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관찰기_01
사위 이우승
아빠의 비석 뒤편, 내 이름 옆에 새로 새겨진 다섯 글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그냥 돌덩어리 위에 새겨진 글자일 뿐인데. 왜인지 마음이 뭉클하다.
빈자리가 채워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결핍이 얼마나 컸었는지 와 닿을 때가 있다.
내 이름 옆에 남편의 이름이 더해지고 나서야 비석에 아내, 아들, 딸 세 사람의 이름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흐른 16년의 세월이 얼마나 춥고 위태로웠는지 새삼 느껴지는 것이다.
맏사위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군다나 장인이 없는 집안의 맏사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홀로 있는 장모에게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때때로 장모의 남편을 대신하여 장모의 처가 일에도 신경을 더해야 할 때가 생기는 것이다. 나의 친조부모도 종종 찾아뵙고 드라이브를 시켜드리며 먼저 죽어버린 아들을 대신해 기쁨을 드리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아빠의 부재로 어른 남자의 역할을 제대로 보고 배우지 못한 처남에게 본을 보이고 아빠와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대놓고 기대하지도 않았어도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냥 장모가 차려주는 밥상이나 맛있게 받고 가끔 용돈 조금씩 쥐어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훈훈한 사위가 될 수 있을 것을..
가끔 아빠의 부재가 남편에게 너무 부담이 되는 거 같아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래서 친정 쪽에 대소사가 생기거나, 엄마가 남편에게 작은 부탁이라도 하면 나는 머리 끝까지 예민해지고 만다. 남편은 오히려 그런 나를 진정시키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팔 걷고 나선다. 그리고 시간이든 금전이든 필요한 것보다 더 보태어 챙기곤 한다.
아빠의 비석에 새겨진 다섯 글자 ‘사위 이우승’의 의미는
내 가족의 결핍마저도 기꺼이 품어주고 그 자리를 넘치도록 채워주는 존재이다.
기적처럼 찾아온 선물과도 같은 사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아빠가 꿈에라도 나와서 남편의 등 한 번만 토닥여 주면 참 좋겠다.
'아빠. 아빠도 이제 사위가 생겼어'
아빠의 비석에 새겨진 남편의 이름을 자꾸만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