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에게 구하는 용서

20대의 나를 보내며_02

by 시도

20대의 나는 스스로에게 혹독했다.

잘하는 것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못하는 것을 없애는데 집착했다. 직장 생활이 그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랬다. 내가 못하는 일일수록, 어려워하는 관계일수록 피하지 않고 그 상황으로 일부러 내몰았다. 그렇게 해야 단련이 되어 더 잘하게 될 것이라 믿었다.


내 기질과 성향을 고려할 여유는 없었다. 노력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내겐 너무나 어려운 일을 아무렇지 않게 숨 쉬듯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처럼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 사람들처럼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점점 더 긴장하고 실수하고 경직되어갔다. 내 장점은 드러날 수가 없었고 ‘못’하는 것만 부각되어갔다. 아무리 훈련하고 노력한다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계속 나를 괴롭혔다.


물론 나에게 맞는 일만 하고, 나와 맞는 관계만 맺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를 어디까지 맞춰야 할까. 어디까지 맞춰야 발전이라 할 수 있고 어디부터가 억압이 되는 걸까. 무조건 나에게 맞는 일만 하려 하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경험과 성장의 기회라는 명분으로 스스로를 상황에 끼워 맞추려고만 하는 것도 참 가혹하다.


30대에 들어선 지금은 비교적 여유가 생겨간다. 상황에 나를 욱여넣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도록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여유. 생각해보면 나에게 혹독했던 20대가 있었기에 이런 여유도 생겨가지 않나 싶다. 싫든 좋든 여러 상황에 놓여보면서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 쌓여온 것 같다. 이제는 나의 기질과 성향에 따라 내가 잘하고 못하는 일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존중해주려 한다. 20대의 나에게 힘들어하는 나를 받아주지 못하고 몰아 새우기만 해서 미안했다고, 그런 시간을 견뎌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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