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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식사하셨어요?

한 달에 한 번, 아침 나눔의 문화

by Clara

제가 처음 합류했던 독일의 한 부서에는 약 35명의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팀은 나뉘어 있었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아침 8시에 모여 함께 아침 식사를 즐기곤 했지요.


그 자리에서는 독일의 대표 간식인 프렛젤부터, 동료가 직접 밭에서 따온 싱싱한 딸기, 다양한 치즈, 제철 백아스파라거스 샐러드 등 독일 음식 문화를 한껏 맛볼 수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팀원 중 누군가가 주도하고, 원하면 다음번 식사 준비를 자발적으로 이어받는 방식이었어요.


이 모임을 누구보다 정성스레 꾸려주셨던 분은 브리기타 아주머니였습니다. 자신의 정원에서 가꾼 라벤더와 장미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올려놓으시곤 했지요. 덕분에 단순한 식사를 넘어, 작은 축제 같은 시간이 되곤 했습니다. (브리기타 아주머니가 은퇴하셔서 지금도 이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tempImageFg810V.heic 제가 가장 좋아했던 프렛젤 샌드위치예요. 치즈와 허브가 어우러진 짭조름한 맛이 환상적이었거든요.


물론 이 ‘아침 식사’가 단순히 먹고 끝나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매니저와 팀원들이 한데 모여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최근 공지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열린 장이기도 했어요. 업무 이야기뿐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 가족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오가는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독일어가 서툴러 주로 듣는 편이었지만, 친한 동료가 옆에서 살짝 영어로 설명해 주며 도와주곤 했어요. 덕분에 ‘독일어 듣기 집중 모드’로 늘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대부분 늦은 저녁에 ‘회식’을 하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곤 했는데, 제가 있었던 독일 팀에서는 연말 행사를 제외하면 회식다운 회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송년회도 저녁 6시에 식당에 모여 식사하고, 9시면 자연스럽게 집으로 돌아가는 방식이었지요.

많은 동료가 자전거를 타고 오거나 카풀을 했기 때문에 과음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업무가 끝난 후 가족과의 시간을 중시하는 독일 문화가 저에게는 참 좋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tempImagev5ZFXu.heic 신선한 야채, 주로 치즈나 쿼르크(Quark)라고 하는 크림에 찍어 먹었는데, 그 맛도 일품이었답니다.


아침 식사를 위해 미팅룸을 예약해 두고, 그 안에서 정성스러운 음식과 아름다운 테이블 세팅을 즐기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이 문화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팀이 이렇게 ‘열린 문화’를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부서장님의 스타일 덕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부서장님은 미국 뉴욕에 계셨지만 독일에 올 때면 꼭 팀원들과 시간을 보내려 애쓰셨어요. 7시간 비행을 마치고 호텔에서 간단히 씻고는 상큼하게 나타나곤 하셨죠. 어려운 내용을 전달할 때에도 “이건 아직 나도 모른다. 더 알게 되면 바로 팀에 공유하겠다.”며 솔직하고 열린 태도를 잃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처음 경험해 보는 리더십이었고, 그분을 보면서 ‘팀 문화란 리더의 방향성과 행동에서 크게 비롯되는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tempImageLTf9KE.heic 샴페인을 아침에? 네, 가끔 축하할 일이 있으면 아침에 샴페인을 곁들이기도 했어요. :)

그리고 이 팀의 ‘열림’은 때때로 아주 귀여운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팀장님이 아침 식사에 섹트(Sekt) 샴페인을 들고 오신 거예요. ‘설마 아침에 술을 마시겠어?’ 했는데, 정말로 모두 한 잔씩 들고 건배를 하더라고요.

그날 저는 생전 처음으로 아침에 샴페인을 마셔봤습니다.


계절마다 특별 메뉴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하얀 소시지에 빵을 곁들여 먹는 날도 있었어요. 그때 동료들이 하얀 소시지 껍질을 어떻게 벗겨 먹는지 친절히 알려주기도 했죠.


4년 정도 후에 이 팀을 떠나게 되었지만, 이 아침 식사 문화는 제게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여러분의 팀에는 어떤 특별한 문화가 있나요?
혹은 팀원들과의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순간이 있으셨나요?


다음 글에서는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맞닥뜨려야 했던, 혹독했던 독일 겨울 출근길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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