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 나태주
너를 안으면 풀꽃 냄새가 난다.
세상에 오직 하나 있는 꽃,
아무도 이름 지어 주지 않는 꽃,
네게서는 나만 아는 풀꽃 냄새가 난다.
하고 싶은 게 참으로 많았던 청춘이었다.
웃을 때 잘게 가늘어지는 눈매가 나를 쏙 빼닮은 딸을 만난 뒤로,
그 청춘은 저 멀리 바깥에 망연히 서 있었다.
퇴근하기 무섭게 여러 카페, 소모임, 헬스장 등을 찾아가기 바빴던 내가,
이제는 퇴근과 동시에 나의 딸이 너무 보고 싶어서,
나만 아는 그 풀꽃 냄새를 얼른 맡고 싶어서,
그냥 너를 1초라도 빨리 품에 가득 안고 싶어서
세차게 엑셀을 밟는다.
너는 기어코 날 변하게 했다.
그렇게 부성애라는 거대한 해일이 조금씩 나를 채워갔다.
그 해일 속에서 나의 사랑을 먹고 성장할 너는
머지않아 분명 나와 멀어지겠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름과 걱정들은 여기 두고,
오늘 너의 무해한 웃음만 가져가야지.
나만 아는 그 풀꽃 냄새만 가져가야지.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넣어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