럴 바에 혼자 오는 게 낫겠네 ‘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함께 하는 데이트는 언젠가 추억이 되어 우리에게 파도처럼 밀려왔을 때 잔잔하게 발을 적셔주는 기분 좋은 감각으로 남아있을 거란 기대를 걸어본다. 엄마가 끝물딸기를 싸게 사서 달달한 딸기잼을 졸이던 날을 기억한다. 올여름 딸기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을에 발라먹었던 새콤달콤한 감각의 졸임.


V38. 콩시 고전 독서모임 : 작가, 배경, 역사 입체적으로 고전 읽기.

콩시 고전독서모임이 하동 문학기행과 딱 겹쳐져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미안해 콩시야. 독서모임 책 ‘이방인’도 안 읽은 터라 포기의 선택은 쉬웠지만, 그간의 우정을 저버린 아쉬움이 컸다. 일찍이 콩시모임에 같은 책을 두 번 하는 일은 없었는데, 책을 제대로 안 읽어 찜찜하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읽을 것 같지 않다는 콩시메이트의 뒤풀이 번개가 올라와 운 좋게 얻어 타고 일요일 새벽 5시 30분에 ‘이방인’을 만났다.


#질문은 기회다.

혼자 읽을 때는 줄거리만 따라가느라 생각의 틈이 없어, 재독으로 모인 이번 자리는 더욱 자신이 없는 자리였다. 한데,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질문을 만났을 때  그 질문이 나에게로 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동안 흩어졌던 생각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불꽃놀이처럼 펑펑 터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평소에는 아는 것도 없고, 로직도 딸려 조용히 있었는데 이 날만큼은 방언이 터졌다.


V52. 브런치에 주제를 정해 시리즈 글 10편 발행했다. V54. 오감으로 기억한다.

글을 쓰는 작업은 좋아하지만, 품이 많이 들어 작년부터는 안 쓰는 사람으로 살았다. 쓰지 않으니 기억에서 사라지고, 어둠 속에 시간을 더듬어보는 격으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일이 많았다. 술 때문인가? 나이 때문인가? 왔다 갔다 고민하다 술 끊기와 모든 감각을 이용해 기억을 저장하는 것으로 버킷을 정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일 년에 열 편이 목표였는데, 이 글까지 발행하고 나면 누가 읽거나 말거나 아무튼 5편이 된다. 문학기행을 다시 읽으면, 문학관 앞 드넓은 악양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민숙선생님이 내려주신 커피 향과 선생님들의 웃음소리와 사투리가 들린다. 탱화를 보러 들어갔던 절간 마룻바닥의 차가움에 발바닥이 얼얼하고,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던 진지한 눈빛과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글을 쓰면, 내가 보낸 시간들이 오감을 빌어 단정하게 정리되고,‘약속-도장-복사-안구인식-비밀번호’까지 겹겹이 싸여 안전하게 저장된다. 버킷리스트에 적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소중한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 찾아주어 고맙다. 그러니 ‘아무튼, 버킷리스트’는 제가 쓰게 해 주세요. ㅋㅋㅋ


X19. 달리기 방 : 매주 3회 3Km를 뛰었다.

월말정산 줌미팅 전에 호스트 호진님께서 나로 인해 2월에 아주 큰 영향을 받으셨다고 단톡에 남기셔서 그 내용이 몹시 궁금했다. ‘2월은 짧으니까~ 꼭 매일 금주에 성공할 거예요.’라고 했었나? 2월은 짧으니까 매일 달성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대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했다. 그 영향으로 ‘작게라도 (나에겐 최대친데... 작게 3km) 매일 뛰어보자.’ 하시고는 한 달을 한 번도 빠짐없이 달리셨다고 했다. 그로 인해 뭔가 대단한 것을 얻은 건 아니지만 루틴의 시스템이 몸에 저장되는 좋은 경험을 하셨다고 했다. 비록 이번 달 달리기 버킷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기분이 좋다. 오늘 아침 벌금 11,200원까지 내고 났더니 정신이 번쩍 든다. 벌금은 냈지만 ‘매일루틴 지키기’에 좋은 자극을 받은 것 같아 감사했다. 나도 ‘작게 1km 라도 달리고 오자.’는 생각으로 기본 세팅값을 낮추어 본다. 기본값을 낮추니 마음의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3월의 운동화는 달리기 앞으로 가있다.


1월에 적어두었던 버킷리스트 플랜 A를 지금 마음이 이끄는 우선순위에 따라 몇 가지 살짝 조정하여 플랜 B로 변경하였다. 1월에 수강했던 <Block 6 시간관리>에서 플랜 Bsms 플랜 A를 최소화하고 중요한 것을 뽑아내는 역할로, 부담을 줄여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준다고 하였다. 이것은 달리기 방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같았다. 턱이 높은 완벽주의 대신 내 마음의 우선순위가 정하는 길로 지킬 수 있는 턱이 낮은 선순환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정을 했다.

V30. 감사일기를 쓴다. 에서 ‘버츄로 뛰는 심장’에 합류했다.

V70. 율이와 매 월 전시회를 갔다. 에서 ‘전시회’를 ‘박물관’으로 고쳤다.

V95. 애플워치를 샀다. 에서 ‘애플워치’를 ‘다이슨 에어랩’으로 고쳤다.

오늘 홈쇼핑에서 ’ 다이슨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 컬플리트 니켈/코퍼‘ 가 최초로 나왔기 때문이다. 쇼핑호스트가 연신 다이슨은 나왔을 때 잡으셔야 된다는 말을 찰떡같이 들었다. 2월에 너무 분발했잖아.ㅋㅋㅋ





작가의 이전글 하동 문학기행- 뜨밤부터 새벽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