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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Dec 07. 2021

제주이주,선택의 기로에 서다

제주도 이주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어요.


"보고 싶어서 안 되겠다. 빨리 우리 가족 내 옆으로 데리고 와야지!"

매일 퇴근 후 운전하며  집에 가는 길  남편은  영상통화를 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남편은 여름 하절기에 이어  동절기에도 일을 하며 제주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6개월을 넘어 10개월째 떨어져 지내고 있네요.  하절기에만 지원팀으로 나갔던 일이 동절기까지 일이 이어지며  제주에서 정착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실은 제주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시기는 2018년도부터입니다. 벌써 4년이 되었네요. 이 시기부터 저희 가족은 해마다 6개월 이상 이산가족이 되어 쉽게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로, 저는 직장생활로 방학 때만 만날 수 있었답니다. 그야말로 '아빠 찾아 삼만리' 심정으로 애틋하게 이날만 고대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올해는 6개월을 넘어 10개월을 훌쩍 떨어져 지내게 된 상황이에요.

해마다 있는 일이라 서로 익숙할 법도 한데  서로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그리움의 수치가 커져버렸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들은 아이대로, 저는 저대로 서로의 빈 공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빈자리를 감내하고 감수하며 지내려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공간의 크기는 더욱  커져만 갑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1순위라 여기는 딸바보, 아들바보 남편, 아이들을 못 보니 퇴근 후 집에 들어오는 의미가 없다며 힘들어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남편이 말합니다.

" 자기야~~ 내 삶의 가장 유일한 낙이자 소소한 행복이 뭔지 알아?"

"뭔데요?"

"하루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눈 맞추며 이야기하면서 밥 먹는 거야"

이 말을 듣고 남편의 1순위는 바로 아이들이란 사실을 인지했더랬죠.



아이들 어릴 적부터 남편은 몸으로 놀아주는 친구 같은 아빠랍니다. 일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귀가하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아이들이 귀찮을 법도 한데  남편은 그 피곤도 잊은 채  보드게임은 물론 몸으로 장난치며 잘 놀아주었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남편은 신뢰감, 유대감이 잘 형성되어 있어요.


혹여나 야외로 놀러  외출을 하려 할 때면 운전석 옆자리는 늘 아이들 차지입니다. 저는 어쩌다 운이 좋게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곤 하죠. 서로 아빠 옆자리에 앉겠다며 자리싸움을 합니다.  보다 못한 아빠는 수수께끼를 내서 문제를 맞히게 하거나 가위바위보를 해서 승자에게 기회를 줍니다. 이렇듯 아빠의 존재는 먼저 선택하고픈 선물 같은 존재로 다가가는 듯합니다.


이렇게 서로 좋은 유대관계에 있다가  한 달도 아닌 세 달도 아닌 그 이상 떨어져 아빠와 상봉하는 그 시간이 그리 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남편과 전화로 통화를 하다 보니 의견 차이로, 감정 마찰로  싸우게 되는 일도 종종 발생하더라고요.  저도 솔직히 워킹맘으로 지내면서 살림하며 두 아이 케어하며  하루하루가 벅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 고민 끝에  제주도 이주 쪽으로 마음의 결정이 어느 정도 기울어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많은 고민과 숙제들이 발생하더라고요.  육지에서 육과 아닌  육지에서 섬으로의 이주, 제 생애 고민해본 적 없는 큰 난제로 다가오더라고요.



첫째, 직장문제입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정년이 보장된 직업이라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도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 큰 두려움이 앞서네요. 그동안 워킹맘으로 홀로 육아하며 힘들었으니 쉼을 갖고 싶은 마음과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새롭게  또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대립하면서 내적으로 시시각각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둘째, 아이들 학교 문제입니다.  

제일 고민되고 우려되는 것이 아이들 학교가 문제더라고요. 사춘기 중학생인 첫째와  초등학생인 딸아이가가  새로운 학교에 잘 적응할지가 큰 고민입니다. 저도 어렸을 적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와서 향수병에 걸렸더랬지요.  서울생활에 적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경험이 있기에  아이들의 마음이 걱정이 됩니다. 통학거리, 통학시간, 집과의 접근성 등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주도는 또 학교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기에 더더욱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집의 처리 문제입니다.

매매가 제일 좋겠지만  아직 상환해야 할 대출금도 남아있는 상태이고 월세로 내놓아야 하는지? 전세로 내놓아야 할지  부동산과 상의 후에 결정해 보아야 할 사항입니다. 그리고 살림살이를 놓고 가야 할지, 이삿짐센터를 불러야 할지 이점도 큰 고민으로 자리 잡네요.


넷째, 거주할 집 문제입니다.

전원주택으로 구할 것인지,  빌라? 타운하우스?로 결정할 것인지 좀 더 제주도 집에 대한 정보 입수 후 겨울방학 때 발품을 팔아 결정할 예정입니다. 최근에 접한 정보인데 제주도는 신구간이란 이사 문화가 있더라고요.(신구간: 제주도 세시풍속 중 음력 정월 초순경을 전후하여 집안의 신들이 천상으로 올라가 비어 있는 구간)

이때 매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지인에게 들은 정보입니다. 시기를 고려해야 하는 점이 있더라고요.


이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부모님들의 반대, 지인들의 제주살이에 대한 걱정, 직장에서의 퇴사 만류....)


제주살이의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한가득입니다. 여행이 아닌 제주살이이기에  막연한 설렘으로 접하기엔  많은 변수들  마주할 것을 알기에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해보려 합니다. 많은

고민거리로 주말 내내 마음이 복잡하고 머리가 아파오기도 했어요. 남편에게 sos를 쳤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상의해볼 예정입니다.  큰 변화 앞에 마음이 코스모스, 갈대처럼 수없이 흔들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해!"라고 루트를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되네요.

변화할 때는 두려움을 즐겨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흥분이며, 삶의 엔도르핀이며,
살아있는 떨림이라는 것을
일이 꼬이면, 비로소 어떤 기막힌 스토리가
나를 찾아오려는 조짐이라 생각하라
<나는 그렇게 될 것이다. p64 by 구본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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