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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May 04. 2023

52.Bad, sad, and ugly

선택은 자유다

탑승을 할 때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눈을 마주쳐 본다. 그러면 백발백중 오늘 비행하는 탑승자 중에 누가 골칫거리가 되는지 누가 얄미운 짓을 할 건지를 알 수가 있다. Six senses 다 작동하는 본능 때문인지 친구들은 나를  점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역마살이 끼였고 사람과 사물을 꽤 들어 본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등산복의 한 중년 남자분이 탑승을 한다. " Hello?" 하는데 보통 무뚝뚝한 사람도 미소를 보이는데 이승객은 그냥 무표정이다. 대답도 없고 그냥 고개를 푹 숙인다. 흠.....


그 승객이 기내 복도를 걸어가며 돌아서는데 그의 가방지퍼가 반쯤 열렸다. 순간, 가방에서 물건이 쏟아질 것을 염려해  손을 뻗어 가방의 지퍼를 닫아주었다. "Excuse me, sir! Your bag is opened"  그는 순간 돌아서면서 짜증 나는 목소리로 Don't touch my bag" 하며 무례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선다. 그의 뒤에 있던 승객과 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 Sir, I was just trying to help you with your bag"  아니 승무원이 이 많은 승객들이 탑승을 하는데, 설마 내가 자기 가방에서 뭐라도 훔치는 줄 알았는가? 나쁜 놈 눈에는 나쁜 것만 보이는가 보다.


그 승객은 나중에 나에게 사과를 했다. 순간 자기도 생각해 보니 황당하지 않은가?


어느 날 목소리도 밝고 명랑한 여자 승객이 탔는데 빼짝 말라서 나이가 가늠이 안들정도이다. 옷차림이나 말투로 보아선 20대 중반정도다. 안쓰러워 비행 중 그 승객이 어디 있나 하고 찾아보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다른 승무원에게 혹시 어디 좌석인지 아는지 물었는데, 맨 뒷좌석에 가서 보았더니 그녀는 머리를 땅바닥에 박고 몸을 반으로 접어서 잠을 청하고 있다. 아니, 어떻게 저런 자세로 잠을 자냐고? 너무나 안쓰러 보였다.


조금 있다가 그녀가 꺠어났을떄,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어디 아프냐고 어떻게 그렇게  몸을 반으로 접어 좁은 좌석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고 자냐고? " Are you okay? how could you sleep like that? Doesn't your back hurts?"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 I used to be a drug addict, and I just got out of rehabilitation, and my back feels so much better if I sleep in that position."


그녀는 10대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처음은 호기심에 그다음은 중독자가 된 것이다. 그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한다. 절대로 다시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6개월 긴 재활을 마치고 드디어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조금은 무섭지만, 가족들이 자기를 포기하지 않아서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슬프지만 그녀가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을 끝까지 지켰으면 한다. 우린 그녀에게 큰 포옹으로 작은 응원을 해주었다.


한 커플이 와인 한잔과 위스키 더블을  주문을 한다. 남자승객이 음료쿠폰을 꺼낸다. 마일리지가 많은 고객들에게 주는 음료쿠폰은 기내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데, 승객이 내민 쿠폰은 한 장이다. "Are you paying with your credit card for two other drinks?"  

웃긴 건 그 남자 승객이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하는 말, " I've been flying with your airline past 10 years. I never paid for the second drink." 지난 10년간 한 번도 두 번째 술값을 낸 적이 없다고 한다.  난 이런 승객들을 잘 안다. 진상이다. 자기가 뭐 잘난 줄 알고 진상을 부린다. 난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삐딱해진다. 그냥 일부러라도.....


"Hmmm, sir, I've been flying with the same airline for over ten years. I never heard that before. It is always a "One coupon for one drink policy."


저도 10년 이상 같은 항공사에서 일을 했는데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옥신각신 말이 오가고 있는데, 옆에서 다른 승객이랑 수다를 떨던 여자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그래서 상황을 설명해줬더니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보면서 왜 쿠폰을 안주냐고 묻는다. 그 남자로선 창피할 거다. 그제야 지갑에서 쿠폰을 꺼내면서 다른 한잔은 카드로 내겠다고 한다. 못난 놈!


건너편 좌석으로 가서 주문을 받는데 귀여운 할머니 승객이 "I want Bloody Mary and my grandchild wants a beer." 그러시면서 카드로 내겠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신다. 조금 전 진상 승객과의 대화를 들으신 할머니께서 내게 윙크를 하시면서 카드를 내미신다. 너무나 귀여 서서 뻥하고 웃음이 나왔다. 보답으로 윙크로 대답을 해주었다.  " Your drinks are on me. You are too cute!" 할머니의 음료는 제가 삽니다! 하며 아까 진상이 똑똑히 들리수 있게 크게 말했다.


나쁜 놈과 슬픈 놈 그리고 못난 놈. 선택은 당신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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