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라니_05
나도 임신을 했으니 태교라는 걸 해볼까? 싶어 태교 관련 서적과 정보를 뒤적거려보았다.
음악태교, 공예 태교, 그림 태교, 공부 태교 참 종류도 많다. 심지어 어떤 책에서는 태아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는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의 주장이나 관련 연구 자료까지 끌어와 이런 태교들이 아기한테 얼마나 좋은지를 떠들어대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당연히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했다. 평소 내가 즐겨하던 것들이 아니니 꾸준히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태아 감각 형성에 좋기로 소문난 클래식 음악은 틀었다가도 얼마 가지 않아 꺼버리기 일쑤고, 손을 쓰는 게 태아에게 좋다고 해서 사들인 자수 세트는 책장 위에 처박혀 먼지가 쌓이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태아의 정서 발달에 좋다던데 나는 내 손에서 나온 못난 그림을 보면서 되려 스트레스만 받았다. 공부 태교는 말도 않겠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 시간만 흘러갔다. 아기한테 좋다는 태교 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좀 별로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기에게 미안함마저 들기 시작했다.
생각을 좀 달리 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이 나와 아기에게도 좋은 것일까? 이걸 다 해야만 똑똑하고 바른 이상적인 아이가 되는 것일까? 또 그렇지 않으면 좀 어떤가? 대표적으로 돌고 도는 ‘남의 성공 사례’들을 긁어모아 와서 나에게 숙제로 내어주고 나를 혹사시키는 것은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교를 지나 육아와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태교에 대한 내 태도는 당연히 육아와 교육까지 이어질 것이다. 어떤 태교를 할 것이냐에 앞서 나는 어떤 태도로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가 될 것인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겠다.
수많은 서적과 강연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태교, 육아, 교육 관련 정보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 정보들은 다 다른 내용이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한 가지인 거 같다. “이렇게 하지 않고도 잘 키울 수 있어?” 왠지 겁을 주는 듯하다. 시시각각 바뀌는 수많은 정보의 바닷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와 엄마에게 맞는 방법이란 결국 엄마가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리스트들을, 나는 다 지키지도 못할 리스트들을 잔뜩 모아다가 아이 앞에 던져놓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아이 앞에 던져놓은 리스트대로 아이가 잘 따르는지 지켜보느라 내 시간을 쏟고 싶지 않다. 아이만 바라보며 아이에게만 매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아 와 아이를 시험대에 올리고 싶지 않다.
몸소 보여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찾는 모습, 그걸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잘 노는 모습, 무언가 성취하고 발전시켜가는 모습을. 그래서 나는 임신 기간 동안 자궁 속 태아를 교육하는 게 아닌 아이의 엄마인 나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아이에게 필요한 공부가 아닌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또한 그에 맞는 생활 패턴과 루틴을 찾아보기로. 태교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원하는 바르고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는 자궁 속 태아를 들들 볶아서 만드는 게 아닌 좋은 엄마에게 달린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