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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Mar 29. 2023

37.Life is full of surprises

갱년기 인가??

샌디에이고에 도착하고 전화기를 켜니 문자가 왔다. Ali가 혹시 Cathy를 아냐고? Cathy는 나와 같이 교육을 받은 승무원친구이다. 무지 씩씩하고 활동적인 친구라 마음이 잘 맞는 친구여서 종종 연락하다가 그녀가 결혼 후 한동안 뜸해서 궁금하던 차였다. 혹시 무슨 일 있냐고 묻는데 그녀가 유방암에 걸려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기내뒤편의 문이 열리고 지상직원이 기내서비스 음료를 채워주려고 문을 열었다. 밝게 인사하는 직원이 묻는다. "Hi! How are you, sweetheart?."  다정하게 물어보는 직원 앞에서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울음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아! 정말 갱년기인가? 나이 지긋하신 그 지상 직원은 놀라서 나를 안아주며 " It's okay. Everything will be fine."


묻지도 않고 그냥 위로해 주는 그가 참 다정스럽다. 사실  착륙 전 한 승객이 문자메시지로 남자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고 있는 여자분을 달래주고 안타까운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 여자분의 동생은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이다. 누나는 샌디에이고에 일 때문에 출장을 가는 중이었다. 앳된 젊은 승무원은  울고 있는 승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와서 불평을 하고 있었다. 젊어서 그러나? 감정이 메말랐다.


승객을 찾아서 난 위로를 해주어야 했다. 얼마나 무서울까나. 그분에게 큰 팔을 벌려 안아주었다. 일단 기장에게 연락해서 그녀의 돌아가는 비행기 스케줄을 미리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 고객서비스 직원이 기다려 줄 수 있냐고. 혼자서 아마도 힘들 거라고, 덜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같이 있어 줄 분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기장에게 부탁했다.


어떤 심정일까. 아끼는 동생의 부고를 그렇게 들어야 했던 누나의 심정 그 슬픈 감정이 어어지는 순간에 친구의 유방암 소식을 듣고 난 후 누군가가 나에게 오늘 하루 어때? 하고 묻는데 그만 울음이 터 진 것이다.


Cathy는 중국계 3세 미국인 친구이다. 대학교 때 만난 2세 일본인 미국인이랑 많은 친구들의 축복을 받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같은 동양인이고 학교 때 찐하게 연애하고 결혼을 해서 행복할 거라고 믿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 못된 건지 알 수 없지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동안 연력이 뜸 했으니 알 수가 없지.


울음을 그제야 그치고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 지상직원 아저씨는 " Don't worry, honey. Life is full of surprises."


얼마 후 Cathy와 연락이 닿았다. 여전히 씩씩하다. 한국 음식 먹고싶다고 해서 맛있은 한끼를 같이 요리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보냈다. 많이 먹지 못하는 친구가 안타까웠디만, 긍정적이고 씩씩한 그녀가 행복해 보였다.


앞으로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야. 지금 이 순간울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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