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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히빈한스 Oct 30. 2021

여행을 떠나는 진짜 이유.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기 때문에 매우 익숙한 단어인데도, 어느 순간 느닷없이 낯설게 느껴지는 말들이 있다.

나에게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그럴 때면 혼자서 가만히 읇조리는거다.

여행, 여행, 여행, 여행? 여행!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단어는 다시 내가 알던 '그 말'이  된다.

 

'여행'이란 단어를 내뱉을 때 느껴지는 성대의 작은 울림을 좋아한다.

고작 두 음절로 이루어진 이 단어에는 동글동글한 'ㅇ'자가 그것도 세 개나 오밀조밀 모여있는데, 여행예찬론자인 나로서는 이런 사소한 조합에서도 얼마간 낭만을 느낀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행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동행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여행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싫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는 우리 모두가 여행의 본질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떠나는 것. 그리고 돌아오는 것.

어쩌면 귀소본능에 대한 이야기


떠남과 돌아옴 그 사이에서 여행은 각자에게 그 나름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해준다.


나에게 여행이란,

'여독이 선사하는 정체모를 활력'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이 활력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 아무런 미련 없이 몸을 맡기게끔 하는, 다시 말하면 묵묵히 삶에 복무하게 하는 묘한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낯선 곳에서 장시간 뒹굴거리다 오면 나의 단조로웠던 일상이 괜히 더 소중해 보인다고나 할까.


일상에 다시금 스며들기 위해, 일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머물기 위해 떠나는 것.


역설적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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