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by 내이름은 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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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우리 아빠는 당신만의 기준이 무척 강하신 분이다.

되짚어 생각해보면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부탁했을 때 단 한번에 오케이가 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남편과 연애 초기에 그가 나의 부탁을 한번에 오케이 하는 것이 너무 좋고 신기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빠처럼 인색하게 굴지말자고 스스로 다짐했건만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그 DNA는 결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설사 너그럽게 아이들의 요구나 부탁을 들어준다고 해도 그것은 내 진심이라기 보다는 의무인 것 처럼 느껴졌고, 그렇기 때문에 (겨우) 잘 나가다도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허락하는 일보다는 내 뜻에 따라 움직이곤 했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무렵에도 허용가능한 범위만 조금 늘어났을 뿐 나는 그다지 변한게 없었다.

그래서였는지도.

1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아이의 말을 전해들으면서 엄마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다고 했다는 그 대목에서는 기가차고 몸 속 어딘가를 아주 날카로운 것으로 찔린 것처럼 무척 아팠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정신이 아득했다.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러나 말하기 싫은 내 단점을 사랑하는 아이가 그렇게 느끼고 말했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는 좀 변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변화는 둘째 아이가 크게 느끼고 있으리리라.

우선, 둘째 아이의 생활에서 허용되는 범위가 누나보다는 넓어졌고, 엄마아빠의 기준도 많이 낮아졌다.

물론 모든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로서의 권위는 최소화하고 아이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매순간 갈등과 고민의 연속이지만 스스로가 납득되는 한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아직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예전처럼 잘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특히나 누나와 본인의 처지(주로 핸드폰과 게임에 관한)가 비교도 되고 억울한 면이 있다고 아이가 느낄 때는 큰소리가 오가기도 한다.

음, 사실 이부분이 나도 좀 많이 어렵다.


...


변한 줄 알았는데 변하지 않았나보다.

내 기준과 허용범위는 아직도 비좁고 편협하다.

둘째 아이도 슬슬 사춘기가 오는 중이고, 어제는 잠들기 전에 방에서 울고 있더라.

내 마음 나도 모르는 그 시기, 둘째 역시 괴로워하고 슬퍼한다.


아빠처럼 자기만의 기준이 높으면 주변 사람들이 쉽지 않은 것을 너무 많이 봐와서 그걸 나는 비껴가고 싶었는데, 왜 그리 그게 어려운 걸까.

아이들에게 만큼은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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