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포르투갈로
한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저는 출장복(?)이 별로 없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일할 때, 같은 부서 과장님을 따라 일본 출장을 한 번 가보았고, 그 이후 한국 지멘*에 입사해서는 2년 동안 국내 출장 2-3번의 기회가 있었지요. 당시 마케팅부서에서는 매년 독일 본사로 출장 갈 기회가 생겼는데, 4명의 마케터가 돌아가면서 출장을 갈 수 있었습니다. 저도 제 차례를 기다리며 마음이 설레었었지요. 막상 제 차례가 왔지만, 당시 부서장님께서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본인이 가야겠다며 다음에 저를 보내주겠다고 하셨어요.
싱가포르로 이직해서도 홍콩으로 전사 단합 대회를 간 것 이외에 출장을 갈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독일 지멘*에 취직했을 때도, 독일 동료가 "우리 부서는 출장 갈 일이 거의 없어, 그래서 법인 카드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어"라고 했을 때, '아, 이번 부서에서도 출장 갈 일이 별로 없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법인 카드는 만들어 두었어요. 그렇게 팀에 조인하고 약 8개월이 지났을 무렵, 출장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영국계 에이전시에서 주최하는 '기업 홍보 및 웹콘텐츠, 브랜딩 세미나'가 포스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데, 원래는 저희 부서의 부사장님이 저희 회사 대표로 가게 될 예정이셨어요. 그런데 행사 시작 하루 전, 부사장님에게 급한 일이 생기셔서 참석이 어렵게 되었고, 팀 내에 대신 갈 사람을 알아보고 계셨어요.
부사장님은 시니어인 마이클이라는 동료에게 먼저 물어보셨어요. 아마도 마이클이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었기에 다른 기회를 주시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이클은 "이번 주말에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취소하고 출장을 갈 수가 없습니다" 하고 단호박으로 거절했답니다. 이미 약 $5,000 상당의 참가비, 호텔비 등이 지불된 상황이기에 가지 않으면 그 모든 비용은 그냥 휘발될 상황이었어요. 상황을 듣게 된 저는 금요일 오후에 조심스레 여쭤보았습니다. "제가.. 가도 될까요?" 당시 계약직이었고, 팀에 조인한 지 1년도 되지 않았기에 반신반의하면서 여쭤본 것이었어요. 그런데 부사장님은 흔쾌히 승인해 주셨어요. 남편도 적극 지원해 주었지요. 처음 가는 출장이라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예약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당시 출장 경험이 많았던 남편이 하나하나 도와주었어요. (배우자와 같은 회사에 일하면 이런 점이 아주 좋아요)
그렇게 저는 저희 회사를 대표해, 이 글로벌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부사장님께서는 "다녀와서 동료들에게 인사이트를 공유해 주면 좋겠다"는 이메일을 보내셨어요. 그래서 저는 '가서 최대한 많이 배워와야지' 단단히 마음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세미나에는 Bosch, Nestle, Unilever, Shell, British Petrol, GSK, Siemens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 홍보팀 담당자들이 참여했습니다. 다들 부사장, 팀장, 매니저, 디렉터 등 타이틀이 어마어마했어요. 그 속에서 기죽지 않고, 저희 회사가 어떻게 웹콘텐츠를 개발하고 또 홍보하는지를 공유했습니다. Break-out session에서도 네트워킹을 하면서 여러 분야의 홍보팀 담당자들과 각자의 챌린지, 페인 포인트를 나누었어요. 그렇게 2박 3일의 행사가 끝나고, 여러 인사이트를 담아 독일로 돌아왔어요.
당시 저희 부서에는 약 50여 명의 팀원이 독일, 미국, 싱가포르, 중국에 퍼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타운홀 웹 미팅을 진행했는데, 부사장님께서는 돌아오는 타운홀 미팅에서 제가 이번 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어요. 두군 두근 심장이 떨렸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영어로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을 해본 경험이 없었어요. 그리고 전체 팀원들이 참여한 온라인 미팅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지요. 미팅을 앞둔 주말, 저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제가 배운 인사이트를 전할 수 있을까 고심했어요. 남편과도 브레인스토밍을 했어요. 여러 아이디어를 나눈 끝에 저는 프레지(Prezi)라는 인터렉티브 프레젠테이션 툴을 이용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제가 배운 내용 중, 3가지 key takeaway를 현재 우리 회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연결해서 전하기로 했어요. 뼈대가 잡히니 살을 붙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타운홀 미팅 당일! 저는 아침 일찍 회사에 가서 아무도 없는 시간에 방음이 되는 1인 미팅룸에 들어가서 3시간 동안 혼자 프레젠테이션을 연습했어요. 영어 발음이 꼬이는 단어는 쉬운 단어로 대체하고, 발표 내용을 다듬었지요. 그러면서 스스로 되뇌었어요. '이 발표 내용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이 발표는 내가 다녀온 세미나의 내용을 팀원들에게 공유해서 팀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설사 내가 실수를 한다고 해도 그건 end of the world가 아니다. 신나게 해 보자!' 그렇게 저는 약 20분 동안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같은 팀 동료들이 메신저로 "클라라, 정말 멋진 발표였어" 격려 메시지를 보내주었어요. 또 저희 부서 부사장님께서도 "지금까지 출장을 다녀와서 이렇게 깊은 인사이트를 전한 팀원은 없었는데, 정말 고맙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연결해서 더욱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메일을 보내주셨어요.
그렇게 저의 첫 해외 출장은 두근두근 설렘에서 성공적인 마무리로 끝났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세 가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첫째,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둘째, 잡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면 다음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셋째,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지만, 그 첫 떨림을 극복하면 두 번째는 조금 덜 떨린다.
출처: https://www.linkedin.com/pulse/6-lessons-from-annual-gathering-digital-comms-managers-dan-drury/
제 첫 출장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다음 글에서는 제가 경험했던 특별한 독일 팀문화 중 하나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